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의 목소리
저는 미미예요. 말랑숲 한가운데, 작은 바느질집을 지키는 고양이 바느질 사죠. 새벽이면 누구보다 먼저 눈을 뜨고, 어둠이 완전히 걷히기 전 그 사이의 고요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그 시간엔 바늘이 내는 작은 소리가 숲 전체를 깨우는 것처럼 느껴져요. “사각, 사각—” 제 마음도 그 소리와 함께 조금씩 풀리는 것 같거든요. 오늘도 저는 작은 앞치마를 두르고 바느질 상자를 열었어요. 실뭉치들은 마치 잘 자고 일어난 고양이들처럼 동글동글 놓여 있고, 바늘들은 곧 일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처럼 가지런히 서 있어요. 그리고 그 한쪽에는 제가 가장 아끼는 나무상자 하나가 있죠. 그 상자엔… 마음의 조각들이 들어 있어요. 누군가 슬펐던 순간, 너무 힘들었던 마음, 붙잡고 싶었던 기억들이 아주 작은 은빛 조각으로 떨어져 나오는데, 저는 그걸 바늘 끝에 살짝 올려 찢어진 마음을 꿰매주곤 해요. 그래서 숲 친구들은 저를 ‘마음 바느질사’라고 불러요. 사실 저는 그 이름이 조금 부끄러워요. 그냥 누군가 아프면 도와주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오늘 아침, 바느질집 문 앞에 곰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밤새 바람에 흔들렸는지 낡은 팔이 한쪽 떨어져 있었고, 목 부분은 실밥이 다 튀어나와 있었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그 아이를 들어 올렸어요. “많이 아팠구나… 이제 괜찮아질 거야.” 제가 속으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인형의 몸에서는 희미한 은빛이 조용히 내려왔어요. 마음의 조각이네요. 저는 익숙하게 그 조각을 바늘 끝에 올리고 천천히 꿰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바늘이… 아주 작게 떨렸어요. 처음 보는 움직임이었어요. 마치 제 손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바늘을 잡아당긴 것처럼 미세하고, 하지만 분명하게. 저는 잠깐 멈춰 바늘을 바라보았어요. “응? 왜 그러지…?” 바느질사인 제 손은 조용하고 안정적인 걸 좋아해요. 그런데 방금은, 제 마음 어딘가가 건드려진 것처럼 바늘이 파르르 떨렸어요. 저는 조금 불안했지만, 곧 괜찮겠지 하고 다시 꿰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반짝이 조각의 온도가 달랐어요. 보통 마음 조각은 따뜻하거나, 혹은 아주 차갑거나 둘 중 하나인데, 오늘 떨어진 은빛 조각은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슬픔도, 두려움도, 외로움도 아니었죠. 아무 감정이 없는 마음 조각. 저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그저 나무상자 한쪽에 살포시 내려놓고 곰 인형의 팔을 꿰매 마무리했죠. 그 순간, 마치 시간을 재촉하는 듯 바깥에서 새 한 마리의 울음이 길게 들렸어요. 그리고 바로 그 뒤, 숲 어딘가에서 아주 낮은 울음 같은 게 들렸어요. 바람에 실려오지만 분명한 울음. 제가 꿰매주지 못한 마음이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왠지, 오늘이 조금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작은 떨림과 감정 없는 조각이… 말랑숲 어딘가에서 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죠. 어쩌면, 이제는… 제 마음도 꿰매야 할 때가 온 걸까요. 하지만 그 답은 조금 더 뒤에야 알 수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숲 속 어둠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아주 조용히 울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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