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 수 없는 동행
나를 두고 갈 수 없는 삶이라는 사실이, 어떤 날은 벌처럼 느껴진다. 어디로 도망쳐도 결국 같은 얼굴이 따라오고, 숨을 고르고 돌아서면 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는 늘 나를 부른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아직 오늘이 남아 있다고. 나는 그 부름이 버거워서 고개를 숙이면서도, 끝내 외면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해서, 삶은 늘 나에게서 시작된다.
도망치고 싶던 날들이 있었다. 아주 멀리, 책임도 설명도 필요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상상 속의 그곳에도 나는 있었다. 의자를 끌어당기며 앉아 있는 나, 숨을 쉬고 있는 나. 그러니 사라짐은 언제나 반쪽짜리였다. 나를 떼어내지 못하는 한, 어디로 가든 같은 무게를 들고 가야 했다. 그 무게는 가끔 짐처럼 느껴졌고, 가끔은 목에 걸린 이름표처럼 나를 드러냈다.
나는 나를 가방처럼 들고 다녔다. 가벼운 날에는 어깨에 걸치고 웃으며 걸었고, 무거운 날에는 손잡이가 손바닥을 파고들어 몇 번이나 내려놓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 가방 안에는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들어 있었다. 이미 지나온 시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내일, 그 사이에서 겨우 건져 올린 작은 확신들. 버리면 편해질 것 같았지만, 버리는 순간 나는 나를 잃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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