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
"가슴이 뛰는 일을 해! 그렇지 않다면 시간 낭비 아니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 글쎄?
또 다른 주장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도록 해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음.. 이 주장에 대해서도 그게 그리 쉬우면 내가 퇴사를 생각하고 있겠니?라는 답변들이 날아올 것 같다.
물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하나하나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뼈와 살이 되는 이야기 들일 테니까. 순수한 의도로 방황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감까지 만이다.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단 그래, 그래야지! 하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사람이 많다. "일단 뭐라도 해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음.. 그럼 뭐부터 해봐야 하지? 어디서 뭘 해볼 수 있는 거지?'같은 생각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작년 10월부터 <경험수집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는 경험수집잡화점의 첫 모임인 하루 15분독서 모임을 시작한 게 작년 10월부터 였고, 경험수집잡화점이란 이름은 올해 2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왜 돈도 안 되는 이런 일들을 벌이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 이유야 꽤 많이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서두에 언급한 질문의 답과 연결되어 있다. 나도 내가 뭐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빨리 좋아하는 일을 찾아 쭉쭉해나가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 영 삶이 답답했다. 그러다 책 읽기를 시작하고, 글쓰기를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쌓고 기회를 만났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쉽게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그 과정에서 나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고 싶기도하고) 경험수집잡화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험들은 모두 소소한 경험들이다. 책 읽기, 글쓰기, 하루 2리터 물 마시기, 영어 원서 읽기, 하루에 사진 한 장 남기기, 하루 5분 운동하기 등. 사람들이 편하게 무슨 경험이든 골라서 참여 해보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만든 모임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무엇이든 시작해서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과 관련이 있을까를 알아보기 까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2주~3주 정도. 그런데 이런 일들을 혼자서 하다 보면 제 풀에 지쳐 이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접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격려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었다. 인증을 하고 다른 사람을 알아가며 그 최소한의 기간 2주~3주를 견뎌낼 수 있다. 그때쯤이면 이 일이 내 흥미를 끄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알 수 있다. 재미가 있다면 더 이어갈 수 있고, 흥미를 못 느낀다면 쿨하게 모임에서 나가 다른 경험을 쌓아갈 수 있다. (그래서 모임 중간에 나가면 나에게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린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고 만든 터라, 중간에 어떠한 이유든지 자유롭게 모임에서 나갈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사람이 사는 곳, 만나는 사람, 시간을 쓰는 법 중 하나는 바꾸어야 스스로도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 적어도 새로운 사람을 (온라인에서나마)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나 역시 이 모임들을 운영하며 예전이었으면, 전혀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어쩌면 육아휴직을 내고 인생의 제 2막을 고민할 수 있었던 용기도 함께 모임을 해나가는 멤버들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기운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바라기는 경험수집잡화점에서 더 많은 경험이 담긴 모임들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가 만드는 모임이 아닌,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스스로 재밌어하는 모임들을 많이 만들고 참여해서,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에서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탐색해볼 기회를 많이 가져보지 못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란 생각이 든다. 작은 것부터, 자신이 할 수 있을만한 것부터, 또는 흥미가 유발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천천히 조금씩.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알게 된 경험들이 의외의 곳으로 우리를 인도해 갈지도 모른다. 또 그렇지 않다 해도 뭐 어떠랴? 그 과정에서 재미가 있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