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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서시 Oct 04. 2023

해장국

나는 해장국을 생각한다

내가 해장국을 사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다 내가 지나쳐간 얼굴들이다


세상이 나에게 숙취를 안길 때

빙글빙글 걸음마다 팔이 휘돌릴 때

세상이 나에게 한 방 안길 때

다음날 그 다다음날까지 볼따구니가 욱신거릴 때

세상이 나에게 쏘아붙일 때

눈이 하도 시큰거려 하늘만 올려보게 될 때


지금 이 순간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절절하게 저릿저릿하게 가슴을 후리칠 때


비상계단을 오르다 말고

나는 가만히 서서


내가 해장국을 갚아야 할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로 인해 머리 아프게 숙취를 느꼈을 이들을

내가 쏘아붙이고 내가 한 방 안긴 이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내 얼굴이 붉어지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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