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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Nov 26. 2020

40대, 이직하기 좋은 나이

상대적 박탈감.

"이제 Y선배는 넘사벽이지"

나는 오랫동안 잡지 에디터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운 좋게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팀 리더로 옮기게 되었는데,

한 곳에 오래 다니질 못하고, 여러 붙임이 있어왔다. 

바로 직전의 IT 앱 서비스 스타트업이 해체가 되어, 현재는 그렇다.

백. 수. 다.

 

나에겐 잡지 에디터 시절부터 함께 한 20년 지기 선배들이 있다. 

Y선배와 H 선배. 우리 세 명은 잘 맞았다. 

Y선배는 아직 잡지계에서 현역이다. 

여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편집장이자, 본부장으로 한 번의 경력단절 없이 계속해서 일해오고 있다. 

딸아이가 중학생이다. 

H 선배는 두 아이를 기르느라 회사는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지만, 프리랜서로써 꾸준히 일을 해오고 있다. 

난 이 두 선배를 정말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 대. 적. 박. 탈. 감은 분명히 존재했다. 


나의 커리어는 현재 요동치고 있는 파도 같기도 하고, 잔잔한 호수 같기도 하다. 

누가 보면 프로 이직러이고, 현재는 백수이기 때문이다. 


IT 앱 서비스 스타트업은 나에겐 소울컴퍼니일 정도로 Fit이 잘 맞았다.

지금껏 19년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그중 가장 마음이 편했고, 자연스러웠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투자가 결렬되면서 해체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 뒤 바로 콜이 있어서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중견 소비재 기업의 세일즈 마케팅팀 리더 포지션이었는데, 

나와 정말 Fit이 맞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힘들었고, 그만두었다. 


H 선배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보기엔 좋은 회사 같은데, 좀 더 다녀보지 그랬어. 우리 나이가 있는데, 이직이 쉽지 않잖아. Y 선배는 잠실 파크리오로 최근에 이사했다고 들었어. 정말 이제 선배는 넘사벽이야."

맞다. H 선배의 워딩에 틀린 말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남들이 보기엔 좋은 회사였구나. 더 다녔어야 했나?! 정말 하루하루 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뭔가 대안을 갖고 나왔어야 했나. 나이가 젊은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를 쉽게 나온 거지? Y 선배는 잠실 파크리오를 결국 샀구나. Y 선배는 자기 차도 벤츠인데, 선배는 정말 이제 넘사벽 맞네....'


나는 내가 느끼는 '만족'에 큰 의의를 두고 살아왔다.

하루하루 행복에 미쳐 날뛸 정도는 아니어도, 

여러 가지 내가 만족하며 느끼고 사는 것이 중요했다.

난 정말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다. 

나의 라이프스타일, 딸아이와의 일상, 커리어... 이 모든 것이 그랬다. 

그렇기에, 나는 용기 있게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자체로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뭔가 길을 잃은 느낌이다. 

불과 한 달 전의 사직서를 날릴 때에는 그렇게도 용감했는데 말이다. 


한 번의 경단 없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Y 선배의 커리어, 

그리고 그녀의 넘사벽 부의 자산들로 인해

오늘 나는 작아졌다. 


내 인생은 (나도 모르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40대가 되어도, 도전과 용기, 입사와 퇴사, 이직이라는 키워드들은 ing이다. 

 

p.s. 잡지사 에디터 시절 이후 글쓰기란 것을 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오늘 갑자기 브런치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40대 프로 이직러(?)의 커리어, 일상, 또한 도전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힘내서 계속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40대 #이직 #퇴사 #프로이직러 #상대적박탈감 #다귀찮기도하지만 #용기내서 #잘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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