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은
강요나 억지가 아닌
내 삶의 새로운
한 부분이어야 한다.
- 비트겐슈타인
엄마 생각나?
초등학생 때 꼭 해야 할 숙제가 있어 새벽에 엄마한테 깨워달라고 했잖아. 그 어린아이가 무슨 생각에서 그랬는지는 지금은 이해할 수가 없지만, 다음 날 새벽, 엄마는 조심스레 잠자는 나를 흔들어 깨웠지.
나는 겨우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낑낑대며 뭔가를 했어. 엄마는 방에 앉아서 뜨개질을 했고. 그때 엄마가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든든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
행여 잠들까 걱정되어 새벽을 함께 지켜주던. 나도 모르게 꾸벅 졸면 언제든 다시 부드럽게 흔들어 깨워줄 것 같던 그 시선이, 가끔 생각나.
뜬금없이 웬 편지? ㅎㅎ
그래, 넌 어려서부터 가끔씩 엉뚱한 부탁을 하곤 했지. 그 어린 것이 뭐가 할 게 있다고 새벽에 일어나려고 애쓰는지. 깨워달라고 해서 깨워주긴 했는데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책상에 앉는 네가 안쓰러웠어.
엄마도 졸렸지만, 혹시라도 네가 다시 잠들면 네가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잘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냥 지켜봤었지.
기억을 더듬어, 어릴 적 엄마에게 편지를 띄워봅니다. 엄마의 시선이 아직도 생생한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날카로운 매의 눈빛이 아니라 따스한 봄볕 같은 눈빛이었습니다. 꽃을 재촉하지 않고 다만 따스하게 비춰주는.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에서, 바람과 해님은 누가 더 강한지 내기를 합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기기로 내기를 하지요. 바람은 세게 입김을 불어 나그네의 외투를 날려보내려 하지만, 오히려 나그네는 외투를 더 꽉 껴입습니다. 반면에 해님은 따뜻하게 빛을 비춥니다. 꾸준히 따뜻한 빛을 비추자 더워진 나그네는 스스로 외투를 벗습니다.
‘나는 긍정의 언어를 쓸 거야.’라고 다짐하고 순간순간 자신을 살펴 갑니다. 자신을 살피다 보면 부정의 언어를 쓰는 자신의 모습이 자꾸 드러납니다. 한두 번은 ‘그랬구나’라고 봐주지만 계속 되풀이되면 ‘한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라며 어느새 매의 눈빛으로 자신을 나무라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살핀다는 것은, 따스했던 어릴 적 엄마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행여나 잠들면 속상해할까 염려되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행여 잠들면 조심스레 흔들어 깨우는. 그 눈빛. 딴짓할까 감시하는 눈빛으로 지켜보면 조는 아이에게 결국 화를 내게 됩니다.
알아차림은 바람의 거센 입김이 아닌 해님의 따스한 빛입니다. 다만 꾸준히 빛을 비출 뿐입니다. 다만 지금, 오직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지켜볼 뿐입니다. 그래서 ‘자아성찰은 강요나 억지가 아닌 내 삶의 새로운 한 부분이어야’ 합니다. 숨 쉬듯 지켜볼 뿐입니다.
알아차림의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귀 기울입니다.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유지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려는 마음을 잠재우지 못해서, 결국 비난과 분노로, 주어진 시간을 허무하게 소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봄볕이 꽃을 재촉하지 않고 다만 빛을 비추듯이, 자신의 언어를 나무라거나 재촉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언어에 귀를 기울입니다. 자신의 언어에 평온하게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사람의 언어에 귀 기울일 수 있습니다. 나에게 할 수 있는 일만을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할 수 없는 일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없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평온하게 귀 기울일 때, 나에게서 어떤 꽃이 피어나게 될까요?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과연 우리에게서 어떤 꽃이 피어나게 될까요?
‘방금 태어난 아이가 된 것처럼 모든 것을 비우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라.
그럼 그 대화의 끝에서 시작할 땐 짐작도 못했던
수많은 가르침을 얻게 된다.’
자아성찰 하려면은
강요안돼 억지안돼
숨쉬듯이 자연스레
나의삶의 일부처럼
비트겐슈 타인말씀
이제부터 알아보세
엄마엄마 우리엄마
새벽녘에 일어나서
책상앞에 졸고있는
어린아들 지켜보네
행여졸면 속상할까
따뜻하게 지켜보네
엄마눈빛 봄빛같아
어린아들 힘이나네
긍정언어 다짐하고
자기자신 살피다가
부정언어 쓰고있는
내모습을 보게되네
한두번은 봐주지만
계속되면 못참겠네
어느순간 매의눈빛
지켜보니 성질나네
자기자신 살피는건
바로지금 자기자신
엄마눈빛 바라보기
해님손길 스다듬기
욕심일랑 던져불고
숨쉬듯이 지켜보기
알아차림 딴거없어
다만지금 이순간에
자기얘기 경청하기
판단안됨 다만평온
자기얘기 들어보기
봄볕처럼 평온하게
귀기울여 경청하기
나에게도 못하는건
남한테도 못한다네
자신에게 할수있음
남한테도 할수있네
그러니께 이제부터
나의얘기 경청하세
나의얘기 경청하면
나에게서 꽃이피고
남의얘기 따스하게
들을줄힘 생긴다네
아기처럼 판단말고
오직그냥 지켜보세
아기처럼 지켜보니
아기처럼 웃게되네
방긋방긋 웃게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