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어 병에 관하여
좋게 말하면 부모님의 지원 아래 아직 견딜 수 있는 정도고, 사실 대로 말하면 부모님 등골에 빨대를 꽂고 일년 365일 30여년을 빨아먹는 벌레중에 벌레다.
사실 이런 사실은 나의 자존감에 많은 타격을 준다.
아무 것에도 쓸모 없는 자신에 대해서 매일 생각하게 되니까 말이다.
나의 삶에 이름을 붙이자면 오랫동안 이 이름이 아니었을까.
정신 차리지 못 하고, 돈도 벌지 못 하는 학력만 높이다가 만 청년.
그마저도 청년에서 중년으로 간당간당한 나이.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신의 삶 하나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말이야.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싫은걸까.
매일매일 하기 싫다고 징징댄다.
하기 싫어, 하기 싫어,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하다하다 인스타 스토리에도 하기 싫다고 도배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어서 다시 말하자면, 나는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 작가다.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면 글을 쓰지만, 글로 별로 돈을 벌지는 못하는 작가다.
때때로 보여준 글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기분이 좋지만, 그걸로 다인....
그러다보니 좋은 반응들도 상대들의 다정한 마음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돈도 못 벌고, 글도 쓰기 싫은데, 왜 나는 이러고 있는가.
당연 먹고 살만 하니까 이러고 있겠지.
근데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내 인생의 전부인가.
그게 전부라면 나는 마이너스 마이너스 마이너스의 인간인데 살 가치가 있나?
이런 질문 끝에 결국 매일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다.
뭔가 인증해내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아니, 뭐라도 잘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사실은 하기싫어 병은 거기에서 온 건지도 모른다.
잘 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부담감.
그런 핑계를 대자면 끝이 없다.
그렇다면 좀더 마이너스가 안 되려면 그 병을 퇴치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
부담감을 줄이고, 불안감을 줄이자는 쉬운 말로는 퇴치될 수 없다.
그래서 선택했다.
다시 글을 쓰기로.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내려 놓고.
일이든 뭐든 하기 싫은 모든 사람들이 같이 내려놓고 좀 쉴 수 있도록 이 쉼에, 이 버거움에 어떻게든 바득바득 이유를 붙여서 자신을 변호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인정해주고 보듬어 주면서 하기싫어 병을 퇴치할 것이다.
이게 나의 다짐.
오늘부터 다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