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장국을 생각한다
내가 해장국을 사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다 내가 지나쳐간 얼굴들이다
세상이 나에게 숙취를 안길 때
빙글빙글 걸음마다 팔이 휘돌릴 때
세상이 나에게 한 방 안길 때
다음날 그 다다음날까지 볼따구니가 욱신거릴 때
세상이 나에게 쏘아붙일 때
눈이 하도 시큰거려 하늘만 올려보게 될 때
지금 이 순간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절절하게 저릿저릿하게 가슴을 후리칠 때
비상계단을 오르다 말고
나는 가만히 서서
내가 해장국을 갚아야 할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로 인해 머리 아프게 숙취를 느꼈을 이들을
내가 쏘아붙이고 내가 한 방 안긴 이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내 얼굴이 붉어지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들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