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정신분석입문>이 필수 교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쟁이는 언어, 말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말에 대한 분석을 분석의 방법으로 체계화한 사람이 바로 프로이드다. 그래서 그의 분석법은 정신분석, 심리치료, 그림, 영화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그는 첫 번째 강의 서언에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말의 기원은 본디 마술이다. 오늘날에도 말은 그 옛 마력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말의 힘으로 사람은 남을 기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말을 통해서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연사는 마당에 모인 청중을 감동시키며 그 판단과 결심을 좌우할 수 있다. 말은 감정에 불을 붙인다. 말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끼리 서로 영향을 주는 보편적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심리요법에 말을 사용하는 것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 프로이드, <정신분석 입문>
프로이드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언어의 도치, 생략, 망각, 분실 등을 통해서 꿈을 분석하고 신경증을 분석한다. 그의 연구가 과학적 방법으로서 의미 있는 수준까지 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말'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세계라는 모호한 대상을 탐구하는 방법으로서 '말'이라는 '방법'을 최초로 창안했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 말은 표현되고 표현되는 순간, 억압되고 검열된다. 꿈도 억압이고, 왜곡이고 대리물이지만, 꿈에 대한 표현 또한 억압이고 왜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말을 통해서,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그의 어떤 지점에서 왜곡, 억압이 발생했는지 찾는다.
우리의 연구가 실수 행위라는 것은 심리적 행위이며 두 가지 의도의 간섭으로 일어난다는 가설에서 출발하는 이상, 여러분은 이 적용 범위를 잊지 말기 바란다. 이 가설이야말로 정신분석의 첫 성과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의도 사이의 간섭으로 일어난다는 것, 또한 그 간섭의 결과로 착오라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이제까지의 심리학은 조금도 깨닫지 못했다.
-프로이드, <정신분석입문>
우리의 내면에는 두 가지 의도가 항상 충돌하고 있으며, 그 충돌의 결과 하나는 선택되고 하나는 버려지지만 버려진 것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치, 실수,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우리의 언어 속에서 튀어나온다. 이렇게 튀어나온 언어를 우리는 억압하고, 망각하는 데 그래서 우리가 쓰는 말에는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꿈을 꾼 사람은 자기의 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 십중팔구는 알고 있다. 다만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다. 그 때문에 자기는 모르는 줄 믿고 아예 단념해 버리는 것이다'라고.
-프로이드, <정신분석입문>
말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에 다가가는 길이다. 대부분은 단념해버리고 마는 것을 프로이드는 꾸역꾸역 자기만의 길을 찾은 것이다. 일관성 없고 체계회 될 수 없는 것을 말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탐구해가는 프로이드는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를 '말'을 매개로 체계화시켰다. 그러니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만의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 방법론이 제공되지 않으면 반복가능성, 검증 및 반증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과학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떠나서 이미 프로이드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쟁이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