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초록의 심장이 깨어나는 자리

by Helia

그리고 두 생명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아기 두꺼비는 발끝 아래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흙의 숨결을 느꼈다. 그 떨림은 단순한 땅의 움직임이 아니라, 무언가가 서서히 깨어나는 예감 같은 것이었다. 작은 두꺼비도 그 진동을 감지한 듯 옆에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초록빛은 숲의 깊은 곳에서 천천히 번져 나오며 두 생명을 이끄는 등불처럼 흔들렸다.

두꺼비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 숲의 향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촉촉한 흙내, 새싹에서 막 올라온 연한 풀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곤충들의 울음이 한꺼번에 퍼졌다. 그 모든 기척이 두꺼비의 심장을 조금씩 뜨겁게 만들어갔다. ‘여기서부터가 시작이구나.’ 그는 스스로에게 작게 중얼거렸다. 이곳은 겨울을 지나온 자들만이 들어설 수 있는 계절의 문턱이었다.

숲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서자 초록빛은 형태를 갖추며 더 선명해졌다. 작은 두꺼비는 두꺼비의 등껍질 가까이 다가와 살짝 몸을 기대었다. 그 조용한 기대임은 두려움을 덜어주는 손길 같았다. 두 생명의 발자국은 나란히 이어졌고, 그 나란함이 길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숲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그림자로 가득했다. 나무줄기 사이마다 어둠이 고여 있었고, 그 어둠 속에서는 무언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두꺼비는 잠시 멈춰 섰다. 초록빛이 흔들릴 때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은은한 그림자들이 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것은 환영과도 비슷했고, 숲이 만들어낸 기억의 잔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두꺼비는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두려움일까? 아니면 기대일까? 그는 이제 그 둘을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오히려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때, 처음 보는 세계 앞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떨림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초록빛은 마침내 흙 위의 둥근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숲의 심장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두꺼비는 천천히 다가갔다. 작은 두꺼비도 뒤따라 조용히 발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초록빛은 숨을 쉬는 듯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계절의 맥박이었다.

두꺼비는 그 빛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지나온 겨울의 그림자도, 지금 맞이한 봄의 온기도, 아직 닿지 않은 다음 계절의 숨결도 겹겹이 겹쳐 있었다. 그는 그 빛 속에서 어떤 질문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는 것을 느꼈다. ‘너는 앞으로 무엇을 향해 가고 싶니?’ 숲이 묻는 듯했다.

작은 두꺼비가 두꺼비의 앞발을 살짝 건드렸다. 작은 떨림이 두꺼비의 몸 전체로 퍼졌다. 두꺼비는 그 떨림이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 가겠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그 사실이 그의 가슴을 더 크게 뛰게 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숲 속에 잔잔하게 퍼졌다. 햇빛은 금빛 실처럼 흘러나와 초록빛 위로 내려앉았다. 두 생명의 그림자가 그 빛 아래에서 길게 이어졌다. 그림자가 겹칠 때마다 두 생명의 마음도 조용히 겹쳐졌다.

두꺼비는 아주 천천히 초록빛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초록빛이 흔들렸다. 마치 두 생명을 반기는 듯 부드럽게 떨렸다. 작은 두꺼비도 한 발 내디뎠다. 두 생명의 발자국은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이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아니, 되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두꺼비의 심장은 또 한 번 크게 뛰었다. 이번 박동은 두려움이 아니라 결심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넓고 미지투성이었지만, 그 미지 속으로 걸어 들어갈 이유가 생겼다. 두 생명의 그림자는 숲 바닥을 따라 길게 뻗었고, 그 끝에서 새로운 계절의 숨이 잔잔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두꺼비는 작게 속삭였다.

“이제 정말 시작이야.”

그리고 초록빛은 그 말에 답하듯 또 한 번 반짝였다.
그 반짝임이 바로, 새로운 계절이 두 생명을 향해 열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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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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