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언덕 너머의 집

기다림의 끝

by Helia

마차의 바퀴가 흙길을 덜컹이며 굴러갔다.
발굽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지지만, 소녀의 마음은 그 리듬을 따라가지 못했다. 손끝은 아직 이복언니와 소년이 잡아주던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먼지와 햇살이 뒤섞인 길 끝에서, 그들의 모습이 점점 작아져 점이 되었고,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소녀는 눈가를 스치는 뜨거움을 손등으로 훔쳤다.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지만, 목 안쪽이 바짝 조여왔다. 다시 만날 거야. 꼭. 마음속에서 그 한 문장이 스스로를 붙잡았다.

창문 밖 풍경이 느리게 물러났다.
마을 끝 느티나무는 마치 오래된 수호자처럼 서 있었고, 은방울꽃이 핀 바위는 바람에 잎사귀를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우물가의 물결, 기왓장 위에 반짝이던 햇빛까지—모든 장면이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차례로 뒤로 넘어갔다.

“할머닌…” 소녀가 조심스레 부르자, 할머니가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거예요?”

할머니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단했다.
“네 엄마가 살던 집이지. 앞으로 네가 살 곳이기도 하고. 거기서 학교도 다닐 거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 않겠니?”

‘엄마…’ 그 이름이 가슴속 깊이 울렸다.
소녀는 오래전 사진 속에서만 본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움과 낯섦이 뒤섞여 심장이 조용히 뛸 때마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또 차올랐다.

할머니가 소녀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네 엄마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네 피붙이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네 엄마를 꼭 빼닮은 이모와, 네가 태어나던 날부터 널 찾던 삼촌들이.”

언덕을 하나 넘자, 눈앞에 기와지붕 몇 채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대문 앞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마차가 멈추자, 할머니가 먼저 내려 소녀의 손을 이끌었다. 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여인이 걸음을 내디뎠다.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와 또렷한 눈매—사진 속 엄마와 닮은 얼굴이었다.

“네가 옥화구나.” 여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안 본 사이 많이 컸구나. 잘 왔다. 기다렸어. 네가 오기를. 널 얼마나 찾았는 줄 아니? 이렇게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맙다. 난 네 이모야. 그리고 너의 삼촌들이야.”

이모가 소녀를 안아 올리자, 옆에 있던 건장한 남자들이 순서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냈다. 그 눈빛엔 안도와 기쁨, 그리고 오래 묻어둔 그리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 순간, 소녀는 깨달았다.
길고 긴 고독이 끝나고 있다는 것을.
마차의 흔들림과 함께 흔들리던 마음이, 이들의 품 안에서 서서히 고요해졌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너 혼자가 아니란다.”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속 어딘가에서 얼어 있던 것이 녹아내리며,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속삭였다.
다시 만날 거야. 언젠가,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