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결혼정보회사에 대해 생각해본 것은 서른네살때였다. 몇번의 연애와 이별을 경험하고 나니 어느새 30대 중반. 결혼 안한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인지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지냈었는데 약속이나 한 듯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 들었다. 수 없이 많은 소개팅을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괜찮은 사람은 이미 가버린건가? 라는 의문에 초조함, 불안함을 느꼈던 그 즈음 "결정사라도 한번 가봐~"라는 주변의 권유에 난생 처음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가보았다. 오늘은 상담만 받으러 왔다며 집에가서 고민해보겠다라며 돌아왔다. 적지 않은 비용이긴 하지만 돈의 액수를 떠나서 이렇게까지 하는게 맞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채 깊어지기 전에 매니저는 전화로 끈질기게 나를 설득했고 "매니저님만 믿을께요~"라며 그렇게 나는 결정사 회원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결정사에서 제공하는 정해진 횟수와 일부 서비스 횟수를 합쳐서 1년 정도 기간동안 10명 정도의 남자를 만났지만 원했던 결과는 얻지 못하고 서비스는 종료가 되었다. 10명의 남자 중 교제로 이어진 남자는 2명있었다. 결정사를 통해 나와 그들의 복잡하고 얄팍한 심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와 내가 그냥 자연스럽게 만난 사이라면, 또는 평범한 소개팅을 통해 만났다면 하지 않았을 계산들. "다음에 더 괜찮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 "결정사까지 가입을 했는데 이 사람을 만나기에는... 좀 아깝지 않나?" 라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자연스럽게 두드리게 되었다. 만남을 하면서도 남겨진 횟수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정식 횟수 외에 매니저가 제공해주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횟수에 대한 생색내기 식 서비스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내가 그런 서비스가 되었을 수 있다.
결정사 경험자로서 내 후기는 결정사에서는 여자는 나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 따라서 결정사 경험자의 레알 후기를 듣고 싶은 여자 후배가 있다면 30대 초반까지는 (요즘은 30대 중반?) 추천, 30대 후반 이후라면 비추천.
그런 내가 40세에 다시 한번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갈 줄이야. 나보다 3살 어린 친한 여자 후배가 결정사를 통해 만난 남자와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나한테 다시 한번 해보는거 어떠냐며 추천을 한 것이었다. 끊임었이 소개팅을 해왔지만 40대가 되니 확실히 이제 소개도 잘 안 들어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30대 후반 이후라면 결정사는 비추라는 누군가의 충고를 무시하고 가입을 하더니 상처만 받은 채로 2번 만남 후 환불을 받고 탈회를 하게 되었다. 막상 가입을 하니 40세 여자가 만날 수 있는 남자의 풀은 너무나도 적었다. 매칭의 속도와 횟수도 34세때와는 달랐고 미안하지만 상대의 퀄리티도 정말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게 되는 내 모습도 너무 싫었다.
어느덧 마흔 다섯, 심심찮게 걸려오는 결정사의 전화에 "필요없습니다 (해봤다구요!)"라며 끊기 바빴었는데 어느 날을 뭔가에 홀린 듯 상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상담 약속을 잡고 말았다. 상담만 받고 오려했으나 어찌어찌하여 또 가입을 하고 오고야 말았다. 누구나 알만한 메이저 결정사였던 첫번째, 두번째 메이저 회사와 달리 이 회사는 압구정에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였다. 메이저 회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하는 말에, 그래서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설득을 당해버렸다. 확실히 다른 느낌이긴 했고 보내주는 남자들의 프로필도 내 나이 마흔 다섯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회사들보다 좋았다. 너무 좋아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그냥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보다 너무 조건이 좋은 사람 또한 부담스럽다.." 라는 거절 사유를 매니저는 의아해했으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아.. 나는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고. 사실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는걸 불편하게 생각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 끝에 환불을 요청했다. 다행히 매니저가 처음 가입할 때 망설이는 나를 위해 만남 하기 전에는 무조건 100% 환불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막상 환불을 요청하니 딴 소리를 해서 실갱이를 한참 하긴 했지만 소비자보호원을 통해서 나는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냥 혼자 살란다.. "라며 결혼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환불을 요청한 날, 오랜만에 소개팅이 들어왔고 소개팅 성공률 1%인 내가 그 소개팅남과 지금 두달째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뭔가를 하려고 애쓸때는 정작 이루기 힘들고, 마음을 비우면 생각지도 못하게 얻게 될때가 있다. 결정사 환불 받던 기막힌 타이밍에 만난 이 사람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지금은 너무 좋지만,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결정사는 이제 다시는 가입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세번의 경험이면 뭐든 충분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