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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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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서시 Oct 23. 2023

빈자리

술잔 앞에 앉아서

때로는 

상실이 몰아친다     


빈 거리를 더 짙게 두드리는 비     


저 가을나무의 가지

가지마다 저렇게 상실은 무더기로,

떼거리로 밀려들고     


우리는 술잔 앞에서 말을 잃는다…     


그대야

그러나 보아라 저 나무의 가지

가지들이 움켜쥐고 있는

빈자리     


상실의 끝

에서 우리는 빈자리를 얻는다     


늙은 개가 오래도록 햇볕을 쬐던 자리…

가장자리가 낡아버린 책장… 

떠나간 그의 머리칼…     


그렇게 우리는 빈자리를 얻는다     


빈자리가 그리움을 피운다는

빈자리가 절실함을 그린다는

말은 아직 하지 말자

(지금은 오롯이 빈자리를 얘기할 때다)    

 

상실이 때로는

이렇게 몰아쳐서

     

우리는 빈 거리를 걷고

반 자리를 끌어다 엉덩이를 붙이고

술잔을 채운다     


보아라 이 찰랑이는 상실

너와 나 사이의 가득한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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