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손잡이에 닿은 시간

단 한 박자 늦어서

by Helia

그리고—
문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택시가 멈췄다.

“여기입니다.”

하준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문을 열고 내리자 밤공기가 피부에 얇게 붙었다. 캐리어 바퀴가 바닥을 긁으며 따라왔다.
간판이 보였다.
청담포차.

그 순간—

쿵.

심장이 깊게 내려앉았다.
한 박자 늦게 숨이 따라왔다.
하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몇 걸음 앞에 문이 있었다. 유리 너머로 흐릿한 불빛과 사람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여기다.
생각이 아니라, 몸이 먼저 말했다.
하준이 천천히 걸었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바닥에 붙는 느낌이 들었다. 가까워질수록 더 선명해졌다.

쿵.

쿵.

리듬이 일정해졌다.
손이 올라갔다.
문고리를 잡았다.
금속의 차가움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숨이 끊겼다.
여기다.
확신이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하준아!”

뒤에서 이름이 불렸다.
손이 멈췄다.
아주 짧은 틈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틈.
하준이 천천히 돌아봤다.

“형…”

버클리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알게 된 선배였다. 그때보다 훨씬 단정해진 얼굴, 말수가 줄어든 대신 눈빛이 단단해진 사람.

“진짜 왔네.”

선배가 다가왔다.
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방금까지 선명하던 감각이, 손에서 빠져나가듯 흩어졌다.
문.
다시 봤다.
조금 전과 같은 자리인데,
같은 온도가 아니었다.
선배가 낮게 말했다.

“연락받았지.”

“네.”

“자료는 맞춰봤어. 기록은 여기로 이어져.”
짧게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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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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