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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내 Jan 04. 2024

기자 와이프의 신문 활용법

밥상머리 신문 교육

종이 신문. 요즘 종이 신문을 누가 읽어?라고 생각했던 내가 기자 남편과 결혼할 줄이야. 덕분에 매일 새벽 글쓰기를 하고 있노라면, 현관 앞에 종이 신문이 툭 놓이는 소리가 들린다. 신문은 방송으로, 방송은 유튜브로 전환될 거라는 예상은 많았지만, 신뢰가 사라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대 사회에 종이 신문은 신뢰를 주는 몇 안 되는 매체이다. 또한 포털 기사는 내가 좋아하는 기사만 클릭한다면, 종이신문은 다방면의 기사를 읽을 수 있다. 특히 기자들이 밀도 있게 취재한 기획 기사와 다양한 인사이트를 주는 사설은 종이신문의 큰 장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신문 읽기는 나만의 모닝 루틴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첫째가 와서 같이 읽기 시작했다. 현재 아이들은 7시에 거실로 나오는데, 나오자마자 테이블 앉아 준비된 공복 공부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신문 읽기를 시작하는 루틴을 시작한다. 그렇게 첫째가 5살 적부터 신문에 노출하고, 6살 말부터 본격적인 신문을 활용하여 사고확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현재 주말에 진행하는 영작문 수업을 할 때 쓰는 방법과 비슷한데, 오늘 브런치에서 공유한다.



읽을 때 엄마가 기사를 미리 선택해서 읽히는 방법이 있고, 그냥 다 같이 읽는 방법이 있다. 초 저까지 라면 동물, 과학, 우리 동네 기사를, 초고학년 이상이라면 현재 이슈, 환경, 인류, 세계등 대부분의 기사를 쓰는 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어려서 사진 위주로 보는 편이라, 같이 읽는 편이었는데, 이-팔 전쟁시기에는 사진이나 기사가 너무 자극적이라 신문 읽기를 잠시 중단했다. 이건 엄마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자.

아이가 6살 말에 스크랩한 내용. 사진을 한문장으로 요약하고 "얘네들이 무슨 말을 할까?" 라는 대한 질문에 세가지 답.


1 단계 : 소통하며 읽기

아이와 함께 읽을 때는 기사를 눈으로만 읽지 않는다. 기사를 소리 내서 읽고, 읽으며 드는 생각도 소리 내서 말한다. 읽으면서 첫째의 궁금한 점에 대해서 대답하거나 검색해 보고, 다시 말해보는 시간을 갖거나, 한 문장으로 말해보기 시간을 갖는다. 아이의 비판적 사고를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연습이다. 이런 1:1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은 대형학원에서 절대 할 수 없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가 개발됐단 기사를 보고, 시각 장애인이 과연 키오스크를 쓰는 게 빠를까 아니면 카운터에 가서 서버에게 주문을 하는 게 빠를까?라는 '내' 궁금증을 이야기했더니, 6살 아들은 "바빠서 주문을 못 받을 수도 있잖아?"라고 대답했다. 덧붙여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도 만들자고 제안 했다. 


우리가 일요일마다 가는 맥도날드에서 만든 키오스크 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2단계 : 비판적으로 읽기

소통하며 읽기는 신문 처음부터 끝까지 겉핥기식으로만 대화했다면, 비판적 읽기는 한놈만, 아니 한 기사만 패는 작업이다. 기사 하나를 골라서 이 기사의 내용, 팩트, 의견, 논쟁점등을 분석해 본다. 나만의 관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신문 기자의 글을 분석하는 말하기는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아이들의 부담이 적다. 


3단계 : 팩트 체크 스킬과 리퍼런스 평가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 팩트 체크 스킬. 어릴 적부터 기사를 보며, 기자가 쓴 레퍼런스는 정당성이 있는지, 팩트는 어떻게 체크했는지 평가하는 스킬이 중요하다. 이는 인공지능과 필연적으로 일해야하는 우리 아이들 세대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위키피디아 문서인지, 논문인지, 대학교수의 말인지, 익명의 누군가가 한 말인지 구별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4단계 : 내 삶과 연관시키기

뉴스 스토리가 아이의 삶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체크한다. 무더운 여름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면, 이번주 날씨를 기록해 보는 식이다. 예전에 엘론 머스크가 기사에 나왔는데, 테슬라와 스페이스 x를 만들었다고 하니 전기차를 혼자 만든 거냐며 신기해했다. 길거리에서 전기차를 볼 때마다, 엘론머스크 이야기를 하더라.

엄마가 좋아하는 엘지트윈스의 우승기사를 갖고 쓴 글.


5단계 : 표현하기

읽은 기사를 그림, 짧은 글, 포스터, 롤플레잉등 자신만의 표현으로 재탄생시킨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일기 정도로 쓰는 중. 기사를 요약한 한 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그림까지 그릴 엄두가 안나는 아들이라 나흘에 기사 하나씩 완성하는 편이다. 




너무 어린데 괜찮아요?라고 하시는 분들은 대필을 추천한다. 별이가 5살 후반까지는 글자를 써줬고, 다음에는 단어 한두 개를 쓰게 했다. 예비초등인 지금은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쭈욱 말하면, 내가 먼저 대필을 한다. 그리고 내가 읽어주는 걸 아이가 받아 적는 중이다. (한글 공부 차원에서). 부모가 신문을 읽는 자세를 어릴 때부터 노출하자. Think aloud (소리 내서 생각하기)와 같은 부모의 생각과 질문을 옆에서 아이는 계속 들으며,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해 나간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형식에 맞춰 글을 쓰는 연습을 신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가는걸 추천한다. 신문은 비문학 지문을 위한 다양한 배경 지식을 쉽게 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사설과 논설을 읽으며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는지 따라써보고 자신의 글에도 적응해보며 글쓰기 연습을 하자.


그 어떤 학원에서 가르칠 수 없는 밥상머리 신문교육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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