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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숲 끝에서 울던 곰 인형 쿠쿠

by Helia

숲 속 어딘가에서 들리던 그 조용한 울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가슴 한구석을 계속 톡톡 건드렸어요. 마치 “어서 와 달라”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저는 바늘을 내려놓고 천천히 문을 열었어요.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 속에 아주 작은 떨림이 섞여 있었어요. 어둠과 안개, 그리고… 외로운 기운. 제 발끝을 스치는 이슬 사이로 작은 울음이 더 선명해졌어요. 저는 숨을 고르고 살금살금 숲 쪽으로 걸어갔어요. 새벽 숲은 늘 조용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고요 속에서, 작은 울음이 바위 뒤에서 들렸어요. 저는 살짝 돌아가 바위를 빙 둘러보았고—어제 문 앞에서 발견했던 그 곰 인형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팔이 떨어진 채, 배도 찢어지고, 낡은 실밥이 실처럼 삐져나온 아이. 그런데 그 아이가, 쿠쿠가… 정말로 울고 있었어요. 작은 인형이, 사람처럼. “쿠쿠…” 제가 조용히 이름을 불렀어요. 제가 붙여준 이름인데,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제 가슴 안쪽에서 아주 부드럽게 울렸어요. 쿠쿠는 고개를 들었고, 맑은 눈 속에 맺힌 울음방울이 떨렸어요. 저는 그 눈을 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이 스르르 아팠어요. “나… 무서웠어.” 쿠쿠의 목소리는 바람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아주 작았어요. “갑자기 여기 있고… 아무도 없고… 버려졌어.” 그 말 끝에서 또 은빛이 톡— 제 발끝 옆에 떨어졌어요. 마음의 조각. 그런데 이번에도 아무 감정이 없었어요. 온도가 없고, 색도 희미하고, 냄새도 없어요. 저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살짝 떨렸지만, 표정은 부드럽게 유지했어요. “괜찮아, 쿠쿠. 이제 혼자가 아니야.” 제가 손을 내밀자 쿠쿠의 작은 손이 제 손을 꼭 잡았어요. 인형 손인데도 따뜻했어요. 그 따뜻함이 제 손끝에서 심장까지 천천히 번져 와서, 숨이 살짝 떨릴 정도였어요. 그리고 저는 그 아이를 데리고 바느질집으로 돌아왔어요. 전등 아래 앉힌 쿠쿠는 조용히 숨을 골랐어요. 저는 바늘을 들고 말했다. “팔부터 꿰매줄게. 아프지 않게 할게.” 바늘을 천에 넣는 순간, 사각— 사각— 익숙한 소리가 방 안을 채웠어요. 그런데 오늘은 다르게 들렸어요. 바늘 끝에서 반짝이가 계속 떨어졌거든요. 아주 미세한, 아주 조용한 따뜻함. “조금… 느껴져.” 제가 속삭였습니다. 쿠쿠가 묻기도 전에 말이 나왔어요. “네 마음이야. 아주 작지만 따뜻해.” 쿠쿠는 새로 꿰맨 팔을 천천히 움직였어요. “나… 다시 버려지지 않을까?” 그 말에 제 가슴이 콕— 하고 아팠어요. 저는 쿠쿠의 두 손을 잡아주며 말했어요. “쿠쿠야, 네가 누군가에게 버려진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지금은 내 옆에 있어. 네 마음은 다시 따뜻해질 수 있어.” 쿠쿠의 눈이 아주 천천히 빛났어요. 그리고 그 눈빛이 작게 떨릴 때, 새로운 마음 조각 하나가— 톡— 제 앞에 내려앉았어요. 이번엔 분명했어요. 따뜻함, 희망, 미세한 용기. 저는 그걸 조심히 집어 작은 상자에 넣었어요. 그때였어요. 바깥에서 문이 ‘톡톡—’ 두드려졌어요. 낮지도 높지도 않은, 하지만 조금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 혹시, 마음도 꿰매주시나요?” 저는 문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골랐어요. 오늘의 마음은… 평범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아주 또렷하게 가슴을 스쳤어요. 그리고 손잡이에 손을 올렸어요. 문 너머에서… 은빛 조각의 냄새가 났거든요. 그것도, 이상하리만큼 저와 닮은 냄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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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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