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손짓
이 밤이 끝나면,
말이 되지 못했던 마음은
반드시 하나의 형태를 갖게 될 것이다.
별관의 공기는 아직 숨을 참고 있었다. 벽과 바닥, 오래된 서랍과 기록대까지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 듯한 밤이었다. 우체국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밤이 지나면, 이곳에 남아 있던 것들 중 일부는 더 이상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오로라 같은 눈을 가진 여자는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움직임은 조심스러웠지만 망설이지는 않았다. 보랏빛 머리칼이 어깨에서 흘러내리며 별관의 어둠을 스쳤다. 그녀는 잠시 서서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오로라 눈을 가진 여자가 한참을 이리저리 주변을 눈을 굴리어 살피더니 오른손을 쫙 펴 보이며 주술을 읊어댄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읊어대다 왼쪽 벽장이 스르르 열리는 게 아닌가
그 문장이 현실이 되듯, 별관의 공기가 뒤틀렸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빛이 번쩍이거나 소리가 터져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공간의 결이 바뀌었다. 마치 종이를 오래 접어두었다가 다시 펼칠 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주름들이 서서히 펴져 나갔다.
“… 라에르—시움—”
낮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소리. 말이라기보다는 숨과 숨 사이에 끼어든 파동이었다. 루네는 그 주술이 허락을 구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이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이미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움직임이었다.
쿼카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저건… 기록에 없는 방식이에요.”
“그래.”
루네는 시선을 벽장에서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래서 위험해.”
벽장은 소리 없이 열려 있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귀 안쪽이 울리는 듯했다. 안쪽은 어둡지 않았다. 깊었다. 오래된 봉투와 상자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그 중심에는 검은 리본으로 봉인된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한 번 풀리면 다시 묶을 수 없을 것 같은 매듭. 그리고 그 표면에 남아 있는, 이름을 지웠던 자리.
여자의 숨이 잠시 흔들렸다. 주술의 여파가 몸을 따라 늦게 도착한 듯,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그 손을 주먹 쥐듯 움켜쥐었다가, 다시 천천히 풀었다. 대가를 알고도 멈추지 않은 선택의 흔적이었다.
“아직…”
그녀가 낮게 말했다.
“… 여기 남아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남겨둔 건,”
루네가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스스로 사라지지 않아.”
여자는 벽장 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로라 같은 눈에 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도망치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자신이 연 문을 외면하지 않았다.
포노가 낮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되돌릴 수 없어.”
여자는 대답 대신 벽장 안의 봉투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 봉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바람도, 손길도 없었는데. 마치 안쪽에서 스스로 형태를 갖추려는 것처럼.
우체국은 침묵했다. 그러나 분명했다.
이 밤이 끝나면,
말이 되지 못했던 마음은
더 이상 그림자나 숨결로 남지 않을 것이다.
그 마음은,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과 책임을
함께 얻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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