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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28. 2019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 아름다울까?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2018)

사라진 건 다시 오지 않을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 아름다울까?

(박시하, '꿈 - 현에게' 부분,
문학동네시인선 080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에서)


1964년에 개봉하여 당시 600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음악상, 주제가상, 시각효과상, 편집상을 수상한 (그리고 작품상,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던) <메리 포핀스>. 실사 영화에 수작업으로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이 결합되고 뮤지컬 넘버들까지 입혀지며 <메리 포핀스>는 원작 동화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작자 P. L. 트래버스와, <메리 포핀스>의 영화화를 위해 그를 오래도록 설득한 월트 디즈니 사이의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2013)에서 그려진 것과는 달리 실제로 P. L. 트래버스는 영화판 <메리 포핀스>에 나오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월트 디즈니는 <메리 포핀스>의 성공 이후 영화의 속편을 만들기 위해 그를 다시 설득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속편은 성사되지 않았고, 원작 [메리 포핀스]가 속편 영화가 아닌 뮤지컬 공연으로 제작될 때에도 P. L. 트래버스는 영화 <메리 포핀스>(1964)에 참여했던 제작진은 한 명도 뮤지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뮤지컬 제작을 수락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1996년 P. L. 트래버스 사후 20여 년이 지나, 디즈니에서는 마침내 그의 유족들의 허락을 받아 <메리 포핀스>의 속편 개발에 착수한다. 마찬가지로 뮤지컬 영화인 <시카고>(2002)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수상한 롭 마샬 감독이 연출로 내정되고 주역인 '메리 포핀스' 역은 줄리 앤드류스 대신 에밀리 블런트가 맡게 되는 등 50년이 지나서야 속편 제작이 본격화되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서 공개된 <메리 포핀스 리턴즈>(2018)는 <메리 포핀스>의 이야기로부터 25년이 흐른 뒤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공간은 여전히 런던이다. <메리 포핀스>에서 아이들이었던 '제인'과 '마이클'은 성인이 되어 있고 '마이클'에게는 마찬가지로 자녀들이 있다. 21세기 들어서, 디즈니가 자사 애니메이션들을 실사 영화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이후 지금껏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3월에는 바로 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했던 팀 버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덤보>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여름에는 <알라딘>도 찾아온다.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컷




여기까지만 살펴봐도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관람 전 기대할 만한 요소들은 충분하다. 게다가 '디즈니'라는 이름, '뮤지컬'이라는 장르, 에밀리 블런트를 비롯해 벤 위쇼, 에밀리 모티머, 메릴 스트립, 콜린 퍼스 등을 아우르는 캐스팅까지. (<메리 포핀스>에 '버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딕 반 다이크는 9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도 특별출연으로 활약한다.) 2월 14일 국내 개봉해 누적 관객이 겨우 20만 명을 조금 넘어선 정도인 지금, 적어도 국내에서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관객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북미 개봉 전, 자국 누적 흥행 예상치가 3억 달러를 넘어설 만큼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다. (전망치가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 많은 국가들에서 상영 중이지만 북미를 포함한 전 세계 극장 수익은 현재 3억 4,509만 달러. (2월 27일(수) 기준)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오히려 언론 매체 및 평단보다도 관객들의 반응이 더 좋지 못하다. 막대한 제작비(순 제작비는 1억 3천만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가 투입되고 눈과 귀를 모두 자극시킬 시각적, 청각적 공세가 더해졌어도, 결과적으로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작품의 인지도에 비해 소위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북미를 제외한 해외 성적 1억 7,414만 달러 중 약 5,598만 달러는 영국 내 흥행 성적이다.) 어떤 이야기는 <스타 이즈 본>(2018)의 경우처럼 새롭지 않더라도 다시 이야기되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호응을 얻곤 하지만 (물론 좋은 반응과 입소문이 더해졌을 때),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탄탄한 원작 혹은 대형 흥행작을 기반으로 한 속편이어도 언제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하나의 예시로 남게 되는 것일까.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컷


우선 <메리 포핀스>의 '메리 포핀스'에 대해 들어는 봤어도 막상 작품을 실제로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메리 포핀스'가 '리턴' 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쉽사리 납득하지 못할 수 있겠다. 단지 성공작을 등에 업은 속편을 만들기 위한 재소환에 불과하다고 여긴다면 말이다. 물론 <메리 포핀스>에 애착이 있는 관객이라면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좋아하기란 어렵지 않다.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는 줄리 앤드류스를 이을 '메리 포핀스' 그 자체이며,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The Place Where Lost Things Go'를 비롯해 'A Cover Is Not The Book', 'Trip A Little Like Fantastic' 등의 수록곡들은 적어도 사적인 기준에서는 <메리 포핀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귓가에 맴돌 만한 곡이라 느꼈다. 특히 후자로 언급한 두 곡은 음악은 물론 안무와 영상의 연출과 출연진의 합에 있어서도 무척 화려하다.


다만 아쉬움은 이야기 자체에 있는 것일까. '메리 포핀스'가 돌아온 '뱅크스'네 가정이 겪는 위기는 비교적 싱겁게 해결되는 편이고 원작의 '메리 포핀스'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그의 활약 자체는 오히려 '전등원'인 '잭'(린-마누엘 미란다)과 그 동료들에 비해서 약한 인상을 남긴다. 이야기가 얼추 마무리된 후 에필로그라 할 수 있는 후반부는 리듬감이 늘어지는 듯한데, 나는 사실상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이야기를 열고 닫는 건 오히려 '메리 포핀스'보다 관찰자 비슷한 모양새로 등장하는 '잭'의 역할처럼 보여서라고 생각했다. (물론 '잭'은 '제인'(에밀리 모티머)과의 관계가 발전되면서 단지 주변 인물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컷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한 건 물론 초대형 흥행작이 된 <극한직업>과 동시기 개봉한 <사바하> 등 강력한 경쟁작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랑받아온 이야기의 속편 혹은 리메이크인 두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와 (앞서 잠시 언급한) <스타 이즈 본>을 보면서 '이미 이야기된' 이야기의 운명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니까, "다른 세계는 곧 다른 관점"이라고 말하는 영화가 정작 그 다른 세계를 새로운(글자 그대로의 새롭다는 의미보다는, 동시대 관객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거나 반영한다는 뜻에서의) 관점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일까. 디즈니 영화가 아니어도, 어릴 적 기억이나 꿈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것이 아주 사라진 게 아니라 분명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또 그러니까, 이 영화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 관객들의 생각 중 하나는 이를테면 이런 게 아니었을까. '무려 '메리 포핀스'가 돌아왔는데 보여주는 이야기는 익숙하게 만나온 다른 작품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라고.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너무 늦게 도착한 속편이다. 54년 만에 '돌아온' 이 이야기는 단지 '돌아왔기 때문'인 것 외에는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를 다수의 관객에게 설득하지는 못한다. '좋은 이야기인 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까지 동하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영화에 대한 감상은 여전히, 나름대로 더 정리를 해보는 중이다. 당신은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하다. 어쩐지 나는 이 작품을 가능하다면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아서.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국내 메인 포스터

<메리 포핀스 리턴즈>(Mary Poppins Returns, 2018), 롭 마샬 감독

2019년 2월 14일 (국내) 개봉, 130분, 전체 관람가.


출연: 에밀리 블런트, 린-마누엘 미란다, 벤 위쇼, 에밀리 모티머, 메릴 스트립, 콜린 퍼스, 줄리 월터스, 딕 반 다이크, 안젤라 랜즈베리, 픽시 데이비스, 나다니엘 살레, 조엘 도슨 등.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틸컷

(★ 7/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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