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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pr 24. 2021

다시 청와대로


2주 전 인사가 나서 다시 청와대를 출입하게 됐다. 2018년 3월부터 2년간 2진으로 청와대를 맡았다. 2019년 12월 태국에서 다리를 다쳤고, 이듬해 3월 온라인뉴스부로 갔다가 1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사실 국회 출입을 지망했지만 여차저차 다시 오게되니 감회가 새롭고, 부담도 된다. 선배 밑에서 있다가 이젠 혼자서 청와대를 맡아야 하니..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서 브런치도 제대로 못 올렸다. 2주 만의 휴일에 잠시 숨을 돌린다.


1년간 청와대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듯 하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벌어진 과거와 다르다. 그때는 출입기자들도 신이 났다. 한반도 평화와 발전의 현장에 있는 것 같아 즐겁고 기뻤다. 상황은 많이 다르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는 다시 냉랭해졌다.


부동산 폭등으로 여당과 정부는 4월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백신 수급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찰개혁은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된 느낌이고, 민주당 내에서도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권 초중반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누구는 80%에서 30%까지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을 언급하며 레임덕을 꺼내든다. 5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 청와대의 입김은 더 잦아들 거라고 지적한다.


청와대 춘추관 전경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를 맡게 됐으니 어떻게 접근하고 취재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사실 타사 청와대 출입 반장 기자들은 대부분 15년차 이상인데, 겨우 9년차인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찌보면 정권 말기 순장조로서 청와대 기자들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줄어든건 사실이다. 그토록 많던 순방도 코로나 탓에 이제 거의 사라졌고, 국회에 힘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새롭게 무언가를 발표하거나 주도권을 가지고 정책을 드라이브하기도 애매해진 상황이다. 재보선 결과가 보여주듯 2030세대는 정부를 향해 이게 공정이냐고 묻고 있다. 박근혜 탄핵이후 혜성처럼 등장한 문재인정부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


그래도 문재인정부가 다시 힘을 내서 일해줬으면 좋겠다. 출범 당시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벌여놓은 사업을 그나마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듣고 비판에 귀 기울이며 정책을 조금 수정하더라도 많은 이가 옳다고 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면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순장조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할 일은 하고 아름답게 퇴장해야지, 흙속에, 역사속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들의 마무리를 곁에서 지켜보는 건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리고 부족하지만 또 열심히 1년간 일하면서 코로나 주의하며 사람도 많이 만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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