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먼저 도착한 순간
꿈은 끝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다만 이제는, 깨어 있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해윤의 밤은 쉽게 접히지 않았다.
불을 끄고 누웠지만, 눈을 감을수록 장면들이 더 또렷해졌다. 떠올리려 애쓰지 않았는데도, 선술집 안의 공기와 그 남자의 눈이 먼저 떠올랐다. 정확한 얼굴이라기보다는, 눈이 마주치던 순간의 정지. 시끄러운 공간이 한순간 꺼진 것처럼 느껴지던 그 지점.
몸을 옆으로 돌렸다. 이불을 끌어당겼다. 잠은 오지 않았다.
시간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직 밤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밤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시각. 해윤은 화면을 뒤집어 두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남자의 눈물.
아무 말도 없이 흘러내리던 얼굴.
이해하려 들지 않기로 했다. 이유를 붙이는 순간, 그 장면이 너무 많은 의미를 갖게 될 것 같았다. 해윤은 그저 떠오르는 대로 두었다. 사라졌다가, 다시 떠오르고, 또 한 번 머무는 흐름을 막지 않았다. 그 결과, 잠은 설쳤고 밤은 길어졌다.
창밖이 조금 밝아졌을 무렵, 해윤은 겨우 눈을 붙였다. 깊은 잠은 아니었다. 꿈도 꾸지 않았다. 대신 오랫동안 어디를 걸은 것처럼, 몸이 묵직했다.
다음 날 아침은 주말이었다.
알람 없이 눈을 떴고, 잠들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피곤하다고 말하기엔 애매했고, 개운하다고 하기도 부족했다. 해윤은 커튼을 조금 걷고 햇빛을 확인한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집 안은 조용했다. 주말 특유의 공기.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는 시간. 해윤은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그대로 집에 머무르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이 달라붙지 않을 장소가 필요했다.
서점에 가기로 했다.
해윤은 늘 그랬다.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보다 책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책장 사이를 걷다 보면 생각은 정리되기보다는 흩어졌다. 그 흩어짐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서점 안은 조용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낮은 발걸음, 멀리서 들리는 계산대 소리. 해윤은 자연스럽게 소설 코너로 향했다. 익숙한 이름들, 아직 손대지 않은 제목들. 한 권을 꺼내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 문장을 읽고, 다시 위로 돌아갔다.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은 뒤에야 해윤은 인정했다. 읽고 있지 않다는 걸. 활자는 분명히 종이 위에 있었지만, 의미는 머릿속에 닿지 않았다.
그 남자가 떠올랐다.
선술집에서,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던 얼굴.
해윤은 책을 덮었다. 다시 꽂지 않고 그대로 들고 서 있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어떤 이야기에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해윤은 천천히 책장을 따라 걸었다. 제목만 훑고, 표지의 색만 확인하며. 걷는 동안에는 생각이 조금 옅어졌다.
코너를 돌던 순간, 어깨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전해졌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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