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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Jan 17. 2019

밥을 주지 않는 회사, 아마존(Amazon)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자린고비 경영 방식

현대 역사상 최고의 부호, 제프 베조스.


2019년 1월 추산, 제프 베조스의 자산은 1350억 달러다. 1982년 포브스가 부자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기록이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은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다. 2019년 1월 아마존의 시가 총액은 약 8100억 달러로,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 (7900억 달러) 보다 높고, 아마존 주가는 올해 들어 이미 10%까지 상승했다.

제프 베조스 (출처 : 한국경제)

그리고 아마존의 직원 수. 613,300명. 그들의 평균 연봉 3035만 원.


아마존의 연봉은 미국 근로자의 소득 중간값이 대략 4만 5000달러(4800만 원)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2015년 뉴욕타임스는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아마존 직원들의 실제 사례를 1면 머리기사로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들은 1주일에 85시간씩 일하는 것은 기본, 심야나 휴가 때까지 상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쌍둥이를 유산한 뒤 곧바로 출장을 떠나거나 갑상선암 투병 후 낮은 인사 평가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아마존의 물류 창고


시가 총액 1위 기업, 역사상 최고의 부자. 이런 화려한 타이틀 뒤에 숨은 아마존의 경영방식은 무엇일까? 아마존의 핵심가치 5가지 중 제프 베조스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고객 중심'이다. 아마존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 끊임없이 질문한다. 고객 중심을 넘어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을 외치는 아마존의 사업전략은 CEO에서 말단 직원의 DNA까지 녹아 있다. 매 시간 쏟아지는 고객 이용 행태와 주문, 배송 현황 데이트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아마존 특유의 일대일 맞춤형 마케팅 프로그램과 효율 개선에 활용한다. 또한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사는 만큼 그 리스크의 일부는 판매하는 주체가 분담해야 한다”이라는 철학으로 파격적인 반송, 환불 정책을 제공한다. 아마존 임원회의 때는 늘 자리가 비워져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자리라는 뜻이다. 베조스는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한다. 회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 500여 개 가운데 400여 개도 고객 관련 지표이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상품, 편리한 시스템으로 충성 고객과 신규 고객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아마존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존의 로고
이 스마일은 a 아래에서 시작해서 z 아래의 보조개로 끝납니다.
이것은 아마존닷컴이 A부터 Z까지,
즉 고객이 온라인으로 사고자 하는 어떤 것이든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 아마존 언론 성명 중




밥을 주지 않는 회사. 아마존

이렇게 고객을 끔찍이도 위하는 아마존은 직원들로부터 주차비와 간식까지 받아내는 자린고비 회사로 유명하다. 노동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노력 때문에 21세 기판 테일러주의라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물류창고에 일하는 직원에게 웨어러블 팔찌를 착용하게 하여 위성 항법 컴퓨터로 하루 총 이동시간과 목표 달성 여부를 추적한다. 달성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경고 메시지가 발송된다. (한국 회사의 경우 직원들의 이동시간 수집은 불법이라고 한다) 창고 근로자나 배송 운전기사 등 아마존 직원의 상당수가 시간당 13달러의 초봉,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의 푸드 스탬프와 같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비난하며 2018년 9월, 미국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적정 수준의 임금을 주지 않는 대기업을 겨냥한 '반 아마존 법', 혹은 '베조스 중단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 아마존 법을 발의하는 버니 샌더슨 의원 (출처 : 코리아 타임즈)


물론 불필요한 낭비는 기업 경영에서 반드시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기업 문화와 복지는 현시대의 트렌드에서 많이 동떨어져 보인다. 베조스는 복도의 자판기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모든 사내 자판기의 전구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물론 불특정 다수를 위한 불필요한 복지를 주는 것보다, 확실한 복지인 스톡, 주식, 연봉 같은 금전적인 보상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이나 넷플릭스처럼 탁월한 복지후생을 제공하는 사례를 모를 리 없는 아마존 직원의 근무 만족도는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지나친 절약 때문에 좋은 인재를 잃는다면 궁극적으로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복지가 낮아도 아마존에 들어가고 싶어 줄을 서 있는 사람 때문에 이런 정책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복지는 직원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드는데도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투자회사 브리지워터는 운동 등 각종 동호회, 저녁 파티를 여는 직원을 위한 음식과 음료, 특별한 행사에 이용할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한다. 물론 직원 간의 친밀함이 업무에 필수적이지는 않다. 단지 일을 잘한 만큼 공평한 보상을 받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관계는 장기간에 걸쳐 탁월한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강력한 헌신의 힘을 발휘한다.

 

실패와 실수를 대하는 제프 베조스의 태도

2016년 4월, 아마존 연례서한에서 제프 베조스는 실패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1000억 달러의 매출을 내면서도
끊임없이 실패에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보다도
가장 편하게 실패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공개된 멋들어진 서한 뒤편에서, 그는 실수한 직원을 대중 앞에서 망신 주고 질타하는 등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고객 중심을 넘어선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라는 핵심가치에 반하는 경우엔 더 심했다. 과연 CEO로서 그의 태도가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마존 전화 응대 서비스 평균 대기시간이 어느 정도냐는 제프 베조스의 질문에 한 관리자는 1분 정도라고 어설프게 답변한다. 제프 베조스는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고, 5분이 지나서야 상담사가 전화를 받자 엄청난 분노를 터뜨린다. 순간적으로 질타를 회피하려 아무렇게나 얘기한 관리자도 문제지만, 그가 그렇게 얼버무리게끔 한 조직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의 저자이자 브리지워터의 최고 경영자 레이 달리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수는 언제나 발생하기 때문에 해고와 같은 조치는 다른 사람들이 실수를 숨기도록 만들 뿐이고,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불러오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극단적 투명성에 입각하여 직원 개인이 스스로 잘못 혹은 실수를 인정하게 하고, 원만하게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는 없을까? 직원의 실수에는 혹독하되, 전사적 차원의 혹은 본인 결정에 기인한 실패는 혁신의 기틀이라고 한다면 직원은 얼마큼 베조스에게 충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련기사]

https://news.v.daum.net/v/20180727213852262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nkey=2015082401030000101&mode=sub_view

http://www.koreatimes.com/article/119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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