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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여행자 박동식 May 07. 2020

알로카시아에 꽃이 피었다!

20200507



집에 두 그루의 알로카시아가 자라고 있다.

하나는 채지형 작가가 선물해 준 알로카시아고,

다른 하나는 내 돈 주고 화원에서 구입한 알로카시아다.


내 집이 생기면 잎이 큰 식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다.

그리고 작년 8월 집을 계약하고 이사도 하기 전에 화분부터 선물을 받았다.

채지형 작가가 집에서 키우던 것.^^

빈집에서 자라던 화분은 미친 듯이 자랐다.

알로카시아는 돌아서면 새 잎이 나고, 돌아서면 새 잎이 나는 식물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도 있었다.

첫 번째는 굴광성이었다.

햇빛 방향에 따라 잎이 움직이기 때문에 수형 관리가 쉽지 않았다.

거의 매일 화분을 돌려줘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잎이 한쪽으로 몰려서 모양새가 예쁘지도 않다.

천장에서까지 빛이 들어오는 화원에서 자라는 알로카시아는

잎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올라가지만 한쪽에서만 빛이 들어오는 실내에서는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둘째는 화분의 크기에 비해 자리 차지가 많았다.

이것도 원인은 굴광성 때문이다.

잎이 하늘로만 올라가면 좋은데,

잎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넓은 면적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식물 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었다.

알로카시아는 매우 자주 잎에 물방울이 맺힌다.

이 물방울이 벽지에 얼룩을 만들어 버린다.

잎이 벽지에 닿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우리 집에서는 큰 단점 중에 하나였다.

그러니 벽에서 더 많이 떨어트려 놓아야 하고,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었다.


장점이야 말할 것도 없이 큰 잎이었다.

시원시원한 넓은 잎은 그야말로 인테리어 효과에 최고였다.

그리고 엄청 잘 자란다는 것.

하지만 단점 때문에 알로카시아에 우리 집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어느 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알로카시아 줄기를 타고 흘러내린 액을 따라서 벌레가...

으악!!!!!

경악!!!!!

0.1mm도 채 되지 않는 하얀 벌레였다.

그날 곧바로 알로카시아를 베어버렸다.

그리고 수경 재배를 시작했다.

알로카시아는 수경재배로도 잘 자랐다.

물론 성장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그렇게 우리 집 알로카시아는 그것이 마지막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화분을 사기 위해 화원에 갔다가 정말 멋진 알로카시아를 보는 순간, 판단력을 잃고 말았다.

화원에 있던 대형 알로카시아는 단 한 그루만으로도 정글을 연상케했다.

분명 그 순간, 알로카시아는 우리 집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성적인 속삭임이 있었지만

덜컥 구매를 해버렸다.

그리고 사실, 많이 후회했다.


배달 온 아저씨가 낑낑거리며 들고 올라온 알로카시아는 커도, 커도 너무 컸다.

큰방 창가에 두었는데, 잎이 천장을 넘겨버렸다.

물론 다음 돋아나는 잎은 그보다 작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원보다 환경이 좋지 않으니 그만큼 작은 잎이 나올 테니까.


이후 돋아난 잎은 예상대로 작았다.

하지만 그놈의 굴광성이 문제였다.

모든 잎이 한쪽으로만 몰려가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볼 때마다 후회를...-.-

그나마 우리 집 환경에 맞지 않을 뿐,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식물이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이놈이,

지난 2월 꽃을 피워버렸다.

나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신기하게 꽃을 피운 것이다.

알로카시아 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어찌나 신기하고 기특한지.

하지만 꽃이 질 때 어마 무시하게 날리던 꽃가루.ㅋㅋㅋ






하지만 오늘 많은 고민 끝에 대형 알로카시아를 다시 잘라버렸다.

수경재배가 목적이 아니라 키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대형'에 반해서 덜컥 충동구매했던 알로카시아를

'대형'이라는 이유 때문에 잘라버린 아이러니.


창가에서만 빛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키가 큰 알로카시아는 더욱 굴광성이 심했다.

키가 작으면 그나마 위에서도 빛이 들어오는 환경이 되겠지만

키가 크다 보니 옆과 아래에서 빛이 들어오는 상황.

그러니 잎이 더욱 옆으로만 퍼졌다.


자른 기둥은 물에 담가두었다.

뿌리가 나면 이전에 이미 수경재배하던 알로카시아와 함께

한 화분에 옮겨 심을 생각이다.

한 달 이상은 걸릴 듯싶다.


추가로,

토분의 자연스러운 멋이 좋아서 토분에 분갈이해서 구매한 건데,

다시 구매한다면 토분은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

백화 현상과 곰팡이 때문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거실방에 있는 토분은 자주 닦아줘서 괜찮은데,

이놈은 오래도록 방치했더니 곰팡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추가 사진 하나.

거실 방에서 키우는 극락조가 겨울을 나면서 두 개의 잎을 피웠다.

그중 하나는 그야말로 무럭무럭.

그래서 같은 줄기 중에 가장 오래된 잎을 하나 잘라줬다.

기념으로 사진 하나 찍었다.

기상하고 씻지도 않은 상태다.ㅋㅋㅋ

극락조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 더 하고 싶다.

극락조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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