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가 먼저 아파본 사람에게
참는 게 미덕인 줄 알았다. 그런데 먼저 아픈 건 늘 내 몸이었다. 크게 다친 적도 없고, 눈에 띄는 사건도 없는데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지쳤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그때는 몰랐다. 말하지 않은 것들이 이렇게 오래 남아 몸을 누른다는 걸.
나는 늘 먼저 넘겼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괜히 예민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웃으며 넘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 편이 편하다고 믿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냈다. 불편함이 스칠 때마다 마음속에서 작은 신호가 울렸지만, 그 소리는 늘 작았다. 애써 듣지 않아도 될 만큼.
하지만 사라진 건 아니었다. 삼킨 말들은 안쪽에 머물렀고, 마음은 그 무게를 기억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지쳤다. 별말 아닌 한마디에 가슴이 먼저 반응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장면들이 밤이 되면 떠올랐다. 나는 그걸 성격 탓으로 돌렸다. 내가 유난해서 그렇다고, 내가 약해서 그렇다고.
그렇게 나를 낮추는 동안, 사람들은 점점 편해졌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괜찮은 줄 알았고, 선을 넘는 말에도 별일 없다고 여겼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 같은 게 그들 쪽에 쌓였다. 나는 늘 이해하는 쪽에 서 있었고, 늘 넘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말은 점점 가벼워졌고, 나는 점점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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