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생활
영주의 화양연화 소수서원
글, 전윤선
거대한 산이 아름다운 건 험준한 굴곡이 있기 때문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산을 짙게 감싸는 구름이 숨을 고른다. 쉼, 그리고 맛의 느낌표 까지 잠시 호흡을 정리하는 이 시간은 빈틈없이 꽉 채워진다. 빈자리는 그 사람의 크기를 깨닫게 하고 역사를 간직한 시간 앞에 숙연해 진다. 처음은 질서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했고 이후 질서를 들여놔 후대에게 남겼다. 지금 내가 소수 서원에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과거와 묶여 있는 듯하다. 이연은 관계이고 관계는 이리저리 칡넝쿨처럼 얽혀있다. 시간을 초원한 공간은 고개를 돌리는 각도마다 다른 시대가 펼쳐진다. 내가 한 행동이 언젠가 내게 돌아올 수도 있어 스치고 간 인연에 예의를 갖추고 지난 시간과 닿은 공간에서 당시의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소수서원에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유복(전통복장)을 입은 노인 서너 명이 서원 어디론가 잰걸음으로 향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 그들은 조선시대에서 온 것처럼 사극에서 본 장면들이 내 눈앞에 실제로 나타났다. 분명 꿈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로 순간 이동한 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헛것을 본 것도 아니었다. 그들을 따라 도착한곳은 강학당 이었다. 강학당은 소수서원의 중심 건물로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던 곳이다. 서원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보물로 지정된 곳이다.
강학당에는 유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은 순흥 안 씨 제삿 날 이어서 유림들이 유복을 입고 서원에 모인 것이다. 살면서 이런 장면은 보기 드문 광경이라 오지게 재수좋은 날이다. 순흥 안 씨는 단종 복위를 위해 활동하다가 역적으로 몰려 떼죽음을 당했다. 당시 서원 아래 죽계천이 핏물로 변해 하천 끝이 있는 피끝 마을까지 흘렀다고 한다. 이후 죽계천 '취한대' 옆 경자 바위에서는 우는 소리가 크게 났다고 한다. 이를 두고 떼죽음 당한 사람들의 원한이 깊어 나는 소리라고 했다. 남은 자들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붉은색으로 공경할 경‘敬’ 자를 바위에 새겨 넋을 위로 하면서부터 더 이상 바위에서 우는 소리는 나질 않았다고 한다. 그들을 기리위해 매년 봄, 가을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소수서원의 풍경은 홀딱 반할 수밖에 없다. 옛 문인들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에서 어떻게 집중하며 공부 했는지 의아하다. 서원 아래로는 맑고 투명한 죽계천 흐르고 눈만 돌리면 주변 풍경은 공부를 방해할 정도로 아름답다.
영주의 소수서원은 1543년 중종 38년에 우리나라 최초 건립된 서원이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국내 아홉 개의 서원 중 가장 오래된 소수서원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서원을 둘러싼 소나무 숲은 수백 년의 시간을 품고 있어 장관이다. 소수서원에는 국보와 보물로 가득하다. 보물인 강학당 뒤에는 책을 보관하는 장사각이 있다. 장사각은 나라에서 내려준 책과 서원의 책, 서원에서 출판한 목판을 보관했던 곳으로 지금으로 치면 도서관과 비슷한 곳이다. 건물은 크지 않지만 임금이 내려준 서책과 각종 책 3천여 권을 보관했던 건물이다.
전사청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사청은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제기를 보관하고 제사음식을 마련하는 곳이다. 지금도 제사음식은 전사청에서 정성껏 준비해 제를 지내고 있다. 메인 공간을 둘러보고 경렴정으로 나왔다. 경렴정은 소수서원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정자이다. 정자 내부에는 이황과 주세봉 등이 자연을 노래한 시를 적은 현판이 걸려 있다. 경렴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정자 가운데 하나로 소수서원 원생의 풍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경렴정 앞에는 숲이 울창하다. 나이 많은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많아 숨쉬기 편하다. 수령이 5백년 정도 되는 은행나무는 사원이 만들어질 무렵 심어졌다고 추정된다.
서원 주변은 소수 박물관과 선비촌까지 세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다. 박물관은 유교와 관련된 전통문화 유산을 체계화하고, 접근성도 용이하다. 바로 옆 선비촌은 민속촌과 비슷하다. 선비 촌에는 먹을거리도 판매하고 조랑말을 타고 조선시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전통 가옥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서원은 온순한 표정으로 길을 내어주고 푹신한 흙길에서 조선시대로 회귀한다. 마치 하늘에서 시간이 쏟아져 학문을 품는 유생이 환생 한 것처럼 수천 년의 시간이 고요하게 흐른다. 그리고 그 틈이 쩍쩍 갈라져 과거와 현대 사이에 무게가 느껴진다. 지상인지 천상인지 영혼까지 순수해지는 소수서원에서 마음에 높이 쌓아뒀던 울타리가 허물어진다.
-가는 길
KTX 영주 역에서
경북 광역이동지원센터 즉시콜 이용
전화 1899-7770
-접근 가능한 식당
소수서원 앞 식당가 다수
-접근 가능한 화장실
소수서원
식당가
박물관
선비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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