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_2화

by 무우지렁이

※ 공모전 출품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보완되며 내용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기존 2화 수정/보완하여 2~5화 집필되었습니다.


만전을 기하여 이사를 잘해보리라 생각만 하고 있는 전세 만기 두 달 전, 집주인의 문자 한 통에 나의 하늘이 무너졌다.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


사과도 없고 변명도 없는 짧은 문장 하나로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지옥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다니. 집주인의 재주에 놀랄 틈도 없이 숨이 턱 막혔다.


그럼 내 돈은? 나 지금 말로만 듣던 전세사기당한 건가? 당연히 돌려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럼 월세 계약한 건? 이제 와서 월세 계약을 무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당장의 생활비는?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엉키며 눈앞이 캄캄하게 메워졌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긴. 당장 직장을 찾아봐야지. 요즘 취업난도 심각하다던데, 내가 취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공포스럽다.


유리의 머릿속에 직장에서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기 시작했다.




새벽에 집을 나서 기점에서 종점까지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려 약 30분 정도 산을 타면 회사 입구다.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의 꼭대기 층을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 철문을 열면, 드디어 벽에 금이 가고 냉기 가득한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곳의 여름은 에어컨이 필요 없고, 한겨울은 손가락장갑과 수면양말, 어그부츠를 신고 일을 해도 손발이 얼어 타자를 치기 어려웠다.


사무실의 온도는 사무실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만들어낸 걸까, 사무실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냉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번 가르쳐줬는데 왜 두 번 물어요?'


화내는 총무팀 사수와 그런 사수의 눈총에 두 번 여쭈지 않지 위해 틈틈이, 그리고 출튀근 전후로 나만의 업무매뉴얼을 만들던 나날들을 생각하며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얘는 일도 못 하면서 말도 안 듣고 큰일이야 큰일.'


거의 매일 일을 잘 못한다며 유리의 의자 바로 뒤에서 욕을 하던, 유리가 소속된 팀인 경영관리 팀장이 떠올랐다. 팀장은 종종 혼자가 아닌, 다른 직원들도 모아 유리의 욕을 했다.


그런 팀장은 유리가 만든 업무매뉴얼을 챙기고 유리를 해고하더니, 유리의 업무매뉴얼을 경영관리팀 공통 업무매뉴얼로 만들어 실적을 챙겼다. 치가 떨렸다.


'입사 1 주일 찬데 이거밖에 못 해요?'


입사 일주일차부터 1년 가까이 1주일 단위로 'n주차인데 아직도 이거밖에 못 해요?' 혼내던 생산팀 팀장님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역시 업무 능력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며 위축되었다.


'원래 신입은 천만 원짜리 계약부터 시작하는 건데, 유리 씨는 처음부터 100억짜리 계약을 관리하네요.'


같이 밥을 먹어주시는 분들이 보내는 무의미한 안타까움에 기운이 빠졌다.


'차에 치여 죽으면 좋겠다.'


터덜터덜 별 보며 출근해서 별 보며 퇴근하며 지나가는 차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기도하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순간 오싹해진 유리는 주마등을 끊어내고 절규했다.


싫다. 너무 싫다. 무섭다. 너무 무섭다. 날더러 그 생활을 또 하란 말이야? 죽어도 싫다. 아니, 지금은 죽고 싶지 않다. 머릿속이 혼란한 가운데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아르바이트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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