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시작된 자리
이 이름을 다시 꺼내는 순간이,
오늘이 끝나는 시점은 아니라는 것을
해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현관 불을 켜 둔 채로 한동안 서 있었다. 신발을 벗지 않은 채,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서점에서 나와 집까지 오는 동안에도 생각은 이어졌지만, 문을 닫는 순간 그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눈이 마주치던 순간, 말을 삼키던 표정, 종이를 건네던 손.
해윤은 그제야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불을 켜고, 가방을 소파 옆에 내려놓았다. 익숙한 공간이었다. 늘 같은 냄새, 같은 조명. 그런데 오늘은 어딘가 낯설었다. 공간이 바뀐 게 아니라, 들어온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접히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손바닥 위에 올려두자 얇은 종이가 온전히 느껴졌다. 이름과 숫자. 단순한 정보일 뿐인데, 이상하게 무게가 있었다.
이현.
해윤은 그 이름을 속으로 천천히 불러보았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불렀던 이름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이헌. 발음 하나 차이. 획 하나쯤 어긋난 느낌. 같은 얼굴, 비슷한 이름. 그 작은 어긋남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같은 사람일 리는 없었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해윤은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술집에서 한 번, 서점에서 또 한 번. 두 번이나 마주쳤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해윤은 그날 밤, 같은 장면을 세 번이나 떠올렸다. 떠올릴 때마다 이유는 달랐지만, 끝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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