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Nov 27. 2020

40대 워킹맘, 프로이직러의 첫 입사 이야기

꿈같은 첫 입사. 그리고 8년. 비단 그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첫 입사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때부터 직업을 찾는 모험이 분명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밀레니얼.

그때 난 대학을 갓 졸업했고, 백수였고, 그 흔한 토익 점수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공채를 준비하기엔 다른 친구들보다 늦은 것 같았다.

외국어 대학을 다니면서도 공부하지 않던 외국어를

취직을 위해 준비하기엔 뭔가 내가 더 경쟁력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질문을 다시 해보았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린 대답은

'글을 쓰고 싶다'였고,

글을 쓰는 직업으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기자'였다.


그럼,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하는 거지?

그때는 기자가 되고 싶으면, 그래 또 '공채'를 봐야 했다.

기승전 '공채' 시절...ㅠ.ㅠ


또다시 생각한 건

'신문사나 방송사 기자만 기자가 아니라,

잡지 기자라는 것도 있지 않나?'

음... 뭔가 길이 잠깐 보이는 것 같으면서!

트렌드에 '트'도 몰랐지만, 신문사나 방송사 기자보다는 더 재밌을 것도 같았다.


마음결심이  그때,

나는 바로 당당히! 동네 서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잡지 코너에 가서,

그때 당시 잘 나가던 '보그', '엘르', '앙앙', '신디더퍼키', '쎄씨' 

이렇게 매대에 놓여있던 최신호 잡지를 펼쳐서,

각각의 편집장님과 회사 주소를 노트에 적어 왔다.


그리고 난 뒤에 나의 이력서가 아닌

'나'를 주인공으로 한 '제8요일'이라는 소설을 써서,

내가 누구인지 소설로 나를 보여주며,

나는 이렇게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니깐,

편집장님이 만드시는 멋진 매거진에 꼭 조인을 해야 한다고 쓰고,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우편으로 기본적인 나의 정보와 함께 적어 보냈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그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참 가상하다.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위에 매거진들 중 한 곳에서,

정말 패션 매거진 편집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로 면접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릴없이 소파 위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며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던 백수에서,

드라마틱하게 면접 제의가 온 것도 모자라,

면접을 본 그다음 날부터 잘 나가는 '매거진 에디터'로 정식 입사를 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지금껏 내 인생에서 그렇게 재밌고, 다이내믹한 시절은 없었던

인생의 호시절을 그 매거진에서 8년간 보냈다.


잘 나가는 연예인과 패션/뷰티 화보 촬영을 하고,

그들과 함께 간접 인생 경험을 하는 듯 인터뷰를 진행하고,

패션, 뷰티 가릴 것 없이 수십, 수백 가지 제품들을 촬영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 같이 일한 선후배들은 지금도 인생의 파트너들로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유별나게 드라마틱한 입사의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옛날 옛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꿈같은 첫 입사의 이야기.

참 그땐 그렇게 세상이 다 내 것인 양, 인생이 재밌었다.

작가의 이전글 40대, 오래오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