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가 업무와 소통을 망치는 몇가지 이유들
"저 대리님이 감정적으로 저러시는거에요"
"아, 저 아무일 없는데 왜 자꾸 이러세요?"
오피스에 앉아있다보면 동료들간 크고 작은 갈등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 모두 사람인지라 일을 하다보면 의견이 다를 수도,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갈등이 보다 자주, 격하게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상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던지, 큰 소리가 나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상대를 미워한다던지, 상대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지도 않고 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추측해서 말하고 비난한다던지 하는 일들 말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아무래도 메신저의 역할이 상당한 것 같다.
메신저는 편리하다. 언제든 원할 때 상대방과 이야기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을 부담없이 빠르게 전할 수 있다. 파일도 보낼 수 있고, 쇼핑은 물론 요즘은 돈도 주고 받는다. 스마트폰의 발전을 중심으로 카톡, 라인 등 메신저 전성시대가 찾아왔고, 지금은 업무적으로는 쓰지 않는 이들도 업무시간에는 쓰고 있다. 안쓰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아마도 스마트폰 보급률보다 메신저 보급률이 더 높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 '빠르고 편리한 메신저'는 소통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너 내가 어제 보낸 메시지 왜 안읽었어?"
메신저만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폭력적인 관계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도구가 있을까. 꼭 누구를 때려서가 아니다.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폭력적일 수 있다. 내가 보낸 메시지 옆 숫자 '1'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대를 감시하고, 읽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상대를 비난하는 경우는 아마 한두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내가 언제 상대의 메시지를 읽었는지까지 그들에게 알려야 하고 그 피드백 시간까지 상대에게 맞춰야 한다면 메신저는 하나의 구속 도구에 지나지 않을테다.
"야, 그 인간이 말이야....... 앗!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
메신저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후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카톡에서도 보낸 메시지를 지울 수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낸 메시지는 지울 수 없었다. 술 마시고 잘못 보낸 메시지나 "자니?"로 대표되는 미련 남은 구 연인의 메시지. 방을 착각하고 "야, 그 인간이 말이야 000000 "했다가 실수인 줄 알고 상대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ㅠ"를 남발했던 기억까지. 메신저에서 벌어지는 말실수와 오해들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런 말들은 상대를 만나서 직접할 수 있는 이야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기에 감정적인, 혹은 정서적인 필터가 사라지고, 이 때문에 알 수 없는 용기(?)가 솟구쳐 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상대를 위한 예의마저 사라지게 되는 경우라고나 할까.
"제가 싫어서 그러시는 거잖아요"
사실 인간관계를 망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 것인데, 맥락은 생략하고 텍스트만 읽으니 오해를 자주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맥락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곤 한다. 그가 어떤 분위기에 어떤 말투, 어떤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진심어린 사과가 될 수도, 어쩔 수 없이 대충 하는 사과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맥락이 메시지의 내용까지 좌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메신저는 직접 상대를 만나지 않고 텍스트로 내용만 전달하기 때문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의 맥락이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대신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메시지를 해석하게 된다. 상대가 어떤 의도와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하는지가 보이지 않은 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마음대로 해석할 여지를 많이 주다보니 "저 사람이 날 싫어해서 저러는군" "저 사람이 나를 짝사랑하는게 아닐까?" 등 불필요한 오해와 해석이 난무하게 만든다. 사실 오피스 내에서 많이 일어나는 갈등 중 대부분이 이런 맥락이다. "나한테 자기 일을 떠넘기려 하는구나" "왜 고객의 문제를 나한테 해결하라는거야?" 등등 업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면 오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쟤 프로필 사진이랑 메시지 봤어?"
메신저만 가지고 상대를 쉽게 재단하고 그를 아는 것처럼 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쟤 프사(프로필 사진) 바뀐거 봤어? 상태메시지 완전 나 보라고 쓴거 아냐? 완전 저격하는데?"
아마 이런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들었거나 해본 경험이 있다면 당신도 그런 오류에 빠진 것이다. 상대에 대해 내가 안다고, 저 사람의 메시지는 저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확인되지 않은 채 쉽게 판단해버림으로써 오해를 증폭시킨다.
"야, 너 그거 알아? 사실은 말야~~~"
메신저로 떠도는 소문 한 두개쯤 안들어 본 사람이 있을까? 메신저로 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우리는 모바일로, PC로 메신저를 끼고 산다. 하루에 대화하는 양을 A4로 기록하면 최소 10장씩은 나오지 않을까 싶을만큼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늘어난 대화의 양만큼 정보의 양도 늘어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사실이 아닌 의견이나 추측까지 사실과 혼동해서 쓰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의견이 되기 보다는, 의견이 사실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훨씬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소문과 각종 '카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생겨나고, 이는 다른 사람과의 신뢰관계를 쉽게 무너뜨리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사실 확인보다는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쉽게 믿기에 상대를 의심하고, 오해하고, 불신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메신저가 보편화 된 이 시대에 갑자기 "메신저를 끊자"던가 "메신저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마 이야기를 한 사람조차 하루도 못가고 (아마 채 몇 시간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다시 메신저에 로그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수많은 갈등과 오해들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은 하나 뿐이다. 가능하면 상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것, 그리고 최대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생각하자는 것이다. 상대를 만나 궁금하거나 듣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자. 내가 보고싶은 대로 상대를 판단하기 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그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말이다.
의외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확인해보면 나의 추측과 다른 경우들이 꽤 많다. 당연하다.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알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만나야 한다. 만나서 이야기해야 더욱 솔직하고 정확한 소통이 가능하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메신저를 쓸 것이다. ㅋㅋㅋ로 분위기를 희석시켜보기도, GIF 짤방이나 이모티콘으로 감정으로 숨기려고 해봐도 메신저가 가진 한계 또한 여전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