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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문 너머에서 온 마음

by Helia

문 너머에서 나는 은빛 냄새는 이상하리만큼 제 마음과 닮아 있었어요. 심장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려앉았어요. 저는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렸어요. 전등빛이 새벽안개를 비추며 문틈 사이로 스며들었고, 그 안에 아주 작은 그림자가 떨고 있었어요. 갈빛 털에 하얀 점이 박힌 아기 사슴이었어요. 축축이 젖은 눈, 구부러진 가느다란 다리, 그리고 무엇보다—가슴에서 은빛 조각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혹시…” 아이의 목소리는 바람보다 얇았어요. “마음도… 꿰매주시나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시에 심장이 묵직하게 내려앉았어요. 그 이유는… 그 은빛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아기 사슴을 안으로 안내했어요. 전등 아래에 앉자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이슬처럼 반짝였어요. “이름이 뭐니…?” 아이는 잠시 망설인 뒤, 아주 조용히 말했어요. “… 루루예요.” 그 이름이 방 안에 떨어지자마자, 아이의 가슴에서 은빛 조각 하나가 뚝—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 조각은 쿠쿠에게서 봤던 조각과 똑같이… 감정이 없었어요. 온도도, 냄새도, 색도 흐렸어요. 저는 바늘을 든 손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물었어요. “루루야… 어느 부분이 아프니?” 아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어요. 얇은 어깨가 떨렸고, 눈망울이 한 번 크게 흔들렸어요. “저…” 숨이 찢어지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 “웃어야 할 때가 너무 많아요.” 저는 그 말에 가슴을 찔린 듯 멈춰버렸어요. 루루는 계속 말했어요. “엄마는 제가 밝았으면 좋겠대요. 친구들도 웃는 저를 좋아하고… 그래서요… 슬퍼도, 힘들어도… 저는 계속 웃었어요.” 말이 끝나자 또 하나의 은빛 조각이 떨어졌어요. 아무 감정이 없는 조각. 저는 순간적으로 손끝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어요. 이런 조각이 둘… 아니 셋이나. 말랑숲에서는 본 적 없는 현상이었어요. “루루야…” 제가 손을 내밀자, 아이의 발굽이 제 손 위에 살포시 올려졌어요. 그 순간 작고 뜨거운 떨림이 손바닥을 통해 심장까지 스며들었어요. “웃는 마음도 예쁘지만… 울어도 괜찮아. 넌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네 마음이 먼저야.” 그 말을 들은 루루의 눈이 크게 흔들렸어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물이 고였고, 마침내 또르르— 떨어졌어요. 그리고 그 눈물이 바닥에 떨어진 자리에서 은빛 조각 하나가 피어났는데, 이번엔 명확한 온도가 느껴졌어요. 따뜻함. 희망. 그리고 아주 작은 용기. 저는 조심히 그 조각을 주워 상자에 넣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바늘이 제 손 안에서 파르르— 떨렸어요. 전에도 있었던 떨림. 하지만 이번 떨림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어요. 이 문제는 루루도, 쿠쿠도 아닌… 나에게서 시작되었다고. 쿠쿠가 제 앞치마를 잡아당겼어요. “미미… 혹시…” 그리고 바로 그때, 제 발끝 옆에서 아주 작은 은빛 조각 하나가 팅— 하고 떨어졌어요. 저는 숨도 못 쉬고 굳어버렸어요. 그 조각에서 느껴진 냄새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아는 냄새였어요. 내 마음에서 떨어진 조각. 그런데 그 조각에는— 감정이 없었어요. 저는 깨달았어요. 루루와 쿠쿠에게 나타난 감정 없는 조각들. 그 시작은 어쩌면, 아주 오래전… 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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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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