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집 의자에 기대어
1.
또 나를 만든 것은
내가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다
내가 잡지 않았던, 또 나를
스쳐갔던… 지나갔던… 버리고 갔던…
또는 내가 버리고 갔던… 지나갔던…
그리고 스쳐갔던…
과거의, 그리고
‘못’과 ‘안’으로 풀어써야 하는,
아니, 그마저도
가능성이라는 말조차 간지러운,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지금의 나는, 백반집 의자에 기대어,
공기밥을 앞에 두고, 끓는 뚝배기를 기다리는
小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2.
때로 후회는, 지나버린 가능성으로 풀이된다
지나버린 가능성이
내 머리에 철가루처럼 들러붙을 때
아니면 내 머리가 이것들을 끌어당길 때
나는 지금처럼, 노란 햇빛에 빛이 바랜 이 백반집의 의자에 얌전하니 기대어 앉아,
반질반질한 스뎅 그릇에 담긴 공기밥을 앞에 두고, 끓는 뚝배기를 기다리고 있는,
따위, 따위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小한 즐거움을 생각한다 小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