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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내 Dec 21. 2023

대치동은 부담임선생님이 찐이다.

대치동 부담임 선생님들 이야기

보통 유치원에 가면 담임선생님들은 예쁘고 젊으신 분들이 많다. 20명의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하려니 젊고 에너지 높은 선생님만 남았나 싶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경력 (호봉)이 높아지면 고용을 꺼리는 원장님도 많고, 경력이 차면 원감 자리를 찾아 다른 유치원으로 가셔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많이 그만두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각 반에는 젊은 담임선생님들을 보조해 주시는 부담임 선생님들이 계신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의 치카관리부터 급식판 나눠 주기등 안 보이는 일을 도맡아서 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시다. 이 분들은 대부분 앞치마를 하고 계신 아줌마 선생님들이시고, 2시-4시면 퇴근을 하시고 가정으로 돌아가신다. 퇴근을 하고 서둘러 가는 집이 유명한 대치동 00 아파트라는 점.


특강 수업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앞에서 영어 수업을 하는 동안, 부담임 선생님들은 뒤에서 '선생님팀' 친구들을 도와주는 고마운 분들이 시다. 워크북이나 조별 수업을 할 때, 옆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 한 명씩 챙겨주신다. 대치동 엄마들이 돈을 싸서 찾아다닌다는, 소위 '성공한' 대치 키즈의 엄마들이 부담임으로서 자기 아이 옆에 앉아서 지도해주고 계시다니, 역시 대치동이다.


자녀들을 다 키우시고 유치원에서 일을 하시는 부담임 선생님들은 교육전문가이시다. 부담임 선생님들은 집이 대치동인만큼 유치원이랑 가깝다. 부담임 선생님들은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데, 9시부터 2시 (혹은 4시)까지만 일을 하신다. 그분들의 자녀들은 흔히들 말하는 대치키즈이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A 선생님은 첫째와 둘째 모두 일반고-의대.

B 선생님 자녀는 영재고-카이스트,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C선생님은 첫째를 과고- 스카이, 둘째 늦둥이가 00 중학교에 들어갔다.

끝으로, D선생님 자녀는 전국구 H자사고 -의대.

대치동에서 자기 자식 점수 자랑하면 안 된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사실 공부는 유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90%라고 믿고 있는 사교육 종사자이지만서도, 미취학 아동을 둔 워킹맘인지라 교육 정보를 물어봤다. 다음은 순수히 나의 호기심을 위한 질문과 답변이었는데, 브런치에서 공유한다.


어릴 때 (학교 들어가기 전에) 뭐 시키셨어요?

A : 사고력 수학 같은 재밌는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

B : 하나도 안 시켰다. 매일 예술의 전당에 가서 뛰어놀고 전시 관람 한 것 밖에 없다.

C : 놀이식 영유 하나만 보냈고, 영유 하원하고 매일 롯데월드 가서 신나게 놀았다.

D : 애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한글을 떼고는 집에서 책만 읽더라.


공통적으로 안 시켰다고 하긴 하는데, 공부와 완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으셨다. 재밌게 풀 수 있었다는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20년 전에 어떻게 알아서 풀렸을까? 사고력 수학의 대표인 대치 소마가 2009년에 개원했는데. 예술의 전당에 매일 갔던 건 융합사고력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놀이식 영유라도 영어 노출은 어릴 때부터 신경 써주셨다는 거고, 책을 좋아하는 건 그냥 타고난 공부머리가 아니었을까?


사교육 도움은 얼마큼 받았나요?

A : 수학은 중학교3학년 졸업 무렵에 그룹과외로 뼈대를 잡고, 나중에 큰 학원을 다니며 문제 푸는 스킬을 배웠다. 애가 중학교 입학 할 때가 되니, 주변에서 그런 거 (그룹과외) 잘하는 엄마들한테 연락이 와서 했다. 그런데 비싸서 얼마 못 시켰다.

B : 중학교 때 공부가 시시하다고 영재고 가겠다고 했을 때, 학원에 가서 방법정도만 배웠다. 고등학교 가서는 기숙사생활을 해서 도움을 거의 못 받았다.

C : 첫째가 선행을 안 하고 과고를 들어가서 너무 힘들어했던 케이스라 둘째는 학원을 통해서 선행을 했다. 둘째 기준으로 대치동 유명 영/수학원을 탑반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둘째에게 맞는 소규모 학원을 다니고 있다.

D :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스스로 전국구 자사고를 가고 싶어 해서, 스스로 원서를 쓰고 합격했다. 가서 초반에 힘들어했는데, 동아리도 들어가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적응해 나갔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역시 공부는 유전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공통적으로 애가 잘했으니 그룹과외하자고 엄마들에게 러브콜을 받은 거다. 중학교 때 공부가 시시해서 영재고를 가겠다고 한 아들에게서 전교 1등의 냄새가 난다. D선생님은 딸이 정말 다 알아서 스스로 한 케이스. 그나마 C선생님의 둘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대치키즈다. 하지만 대치동에서도 힘들기로 유명한 영어학원인 P와 수학학원 누런소 두 곳 모두 탑반으로 졸업한 거부터가 말도 안 되는 과제집착력과 공부머리가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공부가 싹이 보인다 싶은 건 언제였어요?

A: 고등학교 전 까지는 애들 장난이더라. 중학교까지는 엄마의 극성맞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아이 공부다.


나머지 분들은 아이가 특목고나 자사고등학교 출신이라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중학교 때 아이가 '스스로' 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가서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결국 자기 페이스대로 하더라." 라며.


대치동 추천하시나요?

A: 아이가 좀 여리면 일반고에서 1등 하는 게 맞는 것 같고, 잘하는 애들 옆에서 주눅 안 들 자신이 있고, 약간 승부욕 있으면 대치동 추천.


C: 대치동의 최대 장점은 아이에게 딱! 맞는 학원이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까지는 유명 탑학원만 찾지만, 고등학교로 가면 갈수록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학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50% 넘게 수시전형으로 뽑는데, 막상 우리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전형은 한두 개뿐이다. 그걸 잘 찾아봐야 한다.



아무리 학원 사교육비가 높아도, 대한민국에서는 성실하게 '보통의 공부'를 하는 것이 가성비가 가장 좋다. 00 대학 졸업이란 꼬리표는 중고등학교 6년 동안의 성실성 지표가 되어 알게 모르게 혜택을 받는다. 요즘 유행하는 유튜버&연예인이 되거나 예체능을 시키는 것보다 공부를 성실하게 하는 게 훨씬 안전하고 저렴하고 쉽다.


불확실한 미래. 급변하는 세상에 대비하자는 미래 교육. 현 교육에 질적 평가 비중을 높히자고 외쳐도, 결국은 성실한 아이들이 변화 속에서도 성실하게 적응하여,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 애가 어릴 때 GD처럼 싹이 보여도, GD가 되는 것보다 인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월급쟁이의 삶이 훨씬 쉽고 안전한 길이다. 가시밭길 대신 안전한 길을 가면 좋겠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학령기 아이를 둔 부모는 대치동 환상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선경, 대치레미안팰리스, 도곡렉슬이 한눈에! 은마 아파트는 오른쪽 뒤에 있어 사진에 안 보인다.


나는 오늘도 현실적 환상의 세계, 대치동으로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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