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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그린 북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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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윤선 Sep 02. 2021

올해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가긴 글렀다

#고속버스



<올해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가긴 글렀다>      

   

3년 전 2019년 10월 28일(월) 12시30분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시범 운행으로 첫 승차로 고속버스를 탔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드디어 고속버스 타고 여행갈 수 있고 고향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동권 투쟁에 앞장선 활동가들 덕분이다. 휠체어 사용하는 내가 살아생전에 고속버스를 타는 날이 올까나 했는데 감격적인 첫 시승자로 고속버스를 타게 됐다. 국내 첫 고속버스 운행이라 국토부와 장애계는 물런 언론에 관심도 집중됐다 12시 10분 쯤 리프트가 올라가는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가 승강장 안에 가득했고 기자들 마다 소감이 어떠냐고 묻는 통해 정신이 쏙 빠졌었다. 모든 언론은 실시간 매인 뉴스로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 갈수 있다는 뉴스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나도 휠체어를 사용하고는 처음 타본 고속버스라 만감이 교차한다. “저, 오늘 리프트 장착된 고속버스 첫 승차자로서 드디어 강릉여행 출발합니다. 라고 SNS에 소식을 전했다.      

고속버스 타기 열흘 전 부터 어플로 예약하고 홈페이지와 어플 상태를 모니터링 했다. 어플 예약은 회원가입 등 기능이 떨어지고 좌석 예약할 때 전화가 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버스 타면서도 모니터링 했다. 리프트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소리가 요란해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쳐다본다. 탑승해보니 휠체어 좌석은 중간에 두 곳이 있다. 휠체어 사용 손님이 안탈땐 의자를 원위치로 해서 비장애 손님이 이용하고 장애인 손님이 예약하면 죄석을 앞뒤로 밀어 휠체어 공간을 확보한다. 낮 12시 20분 출발해 강릉 터미널에 오후 4시에 도착했다 한 시간 후 버스는 바로 출발한다고 해서 강릉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경포대로 향했다 경포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 7시 기차로 돌아왔다. 그 후로도 부산, 전주, 강릉 당진까지 한 달에 한번 꼴로 리프트 장착 고속버스 타며 모니터링을 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감염 병으로 고속버스 모니터링을 중단됐다가 하반기 다시 뜨문뜨문 시작했다. 올해로 고속버스 운행 3년차 이지만 언젠가부터 단거리 당진행만 운행되고 장거리 부산, 전주, 강릉행은 운행하지 않아 버스를 탈 수 없었다. 처음 시범 운행할 때 모니터링을 통해 불편 사항을 개선한다고 국토부에서 밝혔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작년 추석 때도 모니터링차 전주행 고속버스를 탔다가 허걱했다. 일 년 동안 변화를 기대 했지만 허사였다. 리프트 장착 된 첫차가 새벽 6시라니 기대는 무참히 깨져버렸다. 휠체어 사용 고객은 출발 20분전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하니 5시40분 까지는 터미널에 도착해야 한다. 지하철 첫차를 이용한 다해도 고속버스 타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것도 어쩌다 딱 한번 첫차만 운행하고 운행 안하는 날도 허다하단다. 고속버스 운행을 하도 안하다보니 기사님은 리프트 조작 방법을 몰라 헤매고 휠체어 고정벨트 채우는 것도 서툴러 출발시간도 지연됐다. 게다가 명절 연휴 기간엔 아예 운행하지 않아 고속버스타고 고향에 가싶다고 외쳤던 장애계 바램은 공허한 외침이 됐다 

    

장거리 고속버스를 타면 휴게소에서 쉬어간다 장애인 승객이 승차했을 땐 평소보다 15분 더 정차해 30분 쉬고 도착 시간도 20분정도 지연된다. 출발 전 운전원은 손님들에게 안내 하지만 지연된다는 말에 몇몇 손님은 불쾌해 한다. 승무원은 표 예매 할 때 안내됐다고 얘기하지만 모든 손님이 지연 이유까지 꼼꼼히 숙지하지 않아 당황해 한다. 나도 요금내고 타는 손님인데 다른 손님들의 불편한 반응에 당황스럽고 불쾌하다 어떤 손님은 휴게소 정차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것에 기분 나쁘다며 뒤차를 이용한다고 내기도 했다. 휴게소에서 정차해 출발 직전에도 기사님은 다시 한 번 안내한다. “손님여러분 이제 차량은 출발합니다. 이 차량은 휠체어 이용 고객이 탑승한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20분 지연될 예정입니다. 손님여러분께서 넓은 마음으로 양해 바랍니다.” 안내 방송 후 출발한다. 장애인 손님이 타서 늦는다고 읍소하니 손님들은 불만을 늘어놓는다. 한 공간에 있는 나도 너무 불편하고 기분 나쁘다. 제대로 된 홍보가 안 된 건지 내가 왜 죄인취급 받아야 하는지 엄청 불편하고 차에서 당장 내리고 싶은 심정이다. 첫 시범 운행부터 지금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한 장애인은 극히 일부라고 기사님은 말한다.


장애인 손님이 고속버스를 이용 안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도 그럴 것이 리프트 차량 배차시간이 전주행이나 부산행은 첫차이거나 막차이어서 이용 하지 말라는 것과 매 한가지다. 부산행은 지하철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 리프트 장작 고속버스를 운행하면 난감하다. 부산 장애인 콜택시는 밤 10시 넘으면 장콜 운행차량은 현저히 줄어 이용에 한계로 자칫 터미널에서 날밤세기 딱 이다 그러니 고석버스 이용을 꺼릴 수밖에…….     


전주행도 마찬 가지다. 전주는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 콜택시나 저상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밤늦게 장애인 콜택시나 저상버스 이용은 엄청난 모험을 감내 해야 한다. 전주의 저상버스 비율은 2019년 기준 11개 노선에서 121대 저상버스가 운행 중이다. 전체 시내버스 400여 대 중 30% 가량이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도 밤에는 운행하는 차량의 대수가 줄어 무한정 기다림의 연속이다. 강릉행 버스는 낮 열두시 쯤 출발하면 도착지에서 한 시간 정도 정차해 있다가 지하철이 없는 강릉에서는 도저히 고속버스 시간에 맞출 재간이 없다. 강릉까지 가서 버스만 한 시간 후에 바로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작년까지는 3일전 예약하면 부산, 전주, 강릉, 당진 행 고속버스를 노선 모두를 탈 수 있었는데 올핸 부산, 강릉, 전주 같은 장거리 노선은 아예 운행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국토 부는 알고나 있는 걸까?. 개선한다고 말만 하고 나 몰라라 팽개쳐 둘 거면 뭐 하러 그 비싼 리프트 달고 운행한다고 전국적으로 떠들썩하게 홍보했는지 참 씁쓸하다.     


#끝까지 간다.

추석 명절 전 KBS 사랑의 가족 고발코너 "끝까지 간다." 촬영으로 당진 행 고속버스를 탔다. 방송사에서 촬영한다고 하니 고속버스 관계자 분들 난리 났다. 2시 출발 차량인데 오전부터 나와 청소하고, 리프트 점검하고 분주하다. PD와 함께 호남선 승강장 3번 게이트 앞 대합실에서 11시부터 기다리며 버스 탈시간을 기다렸다. 3번 출구 승강장은 엄청 바쁘다. 근데, 리프트가 고장 난 것 같다. 관계자들 죄다 나와 씨름중이지만 전혀 움직일 생각 없는 리프트.  


관계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힘도 써봤다 버스도 살짝 옮겨봤다가 하면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 까지 하다. 당진 행 버스표는 앱으로 예매 했지만 다른 노선운행을 알아보려 매표소로 갔다. 긴 줄을 서서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추석 전날 전주행 고속버스 표를 사려 한다고 하니 매표원은 잠시만 기다리고 한다. 휠체어 탑승 차량이 운행 하는지 자신도 잘 모른다고 연신 컴퓨터만 두들기며 표 확인을 하지만 역시 없는 모양이다. 휴대폰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매 하려니 표가 없다고 매표소에 문의하란 안내만 한다고 했다. 리프트 장착 고속버스 운행 회사는 천일고속, 금호고속, 대원고속, 동양고속 등 4곳 운수회사에서 운행하지만 장거리 노선 운행하는 회사는 한곳도 없다. 매표원은 다시 알아보고 전화 준다며 당황해 했다 그간 고속버스 시범운행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안 좋은 쪽으로…….     


고속버스 4개 노선 중 단거리 노선인 당진만 운행하고 장거리 노선 3곳은 아예 스톱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당진행이라도 촬영차 간다. 올 10월이면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버스 시범운행 3년차다. 3년 동안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 노선이 더 늘어도 모자랄 판에 있는 노선도 줄어버렸다. 10월 시범운행 기간 3년이 끝나면 어찌 될지 심히 우려된다. 지금 같아선 국토부가 개선 할 의지조차 안 보인다.      


#어찌어찌 당진터미널 도착 

출발시간 10분 넘겨 고속버스는 서울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당진까지는 1시간 45분 걸린다. 단거리 운행이다 보니 중간 휴게소는 들르지 않고 당진으로 바로 간다. 당진으로 가는 동안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까처럼 리프트가 고장 나면 어찌 내리지?. 나를 업어서 먼저 내리고 전동휠체어를 들어서 내리려면 엄청 복잡하고 힘들 텐데, 난 팔과 손에 힘이 없어 업히는 것도 힘들고 날 업는 사람도 엄청 고생할 것이고, 혹시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진짜 큰일인데…….    

  

온갖 상상을 하며 당진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리프트 제작 회사 엔지니어가 나왔다. 자동으로 내려오는 장치는 이미 고장 나서 수동으로 조작해 리프트가 움직여 겨우 내렸다. 내가 내린 후 기술자는 리프트를 뜯고 고치느라 바쁘다. 이용하지 말라는 악조건만 가득하니 이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그러니 더 점검을 안 해 고장이 잦을 수 밖에 없고 고장 나서 임시방편으로 움직인 리프트 타면서 중간에 멈추면 어쩌나 심장을 쓸어내렸다 올해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가긴 글렀다. 휴…….ㅠㅠ      

    

-고속버스 이용률을 높이려면 바꿔야 할 것들이 많다

1. 3일전 예약은 당일로 바꿔야 하고

2. 운행 시간은 상식에 맞게 배차해야 하고

3. 하루 오전 2번 오후 2번 4번은 운행해야 하고

4. 명절과 주말 휴일에도 운행해야 하고

5. 노선 증가와 기차가 가지 않는 지역운행

6. 운전원의 리프트 조작 방법을 숙지해야 하고

7. 종사자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필수이고

8. 비장애인 손님에게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고

9. 휴게소 가족 화장실을 늘려야 하고

10. 전동휠체어 모델과 관계없이 고속버스 이용가능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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