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에
자신을 끌어들이지 않는 것은
철학자가 가진 최고의 기술 중 하나이다.
- 비트겐슈타인
권투 선수가 경기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상대와의 거리감을 익힙니다. 종이 울리면 선수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갑니다. 이리저리 팔을 휘둘러보고, 앞으로 다가갔다가 뒤로 물러섰다가 하면서 거리를 가늠합니다. 내가 팔을 휘둘러 상대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어디인지, 상대의 팔이 내게 닿지 않을 거리가 어디인지를 가늠해 봅니다.
내 영향력의 범위와 상대방의 영향력의 범위를 확인하는 시간이지요. 아무리 매서운 주먹도 내게 닿지 않는다면 내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아주 살짝 뒤로 물러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굳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을 향해 일부러 다가가서 맞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상대가 주먹을 날리면, 무조건 상대방에게 다가가 막무가내식으로 서로 치고받는 동네 싸움과의 차이입니다.
말이 가볍고 거친 사람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넌 왜 일을 그 모양으로 하냐?”
(그런 너는 왜 말을 그렇게 하는데?)
“넌 정말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너도 내 취향 아니거든)
“너 참 성격 이상하다.”
(그렇게 말하는 댁 성격은 참 좋네요.)
이런 거친 말들을 들으면 나도 같이 상대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됩니다. 실제로든, 마음속으로든요. 이런 식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상대의 말에 거리감을 갖는 것 무척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말의 거리감을 가질 수 있을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상대의 말>
“왜 일을 그런 식으로 해? 내가 한두 번 말한 게 아니잖아?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나의 반응>
‘무슨 말을 저런 식으로 해. 내가 조금 실수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 아니잖아. 저 사람은 항상 저런 식이야. 정말 싫어.’
이렇게 그의 말에 반박합니다. 그의 말이 계속 생각나서 괴워합니다.
<상황 살펴보기>
그의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비록 내가 실수는 했지만, 그의 말처럼 그렇게 큰 실수는 아닙니다. 나는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의 말을 무슨 귀한 말씀처럼 계속 재생해서 떠올리고 또 떠올립니다. 모순입니다.
나는 저렇게 말하는 그가 싫습니다. 그를 싫어하면서 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나는 그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는 나를 인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모순입니다.
<거리감 연습하기>
그의 말과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받아들입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흘려보냅니다. 그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상대 말을 부정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말을 되새기며 괴로워합니다. 굳이 상대의 주먹이 닿는 거리 안으로 내가 걸어들어가 상대에게 얻어맞고 괴로워합니다. 이 모순을 잘 봐야 합니다.
김종원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말은 자신의 수준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 수준을 섬세하게 살피면, 그들의 입에서 나온 비난과 비판의 말에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상에서 타인의 말에 자꾸 휘둘리고, 감정이 상한다는 것은, 그걸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내가 상대방의 거친 말에 상처를 받는 까닭은 상대가 거친 말을 해서가 아니라, 거친 말을 하는 상대와 내가 같은 수준에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자신의 세계에 갇혀 나의 일부만을 보듯이, 나 또한 상대방의 말만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습니다. 내가 상대와 달리 여러 측면을 볼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그의 말은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할 수 없습니다.
권투선수가 거리감을 익히기 위해서 체계적인 훈련과 부단한 실전이 필요하듯이, 말의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부단한 경험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꾸준히 연습해 간다면 결국 됩니다.
아래와 같은 고수의 풍모를 우리도 지닐 수 있습니다.
#고수 1 : 김종원 작가
댓글 : “당신은 왜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시죠?”
김종원 작가 : 그도 나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했잖아. 이 사람은 그냥 내가 싫은 것이고, 그걸 참지 못할 정도로 지성의 수준이 낮은 거지. 보내자.
#고수 2 : 붓다
어느 날, 한 남자가 부처님에게 와서 무례하게 욕을 하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저 침착하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주려 했는데, 그 사람이 그 선물을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에게 돌아가겠습니까?"
그 남자는 당황하며 대답했습니다.
"물론, 그 선물을 준 사람에게 돌아가겠지요."
그러자 부처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나에게 한 욕설과 비난도 내가 받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은 당신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고수 3 : 어느 현자
질문자 : 영원한 행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자 : 바보들과 다투지 않아야 합니다.
질문자 : 전,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현자 : 네, 당신 말이 옳습니다.
나와상관 없는문제
나를끌여 들지않고
내바깥에 두는실력
인생최고 기술이라
비트겐슈 타인말씀
이제부터 알아보세
권투선수 시합할때
제일먼저 하는일이
거리감을 익히는일
매운주먹 휘둘러도
안맞으면 그만이라
막무가내 쳐들어가
치고박지 않는다네
거친말을 들으면은
나도같이 쏘고싶네
치고박지 않으려면
거리감이 중요하네
넌도대체 왜그모양
잘하는게 하나없네
어떤녀석 모진말에
내가슴은 멍이드네
그의말은 사실아냐
그사람은 이상한놈
부정하고 있지만은
계속해서 재생하네
부정하고 미워해도
자꾸그말 떠올리네
이모순을 알아야만
고통에서 벗어나네
그의 말에 아픈이유
내가그와 같은수준
내수준이 높아지면
그의말을 듣는순간
그의수준 뻔히보여
그의말이 우습다네
거리감을 익히려면
꾸준연습 필요하니
방향잡고 연습하면
나도고수 될수있네
종원작가 어느현자
붓다처럼 될수있네
나와상관 없는말에
더이상은 아파말고
내말수준 높여설랑
웃으면서 살아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