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 스타트업 와이즐리(Wisely) 김동욱 대표
면도날 8개가 49,900원이나 한다고!?
늘 엄마가 사다주시는 면도기만 쓰던 남학생이 있었다. 그는 대학생이 되어 처음 자취를 시작한 후 마트에 면도날을 사러 갔다.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질*트라는 브랜드. 가격은 무려 8개에 49,900원. 원래 면도날이 이렇게 고급 제품이었나? 왜 면도날은 이렇게 비싼걸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가열차게 사업을 시작한 '와이즐리'의 김동욱 대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트레바리 X 알토스벤처스 - 변화를 주도하는 여덟 개의 기업들)
면도날 산업은 제조업군에서도 유별나게 영업이익률이 높다. 예컨대 애플의 영업이익률(20%)보다 질*트(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무려 1.5배 더 높다. 애플은 하드웨어 제품 뿐 아니라 컨텐츠 판매 수익으로 먹고 살고 있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면도날의 매출원가는 고작 5% 수준이다. 낮아도 너무 낮다. (삼성전자의 매출원가는 72%, 스타벅스는 44% 수준)
이렇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원가 구조가 가능한 것은 1) 독과점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프라인 시장에서 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2) 중간 유통마진이 판매가의 1/3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평생 속고 살았다?
김동욱 대표는 독과점을 해소하고 중간 유통을 걷어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대학생 때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시작도 못했다.) 겨우 겨우 독일의 한 공장에 연락이 닿아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최소 주문 금액이 3천만원이라고 했다. 네고도 안된단다. 대학생에게 그런 돈은 없었다. 그는 다음을 기약하며 회사에 취직 한다.
그가 창업을 시작한 것은 사실 꽤 뒤의 이야기다. 회사원인 그는 소싯적 품었던 면도기 가격의 불합리함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면도날 정기배송 서비스를 보게된다. '어?,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데,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정기 배송을 원할까? 근본적인 문제는 가격 아닌가? 비싼게 불만인데.' → 지금 사업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겠다. 퇴사하자.
시작하기로 했지만 사무실도 없고, 패킹, 웹사이트 제작, 금형 등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일단 사무실은 만들자. 때마침 부모님께서 몇 년간 집을 비우신단다. 그는 집을 사무실로 개조하고 공동 창업자들을 불렀다. 그렇게 세 명이서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며 사업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이 것이 회사의 가장 큰 위기였다고.... 지금은 판교 사무실로 이전해서 쾌적하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3천만원어치 면도날을 주문했다. 실로 양은 방대했고, 그때 든 생각은 '사업 실패하면 평생 이 면도날 쓰면 되겠네' 였다. 박스 접고, 포장하고, 택배 붙이고 정말 쉼 없이 일했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 금형 업체란 업체는 다 만나보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6개월을 준비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초, 드디어 와이즐리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출시는 했는데 어떻게 알려야할지 고민이었다. TV광고? 버스 광고 아니면 전단지라도 돌려야할까? 김동욱 대표는 공감되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스토리로 고객과 소통코자 했다.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그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1.5만개의 댓글과 5.6만개의 라이크를 받았고, 27만번 공유되었다. 컨텐츠의 파급력은 어마어마 했고, 초기 예상한 수요보다 10배 가까운 주문이 밀려들었다.
몸값 비싼 연예인이 나오는 TV 광고,
당신의 면도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쓸 데 없이 과도한 기능의 신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이즐리는 상술과 거품없는 정직한 가격을 만듭니다.
와이즐리는 카드뉴스로 소비자와 소통할 뿐 아니라 아니라 '창업자가 보내는 편지'를 패키지에 함께 송부했다.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정직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제공하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솔직히 담았다. 그 결과는 감당할 수 없는 주문량으로 돌아왔다. 초기 예측 대비 10배의 주문량이 밀려 들어와서, 일시적으로 재고를 주문할 돈이 없어 배송이 지연될 정도였다.
그 결과, 출시 2달 만에 면도기 브랜드 중 네이버 검색량 1위를 달성했다. 2018년 12월 기준, 질레트 대비 1.5배의 검색량을 유지하고 있다.
1. 가성비 중심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서 현명한 소비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집중했다. '비싼 것 말고 저렴한 제품을 써라'고 홍보하는 회사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 마케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돈에 타협한 듯한 부정적 정서와 연결된다. 특히나 면도기는 우리 피부와 바로 닿는 물건이 아닌가?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더 올바르고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2. 단순한 정기배송 서비스는 국내에서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미국같은 나라의 경우 면도날을 사려고 몇 십분씩 운전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어 비교적 정기배송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곳곳엔 편의점도 있고, 올리*영 같은 드러그스토어도 있다. 굳이 정기 배송을 시키지 않더라도 언제든 면도날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다른 차별 포인트가 필요하다.
3. 제품을 개선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나으 경험을 제공한다. 와이즐리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장을 찾아내고 협업하여 면도날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와이즐리의 직원은 9명. 초기 창업멤버가 3명 대비해서는 무려 3배(?!)가 늘어났지만, 와이즐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인재가 와이즐리와 함께하면 좋을까? 김동욱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이 답답해서 안달난 사람,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사람.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데 상무님이 아재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반려 된다면? 현재에 답답함을 느껴 안달나고 꾸준히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와이즐리의 문은 열려 있다. 우리 삶의 작은 기회들.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지만 무엇을 하고픈지 모르겠다면 와이즐리와 함께 한 걸음 내딛어 보는 것은 어떨까?
몇 년 뒤 화성으로 날아가고 뉴욕과 LA를 몇 분안에 연결하는 것 만큼, 당
장 안경을 편리하게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 Warby Parker
와이즐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s://www.wiselysha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