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엽서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엽서시 Oct 06. 2023

주머니에 든 뱀

나는 모두의 주머니에 뱀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은 아니고 매일도 아니고, 가끔

아, 그런 일이 있었더랬지 싶을 때 가끔씩     


우리가 더 조심스러울 수 있도록

조금 더 야단스러울 수는 있더라도     


당연히 독은 없어야 할 것이다

큰 놈도 괜찮다

화려한 놈도 좋다     


주머니뿐 아니라,

오래 열지 않은 서랍에도 있어야 한다

낡은 앨범에도 있어야 한다     

- 이번에는 뱀이 어머니 장롱에서 나왔지 뭐예요…

- 졸업 앨범에서 나오지 뭐야, 왜, 우리 같이 찍었던, 수학여행 가서 찍었던 사진…  

   

오래 걸지 않았던 전화번호도 좋다

낡은 물건에 마음이 스미듯     


오래 잊고 지내던 책에도

오랜만에 다시 읽는 그 문장에도 좋다

뱀은,

툭 흐르는 눈물처럼

구불거리리라, 아주 잊지않아 주어서 고맙다고,

검은 활자와 함께 춤을 추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의 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