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이화동 가봤어?"
"응? 갑자기 무슨 이화동?"
"에피톤 프로젝트 노래 중에 이화동 있잖아! 너무 궁금해!"
은은한 불빛 사이로 내게 안겨있던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 보면, 만난 시간이 짧은 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서로의 사진이 많지 않았다. 물론 틈틈이 그녀가 사진을 인화하여 앨범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간 김에 사진도 찍어놓고 하면 좋을 것 같아 그녀에게 말했다.
"오, 벽화마을 좋지! 거기 벽화마을로 유명하대! 우리 가서 사진도 찍자!"
"그럼, 당연하지!"
"카메라 어디 있지? 카메라?"
그녀를 만나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서로의 상한 감정이 금세 회복된다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이 조금 오래갈 법도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내 손길을 잡아줬고 다시, 내게 웃어준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순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씨익-
"응? 왜 웃어?"
"아냐. 그냥 우리 사월이 예뻐서."
"흥! 나도 알아!"
"어이구, 알고 있었어? 이리와."
잠드는 순간까지 그녀의 예쁨을 마음껏 즐겼다.
다음날 아침. 이화동 벽화마을에서는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한 낮인데도 찬 바람이 불어 댔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한 그녀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녀는 '이 정도는 하나도 안 추워! 나 걸을 수 있어!'라고 말하며 성큼성큼 걸었다.
다행히 햇살은 밝고 따뜻해서 마을 구석구석까지 온기가 스미고 있었으며, 파란 하늘의 색과 잘 어울리는 마을이었다. 또 어느 골목에는 동심이 가득 담긴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있어, 아주 기분 좋은 걸음들을 그녀와 함께 하던 중이었는데,
"우리 저기서 사진 찍자!"
그녀가 가리키고 있는 손 끝을 따라가 보니, 그 벽에는 초록의 잔디 사이로 고운 흙길이 나 있고, 한 켠에는 예쁘게 지어진 낮은 집들이, 저 멀리로는 하늘색과 꼭 닮은 바다가 그려져 있었다.
그림이 어찌나 예쁘던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벽화가 아니었다. 급하게 지나가던 커플을 붙잡아 세워 카메라를 부탁했고,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벽화 앞에 섰다.
찰칵-
우리의 기억이, 오늘의 햇살이, 당신과의 온기가, 사진 한 컷에 담겼다.
'그래. 바로 이런 거였어. 그녀에게 주고 싶은 선물들, 남은 시간 내가 해야 할 일들. 떠날 것을 걱정하는 것 말고, 더 치열하게 행복한 일을 찾는 것.'
무엇보다 그녀가 전처럼 웃고 있음에 깊은 안도를 느낄 수 있었다. (치마 끝자락을 살짝 잡아 올린 사진 속 그녀의 큐티함은 덤이고.)
"휴, 많이 걸었다. 좀 쉴까?"
이쯤 되면 그녀가 숨이 찰 타이밍인 것 같아 말했다.
"응, 저기 벤치에 좀 앉아있자."
역시나 단번에 벤치를 찾아 앉는 그녀.
그리곤 "이리와 찰스, 귀 대봐." 하며 이어폰을 꽂더니, 결국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을 재생한다.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널 잊을 수가 없어.'아주 예쁜 가사를 담고 있는, 쓸쓸한 멜로디의 이 노래.
우리가 주고받은 오늘 분의 사랑이 한 컷 사진에 담긴 것처럼, 날 향한 당신의 마음이 노래에 담겨 내 기억으로 남겠다.
누가 먼저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사랑해"라고 말했고,
또 누군가 "사랑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