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 시작한 숲
그 시선은,
아직 이 숲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숲은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바람은 풀잎을 스치고 지나갔고, 물은 흘러가며 제 소리를 냈다. 모든 것은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격이 생겨 있었다. 마치 숲이 일부러 한 박자 늦춰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두꺼비는 그 지연을 느꼈다. 낯선 것을 맞이할 때 숲이 취하는 오래된 태도였다.
두꺼비는 몸을 낮춘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앞서 나가기도, 물러서기도 애매한 자리. 지금은 결정을 내릴 때가 아니라, 규칙을 읽어야 할 시간이었다. 작은 두꺼비는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눈은 한 점에 고정돼 있었고, 그 시선에는 망설임보다 계산에 가까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두려움과 경계는 닮았지만, 결과는 다르다. 두꺼비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풀과 흙의 경계에서 공기의 결이 바뀌었다. 소리도, 냄새도 아니었다. 거리였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 유지되는 간격. 서로를 재고, 서열을 정하지도 않은 채 시간을 늘리는 방식. 두꺼비는 그 거리 안에 숲의 오래된 기억이 들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숲에서는 늘 모든 것이 동시에 살아남지 않는다.
그건 비극이 아니라, 규칙이었다.
두꺼비의 기억 속에서 아주 오래된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알들이 물속에 남겨졌던 계절. 수없이 많은 숨이 한꺼번에 시작되던 순간. 그러나 그 숨들 모두가 이름을 얻지는 못했다. 숲에서는 스무 개의 숨이 태어나면, 그중 절반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선택은 늘 조용히 이루어진다.
작은 두꺼비의 숨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두꺼비는 앞발을 뻗어 그 등에 닿았다. 막기 위한 손길도, 끌어당기는 힘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의 리듬을 함께 버티겠다는 표시였다. 작은 두꺼비는 그 접촉을 느끼고 숨을 다시 고르게 만들었다. 아직은, 이 규칙을 전부 알 필요가 없었다.
숲의 안쪽에서 잎사귀 하나가 떨어졌다. 가볍게, 아무 의미도 없는 듯. 그러나 두꺼비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숲은 늘 이렇게 말한다. 큰 일 앞에서, 가장 사소한 움직임으로.
시선은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다가오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두꺼비는 그 침착함에서 하나의 확신을 얻었다. 이 존재는 급하지 않았다. 숲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먹을 것이 될지, 아니면 지나칠 것이 될지를 숲에게 맡긴 채.
숲은 늘 그렇게 판단한다.
먼저 태어난 것보다,
먼저 드러난 것을 기준으로.
두꺼비의 가슴 안에서 또 다른 기억이 조용히 움직였다. 올챙이였던 시절. 물속에서 수없이 스쳐 지나가던 그림자들. 그 그림자들은 모두 적이 아니었지만, 모두 친구도 아니었다. 그중 열 개의 몸만이 물 위로 올라왔고, 나머지는 물속에 남았다. 그 사실을 애도하는 존재는 없었다. 숲은 애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두꺼비는 아직 그 숫자를 모른다.
스무에서 열로 줄어드는 계산을,
이 숲의 리듬을.
그러나 몸은 이미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두꺼비는 도망치지 않았다. 눈을 돌리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자리를 정확히 유지하고 있었다. 숲의 리듬을 거스르지 않되, 삼켜지지도 않는 위치. 두꺼비는 그 선택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시선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이동이라기보다, 판단을 미루는 쪽에 가까운 변화였다. 두꺼비의 피부에 다시 옅은 열감이 스쳤다. 이번에는 오래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숲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언제든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숲의 소리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다. 새의 울음이 이어졌고, 바람은 다시 풀을 흔들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꺼비는 알고 있었다. 방금 전의 순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층을 바꾸어 저장되었다는 것을. 숲은 늘 모든 것을 기억한다. 다만 한 번에 꺼내지 않을 뿐이다.
작은 두꺼비가 마침내 고개를 내렸다. 그 순간, 두꺼비는 확신했다. 이번에는 선택되지 않았다는 것을. 적어도 지금은. 살아남았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 계산으로 넘어갔다는 의미였다.
두 생명은 그 자리를 떠났다. 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은 걸음. 시선은 따라오지 않았다. 대신 숲의 더 깊은 곳, 아직 닿지 않은 자리로 물러났다. 마치 다음 만남의 위치를 미리 정해두기라도 한 것처럼.
숲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의 성질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이 숲에서는,
모두가 자라지 않는다.
이 숲에서는,
열 개의 이름만
다음 계절로 건너간다.
그리고 두꺼비는 알았다.
이제 이 숲은,
다음 세대를
천천히 고르고 있다는 것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