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Jul 27. 2018

이 노래와 춤이, 너의 내일을 조금 더 웃게 해줄 거야

영화 <맘마미아!2>(2018)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감독을 포함한 주요 제작진이 바뀌었음에도, 전편에서 좋은 건 가져오고, 단점은 개선한 바람직한 속편이다. <맘마 미아!>(2008)에 이미 사용되었던 노래들 일부는, 모두 중요한 순간에만 나온다. (1편에 쓰였던 곡은 정확히 다섯 곡 등장하는데, 셋은 과거 시점, 하나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하나로 결실을 맺게 되는 시점, 그리고 하나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무대에서 나온다.) 그만큼 전작의 흥행과 명곡의 인지도에 의존하기보다, 소폭(6분) 늘어난 상영시간만큼 뮤지컬 밖의 이야기 흐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관객에 있어서는 10년 전 세대와 지금 세대를 잇는, 캐릭터에 있어서는 과거의 '도나'와 현재의 '소피'를 이어 완성해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맘마미아!2>(2018)는, 자신의 생이 시작된 곳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맘마미아!2>는 두 가지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나는,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가 운영하던 호텔을 '호텔 벨라 도나'라 이름 짓고 리뉴얼 오픈할 준비를 하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의 시작은 1979년으로 설정된 과거, 젊은 '도나'(릴리 제임스)의 대학 졸업식이다. 이후 영화 전체를 통틀어 두 이야기는 계속 교차되는데 앞의 것은 10년 전 개봉했던 1편의 이야기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이기에 기존 출연진을 그대로 만날 수 있게 하면서 전작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뒤의 것은 왜 '소피'의 아빠가 셋이 되었는지 등 1편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그러니까, '도나'의 과거인 동시에 '샘'(피어스 브로스넌), '해리'(콜린 퍼스),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의 과거이기도 한, 1979년 시점의 이야기들이 <맘마미아!2>가 속편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인데, 이는 단지 비하인드 스토리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즉 1편 이후의 '소피'와 주변 사람들의 지금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배경이자 뿌리의 역할까지 한다. 노래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탓인지 탄탄하다고 볼 수는 없었던 1편의 이야기에 <맘마미아!2>는 팬 서비스로서의 입지를 넘어 그 빈틈을 서로 채워준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대학 졸업식 때 학생 대표자로 연단에 오른 '도나'는 학교 생활을 통해 신의와 우정, 사랑을 배웠다 이야기하는데, 실은 두 편의 <맘마 미아!>와 <맘마미아!2>가 모두 담고 있는 가치다. 다만 2편인 <맘마미아!2>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와 대사로 제시된다. 가령 호텔 재오픈을 앞두고 칼로카이리 섬을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파티를 위해 준비한 테이블과 천막 등 소품들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파티를 하루 앞두고 크게 낙담한 '소피'에게 '샘'은 아직 할 수 있다고, (파티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과거의 칼로카이리 섬에서 '도나'는 친구 '로지'(알렉사 데이비스)와 '타냐'(제시카 키나 윈)에게 마음속 사랑이 없어서 사랑을 노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이에 '로지'는 "그럼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네 마음속을 노래해보라" 말한다. 이때 시작되는 노래, 'Mamma Mia'.


앞선 상황에서 '소피'는 커리어 문제로 섬을 떠나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스카이'(도미닉 쿠퍼)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낀 후여서 섬에 닥친 폭풍이 더욱 좌절을 주고, 뒤의 상황에서 '도나'는 미래를 찾아 떠나온 섬에서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만남에 실패한 후의 아픔을 겪고 있다. 각 캐릭터가 느끼는 감성에 젖어들려다가도 영화는 얼마 가지 않아 뮤지컬 넘버로 분위기가 전환되는데 1편에서는 각 장면과 상황이 굳이 유기적이지 않더라도 '일단 노래가 좋아서' 용서가 되고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면 <맘마미아!2>에서는 뮤지컬 넘버가 등장하는 시점과 그 앞뒤의 상황, 그리고 영화 전체의 흐름이 전편 대비 꽤 짜임새 있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운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무작정 떠나온 섬에서 수많은 감정과 상처를 겪은 '도나'는, 그리고 섬에서의 자신의 삶이 불확실해졌음에 낙담하던 '소피'는, 결과적으로 영화의 노래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 언급하자니 아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일 것 같지만...


<맘마미아!2>는 뮤지컬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You can dance, you can jiv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에 가장 충실하다. 노래만 믿고 이야기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계속되는 이야기에 노래가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격이다. 슬프고 좌절되는 상황에서도 영화 속 인물들은 쉽게 낙담하지 않는다. 장르를 떠나, 이들은 노래한다. 함께 노래한다. 주, 조연할 것 없이 온 사람들이 모여, 온 섬을 누빈다. 1편에서 'Dancing Queen'이 나오는 시퀀스와, 2편에서 'Dancing Queen'이 나오는 시퀀스는 아주 닮아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작이 잘할 수 있었던 것을 계승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2편에서 'Dancing Queen'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을 고려하면 후자의 'Dancing Queen'은 곧 전작을 따르는 것인 동시에 과거 이야기를 거쳐온 사람들이 현재의 섬 사람들과 만나는 바로 그 대목에서 나오는 노래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좌) <맘마 미아!>(2008), (우) <맘마미아!2>(2018)


바로 이 'Dancing Queen'이 귓가에 들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면서 나는 1편에서 이미 쓰였던 노래들은 과거 시점에서만 잠깐씩 등장하겠거니 하고 짐작했었다. 그러나 그랬다면 오히려 전작과 억지로 다른 콘텐츠를 만들고자 (즉, 이미 전편에 등장했던 노래를 재활용하지 않고자) 영화의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다. '샘'(제레미 어바인)에게 '도나'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라고 말하듯, <맘마미아!2>는 전작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서 전작에서 사랑받았던 노래를 적절한 시점에 활용할 줄 안다. '해리'(휴 스키너)와 '도나'가 식사 도중 부르는 'Waterloo', '도나'와 '로지', '타냐' 세 사람이 부르는 'Mamma Mia' 같은 노래들이 그것이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Mamma Mia'의 가사를 보면 'Here I go again'이란 대목이 있다. 영화 <맘마미아!2>의 원제는 'Mamma Mia! Here We Go Again'이다. 1편에서 '도나'(메릴 스트립)와 '소피'가 모녀이지만 각자의 이야기가 따로 존재했다면, 마침내 2편, <맘마미아!2>에서는 '도나'와 '소피'의 이야기가 하나로 만난다. 이제야 만난다. 이미 함께 노래했던 사람들 외에, 2편에서 새로 등장하는 호텔 지배인 '페르난도'(앤디 가르시아)와 '소피'의 할머니 '루비'(셰어) 역시 작품에 활력을 더한다.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1편에서 '소피'의 결혼식이 열린 장소를 비롯해 <맘마미아!2>는 공간적 배경이 전편과 많이 겹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같은 공간이라는 것을 넘어, 편집의 기교를 넘어, <맘마미아!2>를 통해 '도나'의 이야기와 '소피'의 이야기는 마침내 각자의 '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엄마의 과거를 이해하게 된 딸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가 된 딸의 이야기, 그리고 전작에서 미처 들려주지 못했던 엄마의 지난 이야기. 전작보다 한층 깊어지고 성숙해진 이야기. 전작에서 사랑받았던 노래와 함께 ABBA의 다른 곡들을 새롭게 활용하고 조화시키되, 전작과의 장르적, 분위기적 일관성을 잃지 않으면서, 영화 <맘마미아!2>는 10년 전 1편을 극장에서 만났을 관객들에게, 그리고 지금 2편을 처음 만났을 관객들에게, 저마다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한다. 우리, 다시 노래해볼까요? (★ 8/10점.)



영화 <맘마미아!2> 국내 메인 포스터

<맘마미아!2>(Mamma Mia! Here We Go Again, 2018), 올 파커

2018년 8월 18일 (국내) 개봉, 114분, 12세 관람가.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릴리 제임스, 조쉬 딜란, 휴 스키너, 제레미 어바인,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알렉사 데이비스, 제시카 키나 윈, 셰어, 크리스틴 바란스키, 줄리 월터스, 도미닉 쿠퍼, 앤디 가르시아 등.


수입/배급: UPI코리아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영화 <맘마미아!2> 스틸컷


*브런치 무비패스 관람(2018.07.26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맘마미아!2> 메인 예고편: (링크)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들을 수 있는 다섯 곡은, 'I Have A Dream', 'Mamma Mia', 'Waterloo', 'Dancing Queen', 'Super Trouper'다.


영화 <맘마미아!2> 캐릭터 및 캐스팅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나고 나면, 짧은 보너스 영상 하나가 있다.





*좋아요와 덧글, 공유는 글쓴이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이전 16화 김지운 감독의 8K 단편영화 '언택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