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유니폼은 보호가 아니라 계약이었다

돌아갈 수 없는 쪽으로 버튼이 눌렸다

by Helia

그리고 이 밤이 끝난 뒤,
어떤 기록은 남고,
어떤 기억은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 사실을 가장 늦게 받아들인 건,

방이었다.

사람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소리로 남지 않았다. 문이 닫히지도 않았고, 발소리가 멀어지지도 않았다. 다만 방 안의 공기가 한 겹 가벼워졌을 뿐이었다. 의자는 그대로였고, 책상 위의 책도 제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있던 자리는 끝내 채워지지 않았다. 기억이 빠져나간 뒤 남는 공백처럼, 그 자리는 오래 비어 있었다.

여자는 그 자리를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데 오래 머무는 건, 언제나 늦은 쪽의 선택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시선은 루네에게로 향했다.
루네는 문가에 서 있었다. 같은 자리, 같은 자세였다. 그러나 더 이상 관찰자의 위치는 아니었다. 방 안의 무게 중심이 아주 미세하게 그녀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여자는 그 변화를 확인하듯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이번 동작은 요란했다. 일부러 크게, 공기를 휘젓듯 손목을 돌렸다. 주술의 정교함을 위한 몸짓이 아니라, 방향을 확정하는 몸짓이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손이 허공을 가르며 루네를 향해 내려왔다.

탁.

짧고 분명한 소리.
무언가가 맞닿는 소리가 아니라, 선택이 굳어질 때 공간이 스스로 내는 소리였다.
그 순간, 루네의 옷이 바뀌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옷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른 결의 옷이 몸에 맞게 자리 잡았다. 색은 차분했고, 장식은 없었다. 움직이기 쉽고 오래 입어도 부담되지 않는 재단. 눈에 띄지 않지만,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형태. 별사탕 우체국의 유니폼이었다.

루네는 자신의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손끝으로 천을 집었다. 촉감은 낯설지 않았다. 처음 입는 옷이 아니라, 이미 오래 입어 온 것처럼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단추를 하나 잠그려다, 아주 잠깐 멈췄다.
숨이 한 박자 늦게 내려왔다.
유니폼은 보호가 아니라 표시였다. 이 옷을 입는 순간, 돌아갈 수 있는 경로 하나가 조용히 닫힌다는 사실을, 루네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단추를 끝까지 잠갔다.

“…….”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선택은 이미 몸으로 끝나 있었다.
포노가 발치에서 그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꼬리는 바닥에 느슨하게 붙어 있었고, 눈동자는 고요했다. 고양이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변화가 오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루네에게서 손을 거두고,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이번에는 동작이 짧았다. 설명은 필요 없었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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