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두의 주머니에 뱀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은 아니고 매일도 아니고, 가끔
아, 그런 일이 있었더랬지 싶을 때 가끔씩
우리가 더 조심스러울 수 있도록
조금 더 야단스러울 수는 있더라도
당연히 독은 없어야 할 것이다
큰 놈도 괜찮다
화려한 놈도 좋다
주머니뿐 아니라,
오래 열지 않은 서랍에도 있어야 한다
낡은 앨범에도 있어야 한다
- 이번에는 뱀이 어머니 장롱에서 나왔지 뭐예요…
- 졸업 앨범에서 나오지 뭐야, 왜, 우리 같이 찍었던, 수학여행 가서 찍었던 사진…
오래 걸지 않았던 전화번호도 좋다
낡은 물건에 마음이 스미듯
오래 잊고 지내던 책에도
오랜만에 다시 읽는 그 문장에도 좋다
뱀은,
툭 흐르는 눈물처럼
구불거리리라, 아주 잊지않아 주어서 고맙다고,
검은 활자와 함께 춤을 추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