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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ug 13. 2023

미미를 떠나보내며


미미가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다. 새벽 4시쯤 아부지와 함께 누워있는데 미미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몸으로 아부지의 손을 밀쳐냈다고 했다. 이후 10분 만에 숨을 거뒀다.


미미는 온 몸의 장기가 파열된 상태였다. 원래부터 기도가 좁았는데, 노화로 갖가지 병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일주일 전까지 미미는 멀쩡했다. 하지만 갑자기 배설물을 가리지 못하고 집안을 빙빙돌거나 몸을 떨었다. 동물병원에선 치매라고 했다. 속안이 까맣게 되어 온 몸이 아플거라고 했다. 그래도 미미는 짖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저 조용하게 신음만 냈다. 그 모습이 더 딱하고 안타까웠다고 엄니는 말했다.


미미는 2010년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다. 엄니 아부지는 13년 간 사랑으로 미미를 키웠다. 취업해 떠나간 자식들 대신 딸처럼 대했다.



은퇴한 노부부에게 박미미는 좋은 여가가 됐다. 미미를 산책시키거나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일. 또 미미가 먹을 간식을 사러 마트에 가는 일. 미미를 위한 미용실을 예약하는 것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노부부의 중요한 일상이었다. 가끔 아부지는 돈이 많이 든다고 툴툴댔지만 그만큼 미미에게 고마워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게 아무 조건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생명체가 또 있을까 싶다고 했다.


미미는 용감한 강아지였다. 몸집은 작았어도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 용감해졌다. 산책 도중 자신보다 3~4배는 큰 강아지를 봐도 미친듯이 짖어댔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지 때문이었다. 덕분에 사회성은 떨어졌다. 가족끼리 휴가를 가려고 강아지 돌봄소에 미미를 맡겨놓으면 2박3일 간 짖는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하루 이상 집을 비우는 걸 포기했다. 미미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미미는 도도하기도 했다. 절대 입술을 허락하지 않았다. 입을 갖다대면 고개를 돌려 피하고 발로 밀어냈다. 그랬던 미미와 단 둘이 집에 있을때가 있었다. 미미는 당시 배탈이 나서 먹은 것을 다 토해내는 상황이었다. 그가 토한것을 휴지로 닦아줬는데 그 모습을 빤히 보던 미미가 먼저 다가와서 내 무릎위에 앉았다. 이런적이 처음이었다. 나는 그때 동물이 사람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잘 한다는 당연한 명제는 때로 인간사회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그가 찼던 목줄과 머물던 조그마한 개집, 각종 간식과 사료, 샴푸까지 집 안 곳곳에 미미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걸 다 치우면 집은 허전해질 거다. 페이스북에 미미의 소식을 알리자 한 교수님은 "반려인은 언젠가는 겪게 되는 아픔이다. 사람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는것 같다. 그런 과정도 우리 삶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생명을 키우고, 그 생명과 함께하는 것은 많은 책임감을 요한다. 우리네 부모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오면 질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미가 13년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에게 느꼈던 마음을 그도 우리에게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미의 빈자리를 조용히 감내해야 할 우리 식구들도 잘 감당했으면 좋겠다. 그와 함께한 추억을 갖고 또 잘살았으면 좋겠다. 회자정리가 있으면 거자필반도 있다고 믿는다. 최고의 강아지였던 박미미. 그곳에선 건강하고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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