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야만 아는 사람은 들어도 모른다.
배워야만 아는 사람은 배워도 모른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하나도 모르고 살게 된다.
- 비트겐슈타인
<상황 A>
어린아이가 컵에 얼음을 잔뜩 담고 행복해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우고 오니 얼음은 사라지고 물만 있습니다. 아이가 자기 얼음을 누가 가져갔냐며 울고 불며 소리칩니다.
<상황 B>
친구를 기다립니다.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1시간이 지나서야 친구가 뛰어옵니다. 약속에 늦은 친구에게 화를 냅니다.
가끔씩 기대와 예상을 벗어나는 일을 겪을 때면 당황하고, 화나고, 답답해집니다.
“짜증 나!”
“도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야?”
“쟤는 왜 저럴까?”
<상황 A>
“진정해. 누가 얼음을 먹은 게 아니야.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그런 건 몰라. 내 얼음을 누가 먹었냐고? 내 얼음 내놓으라고!
<상황 B>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그게 사정이 생겨서….”
“됐어! 미안하다면 다야? 너만 사정 있어? 나는 뭐 한가한 줄 알아? 적어도 전화는 해야 할 것 아냐!”
아무리 말을 해도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세계가 전부입니다. 그 세계 밖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치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헬렌 켈러가 그랬던 것처럼요.
헬렌은 자신의 어두운 세계에 갇혀 있었습니다. 소리도 없고 빛도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의 손을 잡고 그녀를 집 밖의 작은 펌프로 이끌었습니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의 손을 물줄기 아래에 가져다 놓습니다. 그리고 헬렌의 손바닥 위에 다섯 글자를 손가락으로 써 내려갑니다. "W-A-T-E-R". 헬렌은 멈추지 않고 계속 손바닥 위에 쓰여지는 그 움직임을 느꼈지만, 그 안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상황 A>
어린아이가 다시 컵에 얼음을 잔뜩 담고 컵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얼음이 차츰차츰 녹아내려 물이 됩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집니다 “아!” 감탄사가 나오면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입니다.
<상황 B>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줄래.”
“그래 한번 변명해 봐.”
“핸드폰을 두고 왔어. 오는데 어린아이가 길을 잃고 울고 있는 거야.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 파출소에 그 아이를 데려다주고 왔어.”
그제야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얼마나 뛰었는지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있습니다. 화를 낸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자세히 보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세히 들으면 들리기 시작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헬렌 켈러 이야기입니다.
설리번 선생님은 같은 동작을 반복합니다. 헬렌의 한 손에는 물이 흐르고, 다른 손에는 글자가 새겨지는 일이 되풀이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헬렌에게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차가운 물의 느낌과 손바닥에 전해지는 단어가 마침내 그녀의 마음속에서 하나로 합쳐집니다.
'물!' 헬렌은 마침내 이해했습니다. 이 차가운 액체, 손바닥에 흘러내리는 이 감각이 "물"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헬렌의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조용하지만, 그 어둠과 침묵 속에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상황 A>
아이가 물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됩니다. 물이 다시 수증기가 되어 구름이 됩니다. 구름은 다시 비가 되어 내려와 강으로 바다로 흘러갑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물의 흐름을 상상하는 동안 아이의 세계는 점점 넓어집니다.
<상황 B>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핸드폰을 두고 왔을 때 느꼈을 당황스러움, 길 잃은 아이를 보고 어떡해야 할지를 망설이는 모습, 약속에 늦어 뛰어오는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상상도 못할 일들이 상대에게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고 다짐합니다.
그날 이후 화를 내기 전에, 판단하기 전에 항상 먼저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 그리고 상대를 지그시 바라봅니다.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듣고 본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열려있어야 합니다. 충분히 귀 기울이고, 바라볼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은 수줍게 그 속살을 내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면, 들어도 듣지 못하고, 봐도 보지 못합니다. 판단하고 평가하는 순간 내 세계에 갇히게 됩니다.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몰라.’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말해봅니다. 이렇게 ‘언어 수준이 높아지면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들어야만 아는사람
들어봐도 모른다네
배워야만 아는사람
배워봐도 모른다네
비트겐슈 타인말씀
이제부터 알아보세
더운날씨 어린아이
얼음보고 좋아하네
다시보니 물만있어
울고불며 얼음찾네
1시간이 지나도록
친구녀석 오지않네
기대예상 벗어나면
화가나고 답답하네
얼음녹아 물된다니
그게무슨 헛소린가
미안하다 말만하면
다되는줄 알았더냐
무슨말을 들어봐도
귀에들어 오지않네
내세상이 전부일세
다른세상 모르겠네
얼음한컵 떠다놓고
지켜보니 물이되네
친구사정 들어보니
화를낸게 부끄럽네
가만가만 들어보고
가만가만 살펴보니
생각지도 못한세상
내눈앞에 펼쳐지네
설리반샘 만난헬렌
어둠속에 갇혀살다
처음으로 알게됐네
다른세상 열렸다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보인 세상풍경
전과같지 않으리라
새론세상 만나려면
내마음을 열어야해
마음주고 시간들여
듣고보고 하다보면
내세상이 깨어지고
새론세상 펼쳐지네
내가알고 있는것이
전부다가 아니라네
이런생각 갖고살면
언어수준 높아지고
언어수준 높아지면
내세상이 넓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