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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8K 단편영화 '언택트'

일상의 마음을 움직이는 간명한 이야기

by 김동진

김고은이 연기한 '수진'과 김주헌이 연기한 '성현'은 연인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헤어졌다. 유학 중이던 '성현'은 코로나 19로 인해 귀국 후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보내고, 그러는 동안 우연히 '수진'의 소식을 듣고는 '수진'이 운영하는 브이로그 채널을 본다. 홀로 캠핑을 떠난 '수진' 역시 '성현'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2020-10-20%20(89).png 영화 '언택트' 중에서


단지 몸과 몸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넘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일부 혹은 상당 부분이 달라지거나 사라진 일상. <언택트>(2020)는 모든 것이 낯설 뿐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의 일상을 곁에서 가만히 본다. '성현'이 '수진'의 브이로그를 보듯, <언택트>의 관객 역시 둘의 일상을 통해 관객 자신의 생활을 잠시 돌아보게 된다.


'성현'이 자가격리를 하게 만든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영화 <언택트>에서 팬데믹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핵심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각종 디지털, 비대면 기술과 산업을 적어도 몇 년은 앞당겼을 영화 바깥 상황 속에서 <언택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 그러니까 누군가 영상을 보면서 거기에 웃거나 손을 흔드는 등의 반응을 하고, 여러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문자와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일들은 그 자체가 대면 없이 일어나는 점에서 현실과 맞닿아 있다.


2020-10-20%20(93).png 영화 '언택트' 중에서


장편이 아니기 때문에 <언택트>의 인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깊어지기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여기가 워낙에 변덕스럽다고 하더라고요 날씨가. 그러니까 이따가는 또 엄청 좋을 수도 있다는 뜻이겠죠? 저는 이제 얼른 플라이를 설치해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수진'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하는 말. 그리고 "오늘 제가 이렇게 공항에 온 이유는 진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거든요. 몇 년 동안 못 봐가지고. 근데 그 사람은 제가 지금 여기 온 거는 몰라요. 왜냐하면... 제 마음을 아직 전하지 못했어요 그 사람 마음이 어떨지 몰라서." 같은 말에는 공감대 형성이라는 장벽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


영화로 말하자면 나 역시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지만, 관람/감상 경험이 아니라 이야기 수용에 관해서라면, '웹드라마'나 '웹영화'처럼 그것이 경험되는 플랫폼에 따라서 선을 그을 필요는 없기도 하겠다. 이 단편을 통해 김지운 감독이 전하는 것도 그래서 간명하다. 몸이 멀어져 있어도 마음은 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격리가 모든 것으로부터의 차단을 의미하지는 않을 거라고. <언택트>를 만난 50분의 시간은 그래서 작은 다독임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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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택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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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택트' 중에서


*

김지운 감독의 단편영화(라기엔 상영시간이 50분이라 중편에 가깝지만) <언택트>는 삼성전자와의 8K 촬영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삼성전자가 현재 연남동과 성수동에 '8K 시네마'를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고, 일반 HD 상영본이 삼성전자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다.)

유튜브를 통해 보았으므로 이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 단지 50분짜리 유튜브 영상이라 해야할지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보는 동안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간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플랫폼에 관계 없이 충분히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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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김고은, 김주헌, 조복래, 장희령 등.

2020-10-20%20(114).png 영화 '언택트' 중에서



영화모임 - 씨네엔드 월간영화인 10월 이안 감독 편(2회차 '라이프 오브 파이' (10/24(토)): (링크)

인스타그램: @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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