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갑의 신세계를 보았다.

항노화의 기본은 장갑인 걸로

by 해내내

가는 곳이 일하는 유치원이요, 우리 집 애들이 다니는 유치원이요. 여기나 저기나 유치원이다. 유치원에서는 막 파낸 코딱지가 묻어있는 고사리 손을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놈의 코딱지는 어디에나 있다. 벽에도, 책상에도, 내 옷에도.


그 결과, 나는 유치원에 출근할 때는 항상 코딱지가 묻어도 될 법한 옷만 입는다. 미국에서 교생실습을 했을 때,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선생님이 항상 수술복장 (스크럽)을 입었는데, 왜 그런지 이제 이해가 간다. 이렇게 매일 같은 옷만 입게 되니, 화장도 점점 안 하게 되고, 거울도 점점 안 보게 됐다.


스크럽_ gainsville day care.jpg 한국 유치원에도 도입이 시급한 스크럽

지금까지 내가 왜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지에 대한 변명과 핑계를 대보았다.



책을 낸 이후에는 정말 아. 무. 일. 도. 일어나지 않았지만서도, 인터뷰가 잡혔다. 덕분에 몇 년 만에 내 얼굴을 바라볼 기회가 생겼다.


아니? 눈가의 주름이 다 누구꺼람?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니 앉으나 서나 주름생각뿐이다. 그나마 얼굴과 목은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괜찮다. 거기에 한 달에 한 번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맞으니깐 내심 안심이다. 하지만 다른 곳의 주름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손!


주름이 보이기 시작하는 내 손

내 손이 친정엄마의 손의 주름진 손 마냥,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친정엄마의 손은 더 늙었다.) 하긴, 내 머릿속의 친정부모님은 40대의 모습인데, 7개월 후에 40대가 되는 내가 친정부모님의 모습이 되는 것이 당연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찬란한 20대의 모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쪼글쪼글한 손은 내 손이 아닌데?!


"엄마 내 손이 너무 쪼글쪼글해진 것 같지 않아? 손끝이 꺼슬꺼슬하고, 건조해."라고 말했더니 친정엄마가 물었다. "평소에 손관리는 따로 안 해?" 평소에 손관리라는 걸 해야 하는 거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랬더니 친정엄마는 나에게 자신이 평소 외출을 할 때 쓰는 목장갑 st의 장갑을 주셨다. 관리의 기본은 햇빛차단이라며.



엄마도 참, 한겨울에도 불편한 게 싫어 장갑도 겨우 끼는데 이 날씨에 장갑을 끼라고? 하지만 이내, 답답하고 불편함은 주름걱정 앞에 무너졌다.


신세계이다.


쫀쫀하게 쫙 달라붙고,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손바닥에는 고무가 있어 물건을 잡는데 적은 힘으로도 쫀득하게 잡아준다. 로션을 잔뜩 바르고 장갑을 끼면 손끝의 촉촉함이 유지된다.


이렇게 나의 달리기 복장은 또 한 번 진화했다. 왜 저런 걸 입고 달려?!라고 했던 1) 고글, 2) 휘향 찬란한 형광양말과 옷, 3) 장갑


역시 러너는 형광이지!

고글, 형광복장과, 장갑까지 갖춰 입고 헥헥거리며 뛰는 아쥼마를 보면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