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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르샤 Jul 06. 2023

너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결혼식 축사는 처음이라,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다.


영어캠프에서 친해진 이후로 매일 같이 2시간을 통화하던 우리는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3년 중 2년 같은 반에다 3년 내내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가족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활을 공유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축사를 부탁했다.


하고 싶었던 말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는데, 너무 길어서 줄이고 줄이다 그럼에도 기나길게 완성돼버린 축사.


서로의 엄마가 만들어 준 떡볶이와 족발을 기숙사에서 몰래 먹으며, 학교 화단에다 무단으로 해바라기와 수박과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모의고사가 끝나면 중국집에서 세트메뉴를 시켜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숙사로 향하던 우리의 루틴. 죽어라 영어공부를 하기 싫어하던 나에게 수능 외국어 만점 받으면 1억 준다던(10억이었나...) 너. 참 다른 성향의 우리 었는데,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었어. 너와 함께했던 10대도, 20대도, 앞으로 함께 할 시간들도 빛났었고 빛날 거 같아.

 

너의 새로운 시작을 온 마음 담아 축하해.



안녕하세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 ooo의 친구 ooo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사람의 결혼식에서 축하의 마음을 전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매우 떨리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oo, 오늘 정말 예쁘다.

중학교 꼬꼬마 시절에 만난 네가 웨딩드레스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어른이 된 거 같네. 기억나? 영어 캠프에서 처음 만나고 우리 매일 전화기를 붙들고 떠들었잖아. 2시간의 통화를 마치고 자세한 건 내일 만나서 얘기해!하니, 옆에 있던 우리 오빠가 아직도 못한 말이 있냐고 물었잖아. 난 그때부터 네가 참 좋았어.


극강의 T를 자랑하는 너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게 어렵다고 했지. 근데 그거 알아? 너는 그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야. 혼자 자취하며 수험생활을 하던 내게, 된장찌개를 한 날에는 밥 챙겨 먹으라고, 빵과 케이크를 구운 날에는 당 채우라고 우리 집 현관에 걸어뒀었잖아. 힘든 시간 네가 곁에 있어서 견딜 수 있었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너의 무심한 듯한 다정함을 알고 계실 거야.


늘 독립심 강하고 혼자서 척척 무엇이든 잘 해내던 네가 멋지고 자랑스러웠어. 하지만, 가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는 네 모습이 걱정되었는데, oo오빠에게 너의 불안과 힘듦을 말하면 오빠는 무한 긍정 응원을 해준다던 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빠같이 따뜻한 사람이 네 곁에 있다는 게 참 감사하더라.


oo오빠, 처음 oo이가 오빠를 만난다고 했을 때 오빠 어디가 좋아?하고 물었어요. 짧고 간결하게 한 마디 하더라고요. 잘생겼어.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더 멋지네요! 오빠가 oo 이를 볼 때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거 아시나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오빠의 변함없는 눈빛을 지켜보면서 내 친구가 사랑 가득 받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도 꿀 떨어지는 눈빛 부탁드릴게요!


영화 어바웃타임에 제가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요.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하루하루가 웃음소리와 행복으로 물들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축사를 마치겠습니다.


2023년 7월 1일 눈부시게 빛나는 날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oo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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