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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없는 계획표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던 이유를 찾아서

by 해내내

첫 책을 내고, 유튜브와 잡지에까지 등장했다. 메이크업과 의상비는 내 지출이었지만, 마음만큼은 확실히 ‘허니문’ 같았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몰라”라며 지갑을 열던 순간까지, 달콤한 시간이었다.

잘노는.jpg 나에게 작가 허니문의 기회를 준 나의 첫 책! (네- 잠깐의 홍보에요.)

그러나 결혼의 달콤함이 곧 현실로 돌아오듯, 작가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출근과 육아는 여전했고, 남편의 사회 생활이 바빠지며 혼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결국 나를 위한 시간과 에너지는 줄어들었고, ‘작가 허니문’은 막을 내렸다.


2년간 새벽마다 이어오던 글쓰기도 멈췄다. 내가 이끌던 ‘새벽반 글쓰기 모임’ 시간에 정작 나는 잠들어 있었고, 책상 위엔 먼지와 잡동사니만 쌓여갔다.


주변에서는 “번아웃 아니냐”며 기다려보라 했지만, 내 마음은 달랐다. 여전히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쓰고 싶었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으며, 아이들과의 한 달 살이와 유학 계획도 가득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출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그때 함께 글을 쓰는 지인이 여성가족부 코칭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코칭을 하는 게 아니라 받는 자리라니?! 나를 전혀 모르는 제3자가 바라봐준다는 점이 신선했다. (마흔 여성의 인맥은 대체로 아이 친구 엄마거나 회사 동료로 제한되니까.)


프로그램은 ‘버크만 검사’로 시작됐다. 기업 인사팀에서 많이 활용한다는 진단이었다. 솔직히 “당신은 잘할 수 있어요” 같은 흔한 조언을 예상했지만, 코치는 내 강점과 약점을 데이터로 짚어냈다.


계획1.png 내가 몰랐던 나를 찾아주는 버크만 진단


나의 약점은 ‘숫자가 없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내 비전보드에는 언제까지, 얼마나 같은 수치가 빠져 있었다. 깨닫고 나니 답은 단순했다. 계획에 숫자를 넣는 것.


글쓰기는 ‘언제까지, 하루 몇 분량’

유학은 ‘목표 연도와 점수’

인플루언서는 ‘하루 포스팅 수와 팔로워 목표’

상담 이후 새로 짜는 계획은 훨씬 명확해졌다.


계획2.jpg 정말로 아이디어만 쭉 적어놨던 나의 계획표. 코치님과 수치화하고 실행가능한 계획표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이번 경험에서 얻은 건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과 코칭 기회’였다. 아이를 키우며 멈춰 섰던 나에게, 이 제도는 다시 출발선에 서게 해주었다. 아이를 키우며 경력 단절된 여성, 혹은 슬럼프에 빠진 프리랜서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길 권한다.


아이들이 조금 자랐고,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면, 이제 당신 차례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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