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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키자 Oct 14. 2022

800만 명의 운전자가 '쏘카'를 이용하는 이유

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리뷰

[경제기자 홍키자] 800만 명의 운전자가 '쏘카'를 이용하는 이유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시티 딜레마'. 


궁금증을 갖게 하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나온 지는 두 달여가 지났는데, 뒤늦게 봤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우리가 사는 도시 얘기를 하고 싶은가보다 싶죠. 


딜레마는 통상 두 개의 제안 사이에 끼어 일반적으로 두 개의 제안 사이에 끼어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을 말합니다. 또 다른 말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대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우리가 어떤 딜레마에 빠졌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일까요?


다큐를 재생하면 채 5분이 되기도 전에 무릎을 딱 칩니다. 2011년 제주도에서 차량 100여대로 시작해서, 국내 모빌리티 1호 유니콘 기업의 타이틀을 따낸 다음, 상장에까지 이르게 된 회사. 바로 쏘카 얘깁니다. 

<사진=쏘카>

대충 감이 오죠. 쏘카가 하고 싶은 딜레마 얘기가 짐작됩니다. 공유 자동차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이 기업은, 이제 더는 차를 소유하지 말자고 얘기하겠구나. 한 개인의 이동 수단으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도시의 문제를 극복하자고 얘기하겠구나 하는 짐작입니다.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절반은 맞고, 또 절반은 틀립니다.


이 다큐는 쏘카라는 회사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업의 본질'. 모빌리티라는 업종의 본질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묻습니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다루고 있고, 어떻게 바꿔가고 싶으냐의 문제입니다.


50여분짜리 다큐멘터리의 맨 마지막 화면의 한 줄짜리 문장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우리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50분 동안 쏘카와 사명과 비전에 대해 늘어놓지만, 딱 한 줄로 정리되는 게 바로 마지막 문장입니다. 


'이동의 자유'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선언이자, 이동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이 세계와 도시의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작동시키겠다는 겁니다. 평범해 보이는 한 줄이지만, 강렬한 문장입니다.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다큐를 풀어내는 방식은 인상적입니다. 

맨 앞에 문제의식을 툭 하고 던집니다. 우리나라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수가 2천만대인데, 그 차량 중에 4%만 도로에 나와 있고, 96%는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반복해서 하죠. 그러면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놓여진 수십 대의 차를 보여줍니다. 차를 가진 사람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주차인데, 다큐의 머리부터 이 부분을 직격하는거죠.ㅎㅎ


그리고 차를 구매하는 것이 굉장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강조합니다. 제1의 자산이 집이라면, 제2의 자산이 자가용인데, 자가용을 구매하려고 시도하는 데만 몇천만원이 깨지죠. 부동산이라는 1자산을 포기한 2030세대가, 카푸어를 자처하고 포르셰와 같은 양질의 2자산을 선택하는 게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차를 구매하고 유지하는데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회적 현상입니다.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그러니 굉장히 심플한 방식으로 쏘카가 고민하고, 풀고 싶은 무거운 문제를 최대한 가볍게 던져내는 겁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차를 가지고 있는데, 도로 위에는 5%도 안 되는 차량만이 가동돼. 그리고 너무 비싸.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라는 것을 툭 하고 던지는 거죠.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그다음에 곧바로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얘기를 꺼냅니다. 현재의 자동차 소유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문제에 앞으로 발전할 기술들을 나란히 배치해 두고 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떠오릅니다. 바로 '공유'죠.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발전상 사이를 풀칠해줄 기업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이같은 의식의 흐름으로 다큐를 보고 있다면 쏘카의 의도는 대성공입니다.


사실 다 떠나서 쏘카를 단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전국에 4천개가 넘게 흩뿌려진 쏘카존 관리와, 제각각 돌아다니는 2만대의 차량을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ㅎㅎㅎ그리고 그게 사실 가능하긴 한 거겠느냐는 의구심도 들죠.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어떤 복합 기술이 접목돼야 할지 상상이 안가죠.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다큐에서도 그와 같은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이 고충을 밝히는 방식이 굉장히 솔직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쏘카는 "모빌리티 회사라고 하면 뭐 라우팅 엔진, 자율주행, 앱의 이용성 이런 멋있는 얘기들도 대단히 중요한데 사실 제일 중요한 게 그냥 제가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세차예요. 차가 깨끗한 게 중요합니다"라고 밝히죠.


정말로 맞는 얘기 아닌가요. 이동의 자유를 위해 차를 빌리는데 외부도 더럽고, 내부에서는 담배냄새가 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세차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B2C 회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을 보면 '기술 기업'이라는 얘기가 괜한 구호가 아님이 느껴집니다.


쏘카 차량을 이용하기 전에 전후방과 측면을 사진으로 찍을 때, 해당 사진에서 보이는 오염의 정도를 파악했다는 겁니다. 사진을 통해 오염된 차량은 곧바로 세차에 나선다는 것이죠. 이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솔직한 고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고 나서 오염됐다는 판단하에 세차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사후관리'의 영역이라 고객들에게 송구하다는 고백입니다. 이미 고객은 오염된 외부로 불쾌함을 경험했을 것인데, 이에 대해 쏘카는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기술을 더 고도화해서 사전관리의 영역에 더 넣겠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이 지점에서 뭔가 스타트업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문제는 발생했지만, 이거 풀어보려고 노력하겠다. 좀만 기다려달라. 곧 풀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이죠. 스타트업스럽다는 게 별개 아닙니다. 이미 훌쩍 상장까지 한 거대 기업이지만, 현 시점에서 문제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매진해서 해결해보겠다는 자신감이 읽히죠. 뻔뻔하다기보다 진솔한 게 더 매력적이라고 할까요.


뒷부분에 비슷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자가용을 소유해 온 이들이 공유서비스 쏘카에게 던지는 꽤 뿌리가 될만한 질문입니다. 소유했을 때의 기분을 과연 공유차량이 대체할 수 있느냐고 묻는 거죠. 실제로 소유하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내가 도착하는 도착지까지는 연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쏘카가 이 부분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쏘카 관계자의 답은 이렇습니다. "실제 소유를 모두가 다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 개발을 충분히 했느냐. 쏘카가 그렇게 하고 있냐 그러면 아직도 갈 길이 굉장히 멉니다. 소유를 대체한다는 것의 의미는 모든 일상 순간에 함께한다는 거거든요. 쏘카가 모든 일상의 문제를 다 해결하고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일상에서의 쏘카가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즉 이동의 연결성을 모두 담보할만한 연속성 있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또다른 문제의식입니다. 단순히 차를 소유하는 게 문제가 있고, 공유라는 테마의 우리 회사 비전이 더 좋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공유 전기자전거 '일레클'을 인수하고, 주차장 서비스 '모두의 주차장'을 인수한 것도 이 지점에서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중단거리 일상 이동 시에는 카셰어링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이 공백을 일레클이 채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쏘카에서 차를 빌려서 운행하다가 겪는 스트레스에는 주차가 큰 비중을 차지할텐데, 모두의 주차장 서비스로 바로 주차 장소까지 제안하는 겁니다. 이전까지 사용자들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이동수단, 서비스들을 본인이 하나씩 찾아서 연결해야 했다면, 모빌리티들을 모두 쏘카가 알아서 연결해주는 미래. 그게 바로 쏘카가 추구하는 슈퍼앱입니다.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다큐를 보는 내내,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이동에는 일종의 맥락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여건, 특정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구조 등 여러 맥락이 끊임없이 섞여들어 가겠죠.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성수동에 젊은이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쏘카존을 더 만들려고 할 수 있죠. 성수동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이동수단을 선택한 뒤에 성수동에 도착했다는 맥락을 도외시한 판단이니까요.

<사진=쏘카 다큐멘터리 '시티 딜레마' 캡쳐>

그 와중에, 다큐의 한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뽑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나면 의사결정이 타당했는지를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걸 통해서 우리의 의사결정을 다시 바라보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게 기술의 힘이다." 언제나 틀릴 수 있습니다. 다만 세웠던 가설을 제대로 복기해 더 좋은 선택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운전면허 보유자 4명 중 1명이 가입했다는 쏘카. 그 11년의 역사와 현재, 미래가 궁금한 분들에게 다큐멘터리 시청을 권합니다.


▲쏘카 다큐멘터리 '씨티 딜레마' 

https://youtu.be/SctghOv96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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