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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Oct 13. 2017

무제

...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내 비록 차가운 마룻바닥을 구르면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고

무언가 잃을까 두려워하는 이를 부러워하며

그저 눈꺼풀 한 장도 버거워하는,


그런 하루씩 삼백 고개를 넘어 살면서.


어둔 동굴 속에서 웅크리는 그림자가 나로구나, 나였구나.


이런 걸 뭐라 부르나,

'인생'이란 단어조차 알지 못했던

그 어린 시절에도.


나완 다르게 사는 글을 보고 싶었다.


몸 안 가득 들어찬 물을 차마 내뱉지도 못하고

삼키자 삼키자, 그러고 잠드는

내 유년 어느 하루마다.


토할 곳이 빈 갱지뿐이라서

말할 벗이 나뒹구는 갱지뿐이라서

한참을 만나고 나면

숨이 쉬어지는 듯도 하여서...


.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에 와 있는가...


제목조차 붙여줄 수 없는

그리하여 불러줄 수조차 없

그런 너를 그리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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