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가 삼식이를 데리고 집을 나선 건 그날 오후 9시쯤이었다. 목줄을 채우고, 배변을 정리할 장갑과 비닐봉지도 챙겼다. "여보, 얘들아! 아빠 다녀올게" 늘 그렇듯 반응은 없었다.
현수의 두 딸은 주말을 맞아 아이돌 무대 교차 편집영상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들은 새로 데뷔한 보이그룹의 센터를 누가 맡아야 하는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비주얼과 춤이 되는 멤버 A와 노래를 잘하고 예능감이 있는 멤버 B가 그 대상이었다. 두 딸은 최근 컴백한 이들의 타이틀곡을 사시사철 틀어놨는데 현수는 숫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현수의 와이프인 미경은 미경대로 바빴다. 곧 있을 교회 성가대 합창 공연 때문이다. 성악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평소 잘난척이 심한 수경 엄마를 제치고 소프라노 자리를 꿰차는 게 미경의 목표였다. '거기 비아 돌로로사 골고다의 고난길...' 가족 모두 미경은 코러스를 맡아야 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생존을 위해 첨언은 하지 않았다. 비아 돌로로사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해하며, 현수는 층간소음을 걱정했다. 다행히 아파트 윗집과 아래집은 기독교 신자였다. '매일 부르시는 복음성가가 은혜가 되어요' 하는 이웃들의 사려깊은 모습에 현수는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아무튼 현수는 가족들에게 잠깐의 산책을 제안했다. 다만 모두가 한번 힐끗 쳐다보곤 답을 하지 않았다. 사료에 코를 박고 있던 삼식이만 나갈 채비를 하는 아빠 모습에 들떠서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래, 아빠랑 나갔다 오자." 첫째 딸이 말했다. "아빠 한 시간만 있다가 와. 이따 삼식이 데리고 남자친구랑 영통하기로 했단 말이야. 남친한테 삼식이 소개시켜 줄거야." 알겠다고 대꾸한 뒤 현수는 삼식과 함께 집을 나섰다. 삼식은 혀를 내밀고 방방 뛰고 있었다.
삼식이는 십년 전 현수네 가족이 입양한 강아지였다. 미경과 친한 교회 동생이 연결을 시켜줬다. 유기견이었던 삼식이는 한번 입양을 갔다가 바로 파양당한 뒤 보호소에 줄곧 있었다. 친한 동생을 따라 그 곳에 봉사활동을 간 미경은 삼식이의 수려한 외모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한번 파양을 당했다는 가슴아픈 스토리도 미경의 마음을 흔들었다. 미경은 집에 와서 입양을 선언했다. 현수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했으나, 평소대로 미경은 현수의 의견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삼식이는 금세 가족의 일원이 됐다. 요크셔테리어 품종인 삼식이는 도도한 편이었다. 절대 입술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회성도 떨어졌다. 산책을 나가면 현수나 미경의 품에 안겨 집채만한 다른 개들을 향해 목이 찢어지라 짖어대곤 했다. 수의사는 자기 방어 기제라고 했다. 아픔이 많아서 조그마한 일에도 경계하고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아유 저 불쌍한 것, 미경과 두 딸은 삼식이와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다.
현수에게도 삼식은 고마운 존재였다.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게 삼식이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그런 부모 밑에서 그저그런 대학을 나와 그저그런 중소기업에 취업했던 현수는 회사 경리였던 미경과 결혼했다. 미경은 현수보다도 더 그저그런 인생을 살아왔다. 현수가 피아노의 '미'였다면 미경은 '도샵' 정도였다. 뭐하나 잘난게 없었던 현수에게 미경은 처음으로 잠자리를 한 소중한 여자였다. 미경도 자신만 바라보는 이 곰같은 남자가 싫지 않았다.
마흔 중반이 되자 상황은 곧 역전됐다. 용기도 노력도 없던 현수는 계속 그 회사에 다녔다. 월급은 바닥을 유지했다. 반면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둔 미경은 동네 아줌마들과 수년간 부동산 스터디를 하고, 임장을 가장한 맛집 투어를 다니며 이른바 부동산 여전사로 거듭났다. 미경의 캐리에 따라 쥐똥만한 월급으로 장만한 전세 빌라집은 조금씩 업그레이드 됐다. 물론 강남까지 갈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거주지는 창동에서 연신내로, 성신여대 입구에서 동대문으로, 결국엔 사당까지 내려왔다. 미경은 그 어렵다는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미경의 화려한 갭투자 기술로 사당의 한 아파트를 사고 입주하던 날 미경은 현수에게 말했다. "당신, 나같은 아내 둔거 기적이자 행운으로 알아야 되는거야. 그 조그마한 회사에서 부장 커피나 타던 이미경이 이제 아니라는 거야." 미경의 눈엔 생동감이 돌았다. 서초를 거쳐 강남, 그리고 송파까지 진출하리라. 그래서 두 딸은 남부럽지 않게 잘 살게 하리라.. 한마리 개천용이 미경의 눈동자에서 반짝거렸다.
그때부터 현수는 집이 불편해졌다.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미경은 두 딸을 극진히 아꼈지만 현수에겐 눈길조차 잘 주지 않았다. 사실 회사에서 현수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었다. 애들은 곧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 진학도 눈앞인데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이제와서 새로운 자격증을 따고 스펙을 쌓기란 쉽지 않았다. 가족에 충실했고 없는 살림이지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배나온 아저씨가 되어가는 구나, 하던 차에 삼식이를 만난 것이다.
삼식이를 아끼는 건 가족 중에 현수가 제일이었다. 삼식이 옆에 누워 회사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 예쁘다는 얘기를 하고, 착했던 미경의 과거도 떠올리고, 두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하루 빨리 군대에 갔거나 사고를 쳐서 감옥에 갔으면 좋겠다는 식의 대화를 나누곤 했다. 현수는 그러면서 삼식의 배에 항상 손을 가져다 댔다. 규칙적인 숨소리에 따라 배가 찼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그 안정적인 박자감이 현수의 맘에 들었다. 현수는 그렇게 자주 삼식이 옆에서 잠이 들었다. 꿈에선 미경이 삼식의 귀에 확성기를 대고 비아돌로로사를 불렀다. 두 딸은 한 아이돌의 처와 첩이 됐고, 현수는 몰래 신입 여직원이 자는 모습을 촬영했다가 경찰서로 연행됐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깨면 삼식이는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현수는 다시 스르르 잠에 빠졌다.
삼식은 그날따라 계속 찡찡거렸다. 목줄이 불편하다는 뜻이었다. 눈물이 가득 고인 삼식이의 눈을 바라보던 현수가 목줄을 막 제거했을 때였다. 땅에 발이 닿은 삼식이가 갑자기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야 임마 어디가?" 현수가 전력으로 삼식이를 쫓았다. 풀숲 너머 어둠을 뚫고 현수가 공원 중앙에 다다랐을때, 삼식이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삼식아! 삼식아!" 미친듯이 이름을 부르고 공원을 한바퀴 다 돌았는데 찾을수가 없었다.
현수는 공원 한켠에 위치한 관리소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관리소엔 아무도 없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메모가 눈에 띄었다. 밑에 쓰인 번호로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6통째 전화를 거쳐서야 연결이 됐다. 관리인은 늦은 저녁 식사 중이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일분일초가 애가 탔다. 현수는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관리인은 20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바로 CCTV 확인을 요청했다. 공원에는 총 8대의 CCTV가 있었다. 이중 3개의 CCTV에 삼식이가 잡혔는데, 날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풀숲에서 다른 풀숲으로 후다닥 뛰는 모습만 영상에 잡혔을 뿐이었다.
현수의 전화가 울렸다. 첫째 딸이었다. "아빠 어디야. 삼식이랑 영통해야 된다고 했잖아." 현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딸 미안해. 삼식이가.. 삼식이가 산책하다가 갑자기 없어졌어. 목줄을 풀어줬는데.. 갑자기 전속력으로 뛰어서 사라졌어. 아빠가 곧 찾아서 같이 집으로 갈게." 딸이 소리쳤다. "미쳤어? 삼식이를 잃어버렸다고! 어떻게 할거야 우리 삼식이 어떻게 할꺼냐고!! 어떻게 찾을 거냐고!!" 휙, 하고 미경이 수화기 너머로 전화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야 박현수. 너 삼식이 못 찾아오면 영영 집에 못 들어올줄 알아."
현수는 다음날인 일요일 새벽 5시까지 공원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삼식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와 문을 열었다. 두 딸과 미경이 거실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아마도 현수를 기다리다 잠이 든 것이리라. 인기척에 미경이 눈을 뜨자마자 험악한 표정으로 현수에게 따져물었다. "어떻게 됐어?" "발견을 못했어. 미안해." "미안하면 다야? 당신은 이래서 안돼. 그렇게 집중력과 책임감이 없어서 어떻게 사느냐고." "오늘도 일단 공원 근처로 가서 찾아볼게. 조금만 기다려줘."
미경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당신 때문이야. 내가 삼식이한테 칩 부착하고 등록하자고 했는데 뭣하러 그렇게 까지 하느냐면서 당신이 반대했잖아. 누가 삼식이 찾아도 칩이 없으면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덩달아 깬 두 딸도 현수옆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삼식이 없으면 우리 못 살아. 우리한테는 아빠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인데, 어떻게 그런 삼식이를 잃어버릴수가 있어?" 안그래도 잠을 못한 현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왜 그때 목줄을 풀었을까, 평소 그런 녀석도 아닌데 왜 삼식이는 홀린듯 어딘가로 뛰어 갔을까. 고개를 푹 숙이고 현수는 방으로 들어왔다. "나 조금만 자고 생각해 볼게."
현수는 다음날부터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맨 위에는 '삼식이를 찾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리고 가장 귀여운 삼식이의 모습을 전단지에 삽입했다. 찾아주시는 분에게는 사례금 200만원을 드린다고 적었다. 처음에 백만원을 적었다가 미경에게 쿠사리를 먹었기 때문이다. 미경은 만약 일주일내에 삼식이를 찾지 못한다면 사례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식이의 주요 특징도 전단지에 넣었다. 칩은 없고, 털이 곱슬곱슬하며 사회성이 떨어진다. 왼쪽 눈에 상처가 있다 등등. 두 딸과 미경까지 합세해 공원 근처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현수는 회사에 3일 휴가를 냈다. 입사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로 다음날, 꿈에도 그리던 전화가 왔다. 삼식이로 보이는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가 어딥니까?" 바로 옆 동네였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자 5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개와 함께 앉아 있었다. 얼굴 크기와 코의 형태, 혀를 내미는 정도 등이 삼식이와 매우 흡사해 보이는 강아지였다. 다만 현수는 개를 안고 배를 살펴봤다. 피부염이 심하던 삼식이와 달리 피부가 아주 깨끗했다. 또 삼식이치고는 너무 얌전했다. 왼쪽 눈에 상처도 없었다. 알고보니 중년남성은 옆 동네에서 애견샵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칩도 없다는 말에 샵에 있던 요크셔를 데리고 나온 것이다. 현수는 그 치의 턱을 한대 치려다가 이내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 이렇게 예쁜 애를 잃어버린거에요? 나 같으면 자살한다" "사례금이 200만원이면 누가 찾아주겠어요? 500정도로 얼른 올리세요" "나 그 강아지 봤어요. 어디였더라? 황천길에서 봤나?" "공원 관리소 직원 만나봤어요? 그 사람 참 음침해요. 저번에는 내가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지갑안에 20만원이 들어있었어요. 근데 가방 찾으러 가보니 지갑은 그대로있고 돈만 20만원 없어진거에요. 아마 분명히 그 사람 짓일텐데, 관리소 주변을 잘 찾아보세요 한번."
현수는 다시 관리소를 찾았다. CCTV 확인을 도와준 직원이 게걸스럽게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뭐 혹시 공원에서 강아지를 주웠다는 신고가 들어온게 있나요?" 직원은 슬쩍, 현수를 쳐다봤다. 아니요 없었는데요, 하자 현수는 역정을 냈다. "공원에 CCTV가 너무 허술한거 아닙니까? 밤이되면 잘 보이지도 않고, 가로등도 충분치 않은 것 같고. 저희 강아지가 공원서 없어졌는데 이런 인프라 탓이 크면 보상을 하셔야하는거 아닌가요?"
직원이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게 왜 우리 책임이에요? 애초에 관리를 제대로 못한 주인분 책임이죠. 요새 반려인이랍시고 얼마나 공원에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세요? 개가 싼 똥을 몰래 툭 발로 차서 벤치 밑으로 숨기고, 맹견인데도 입마개를 안 하고 버젓이 돌아다니고. 지나가던 행인이 지적하면, 우리개가 당신한테 해를 끼쳤느냐고 쏘아대고. 안 그래도 벤치도 부족한데 강아지랑 같이 앉겠다고 어르신들 휴식권까지 빼앗는 경우도 많아요. 그거 다 우리한테 민원들어오고, 똥도 제가 다 치우는데 평소에도 그런거 하느라 바빠죽겠는데 혼자 도망간 강아지까지 우리가 책임을 지라고요? 한번 경찰에 신고해보세요. 누구 책임인지." 현수는 부글부글 끓는 맘을 안고 관리소를 나왔다.
삼식이가 사라진지 일주일 째 되는날. 미경은 현수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삼식이 때문만은 아냐. 나도 더 이상 못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솔직히 당신이 두 딸을 키울만큼 충분히 버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섹스 안한지 이미 5년이 넘었고. 당신은 내게 전혀 행복을 주고 있지 않아. 그랬던 당신이 나의 행복 중 하나였던 삼식이를 앗아간 거라고. 이제 더는 못 참겠어" "미안해" "아냐. 내 꿈은 강남3구인데, 당신과 함께 살면 사라진 삼식이처럼 내 꿈과 목표가 하나씩, 혹은 두개씩 내 곁을 떠나갈 것 같아. 이제 그만하자. 나도 공인중개사 일하고 친정 도움 받으면서 애들 잘 키울수 있을 것 같아. 위자료 많이도 기대 안해. 그래도 월급 절반가량은 보내주기로 해." 두 딸은 아빠의 눈빛을 피했다. "엄마 마음도 이해가 가는데, 좀 더 삼식이를 찾아봐봐. 다시 삼식이가 나타나면 엄마 맘이 풀릴 수도 있잖아."
다음날 회식을 마친 현수가 거나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찾아오던 길이었다. 새로 생긴 선술집안을 들여다보는데, 삼식이를 닮은 강아지가 가게 한편에 앉아있는 것을 목격했다. 개는 계속 짖어대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들어간 현수는 다짜고짜 주인에게 물었다. "저 강아지 혹시 이집 개에요?" "네. 제가 5년 넘게 키운 개입니다." 현수는 갑자기 그 개에게 달려들었다. 왼쪽 눈동자를 들추자 상처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이거 우리 삼식이 같은데. 여기 눈을 봐. 상처가 있잖아. 우리 삼식이는 왼쪽 눈에 상처가 있었다고." "도대체 상처가 어딨다는 겁니까?" 주인은 완강했다. 현수는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주인은 "업무방해를 하고 계십니다. 일단 경찰을 부르겠습니다"하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현수는 잽싸게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드르륵, 가게 문을 열고 집 방향으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어어, 거기서!" 선술집 사장과 직원이 놀라 소리치는 사이 현수는 속도를 더 냈다. "미경아 기다려라. 오빠가 삼식이 데리고 간다!" 술에 취한 현수는 아파트 초입 계단에서 한 차례 넘어졌지만 무사히 강아지를 데려올 수 있었다.
"다들 나와봐! 삼식이 왔어!" 미경과 두 딸이 총알같이 거실로 뛰쳐 나왔다. 진짜 삼식이야? 미경이 강아지를 안았다. 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얘는 삼식이가 아니잖아." 무슨 소리야, 왼쪽 눈에 상처가 있잖아 하고 눈을 보는데 상처가 없었다. "어 아까 분명히 상처가 있었는데" "술을 쳐먹어서 잘 못 봤겠지. 두눈으로 다시 봐바." 강아지의 왼쪽 눈은 맑고 투명했다. 상처 따윈 없었다. "아빠가 잘못봤네. 근데 이 강아지는 주인이 누구야?"
강아지를 데리고 다시 선술집으로 향하던 현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삼식이 임마 너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아빠 좀 살려주라 제발 좀 한번만 살려주라.." 강아지를 안고 연신 우는 현수의 머리위로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우는 현수를 바라보는 남의 강아지의 눈에 그 별들이 반짝, 하고 반사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