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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뭐에요? 동화 넘어 인문학

by JA

100% 타의적으로, 우리 집에 읽어야 할 책은 다 인문학에 관련된 책이다.

왜 100% 타의적이냐? 지방공무원에게는 연간 자율연수비로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데,

도서를 구입하려면 언어 공부, 자격증 공부, 그리고 인문학 관련된 책만 사야 한다.

개인적으로 수필이나, 에세이, 여행기나 소설 같은 것도 구입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넓혀주면 좋겠지만

명목 자체가 자율"연수"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작년부터 인문학 책으로 꽉 채워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제목에도 썼지만 과연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네이버에 인문학을 치면,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너무 포괄적이지 않은가? 온라인 서점에 가서 인문학을 선택해서 들어가면, 진짜 온갖 책이 나온다. 수필, 에세이, 자서전, 여행기 등등등.. 소설 빼고 다 나오는 듯하다. 진짜 과연 인문학은 무엇일까? 내가 온라인 서점에서 인문학 카테고리에 있는 책을 다 샀는데, 그게 다 수필이면, 그래서 감사에서 지적이 되면, 그 자리에서 직접 보여주고 인문학 카테고리라고 소명하면 그 감사담당공무원은 과연 어떻게 말을 할까?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불가피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제목에 다 인문학이라고 쓰여 있는 책만 샀다. 솔직히 자율연수비에 내 사비를 포함해서 영어강의도 듣고 싶고, 혹은 학원에 등록해서 다른 분야의 어떤 것도 배우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체력도 안되고, 나는 잠이 많기 때문에 영유아 두 명을 키우면서 일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엄두가 안 나니 결국 책을 사게 되고, 자의적 타의적으로 책만 열심히 사는 것이다. 그나마 평소에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자율연수비 집행 목록에 도서구입이 있어서 나는 누릴 수 있는 것이고, 이도 저도 안 되는 분들은 자율연수비 집행을 포기하는 분들도 많다.


자꾸 사설이 길어지는데, 사실 어제 브런치 북(책 읽는 엄마)을 발간하려고 글들을 한편 한편 다시 보고 맞춤법 검사도 했는데 막상 세상에 책 리뷰라고 내놓을만한 글이 10편이 채 안돼서 포기했다. 총 27편의 글이 있었고, 30권이 넘는 책들에 대한 리뷰였는데 출판사의 요청으로 리뷰한 것 빼고, 읽긴 읽었지만 마음이 와 닿지 않고 허무했던 책들을 빼니 어째 이리 남는 것이 없는지. 올 한 해는 읽고 나서 정말 마음이 가득 찬 느낌을 받는 책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오늘 이야기를 풀어낼 책은 바로 이 책이다. 동화 넘어 인문학. 어떤 책을 읽을까 하고 책장 앞에 섰는데 다 어쩐지 어려워 보이고 동화는 평소에도 다온이 라온이 책 읽어주면서 많이 접하는 것이니까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이 더 쌓이는 요즘이지만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택했다. 선택에 대한 결과는? 50% : 50%이다.



이 책은 같은 주제의 동화와 인문학 책을 한편 한편 소개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내가 반반이라고 한 이유는 동화를 언급하면서 풀어내는 인문학은 아하, 오~하면서 편안하게 읽어 내려갔지만, 인문학 책으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제목에서부터 기가 죽어서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문학 부분이 다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동화만큼이나 수월하게 넘어간 부분도 있었지만 책을 반쯤 읽었을 때에는 동화는 반갑고 인문학 책은 반갑지 않았다. 왜 인문학 책들은 제목부터 그렇게 어려운 건지. 그래도 인문학 책치고는 동화와 섞여서 하루에 다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그리고 동화들 중에는 우리 딸에게도 읽혀보고 싶다 하는 책들도 있어서 읽고 나서 참 좋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9장이나 찍었는데, 그중에는 꼭 기억하고 싶어서 펜을 집어 들어 줄을 친 것도 있다. 밑줄을 그으면서 몇 번 반복해 읽으면서 아주 살짝 인문학의 매력을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앞장은 충격 먹어서 찍은 것이고, 뒷장은 괜스레 마음에 찔려서 찍어보았다.


세. 상. 에. 나.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하는 서울대에서도 저런 권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새삼스럽게 놀라웠다. 물론 서울대도 대한민국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결국 대한민국 대학교이니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안 든 건 아니지만, 또 한 번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한 절망감을 느꼈다. 그리도 동시에 우리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묻고 싶었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질문 많은 학생은 어떠세요?"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아무 대답이 안 나올 것이다. 왜냐면 내가 안 물어볼 거니까. 사실 저런 걸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실례이다. 직장생활에서는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저 질문도 그중에 하나로 느껴진다. 내가 느끼니, 만약 내가 질문을 하면 듣는 상대방도 내가 선을 넘었다는 느낌을 받겠지.

여하튼 참 안타까운 공교육의 현실이다.


*일전에 학교에 교직원들을 위해 사놓은 책을 정리하다가(교직원 전체가 다 동원되었다.) 책들 중에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책을 보고 내가 장난으로 교무부장 선생님께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선생님?ㅋㅋㅋㅋㅋ"하고 물었더니 그 선생님께서 그냥 웃고 넘기셨다. 과연 내 질문을 받은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그런데 과연 교육에 한정된 일일까? 그렇지 않다. 나 같은 교육행정직의 경우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담당하는데, 운영회 중에 질문 많은 운영위원들이 썩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물어보면 대답을 하면 되는데, 그냥 질문이 나온다는 자체가 반갑지 않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질문이 반갑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일까? 나는 어쩌다가 질문이 반갑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일까?


그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기에 더 답답한 질문. 더 답답한 현실이다.


뒷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 페이지를 읽자마자 친정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너는 왜 하나하나 아이들에게 다 의견을 물어보니, 그냥 네가 딱 정해서 해주는 것도 있어야지" 이렇게 타박을 받는다고 해서 내가 내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나는 우리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도 이제 사고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어떤 양말을 신을 것인지, 간식은 무엇을 싸주면 좋을지 등등 아이에 관한 것은 대부분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대부분 아이의 의견을 수용한다.


그런데 내가 뒷장을 읽으며 흠칫했던 것은, 내가 던졌던 수많은 질문의 순간에 혹시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규칙을 가르쳤어야 하는 순간이 있지는 않았을까 해서이다. 돌이켜 생각해본다. 솔직하게 생각이 안 난다. 흔히 하는 말로 나도 요새 뒤돌아서면 내가 금방 뭘 먹었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 슬프다. 그래도 나는 이제 이 책을 읽었으니 평소 아이들한테 의견을 물을 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이 딱 의견만 물어볼 상황인지, 아니면 의견보다도 아이들에게 규칙이나 규범을 알려줘야할 상황인지.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인어공주. 인어공주를 읽어줄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인어공주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왕자의 심장을 찌르고 나의 목숨을 구한다 하면 나는 정말 사랑을 모르는 차가운 사람이 되는 걸까? 아니면, 왕자가 아닌 어차피 나도 죽을 거니까 내 사랑을 빼앗아간 다른 나라 공주를 찌른다 하면 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되는 걸까? (드라마도 안 보는데,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다 해줘서 그런지 자꾸 생각이 막장으로 간다. 나는 드라마 싸인 이후로 일체 드라마를 안 보다가, 라온이 육아휴직 때 뒤늦게 검법 남녀 1을 보고 그 이후로 또 드라마를 한편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 안 봐도 내용을 다 알듯하다. 왜냐면 주변에 드라마 마니아들이 많아서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이 하는 얘기만 듣다 보면 무슨 얘기인지 다 알듯하다. 하하하)


여하튼 나는 왕자를 찌를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내 목숨을 버릴 만큼의 사랑에 빠지지도 않겠지만, 빠졌다 하더라도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다온이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세상을 30년 넘게 살아온 어찌 보면 찌든 사람이고, 아직 동심을 간직하고 있을 다온이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당신이 인어공주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사실 저자의 말처럼 피터팬이 품격 있는 존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이가 천사인 동시에 악마인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왜 항상 이 사실을 잊는 건지, 자꾸 아이의 악마 같은 모습에 지나치게 분노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반성한다. 아이는 천사가 아니고, 어린 시절은 꿈과 환상의 세계가 아니다. 다 아는 것인데 자꾸 잊어버리는 나에게 다시 한번 일깨움을 준 부분이라 사진을 찍어보았다.


학교에 있다 보면 늘 듣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자기 집이 몇 평이고, 부모가 직업이 뭐고, 집에 차가 뭔지 비교를 해요. 자기 가방이 얼마 짜리고 브랜드가 뭐고 신발은 뭘 신고 어쩌고저쩌고. 집에 장난감이 뭐가 있고 없고 어쩌고저쩌고. 하...... 깊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장 나의 아이들만 봐도 저런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다온이는 여섯 살이다. 가끔 자기 친구들과 영상통화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핸드폰으로 친구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주면 둘이서 뭐해? 내일 뭐할까? 가 아닌, 우리 집엔 이거 있다~이것도 있다~ 하며 저자의 말대로 물질적인 것을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아이의 이런 모습에 더 충격을 먹은 것은 우리 부부가 물욕이 없는 부부이기 때문이다. 나랑 남편은 정말 물욕이 없다. 흔히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다는 명품도 없고, 옷도 진짜 몇 벌 없다. 집에 유난히 많은 것이라곤 책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는 왜 벌써부터 물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일까?


물론 여섯 살 아이에게 친구와 함께 자아에 대하여, 미래에 대하여, 환경에 대하여 이야기하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소유 개념에 벌써 눈을 뜬 아이가 안타깝다. 그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할 생각은 없지만, 아이가 점점 크면서 무엇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 깊어간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부터 수련을 해야 하는데,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많아진다.



다온이 친구 엄마 중에 유난히 아이들이 경험을 중시하는 엄마가 있다. 경험을 많이 해본 아이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삶을 더 다채롭게 살 수 있다는 신념이다. 나도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그런데.. 그것만이 답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험이 많은 아이는 삶을 더 능동적으로 살게 될까? 물론 당연히 나도 아이들이 사회 속에 자동인형이 되기를 바라진 않는다. 그러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고 정말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까. 그전에 나는 그런 사람일까? 나 조차도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과연 우리 아이를 그렇게 키울 수 있는 걸까?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느낌이다. 나부터 자아를 상실한 사회 속 자동인형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어떤 순간에는 자동인형이 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할 때, 아이를 키우면서 해야 하는 어떤 당연한 루틴을 따를 때. 하지만 그 외에는 나를 위한 무언가를 계속 찾아서 해야겠다. 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또한 아이에게도 계속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주제를 담은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으로 하는 경험도 좋지만,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사고를 하고 사색을 해야 어떤 선택과 행동에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질문과 생각을 남긴 책. 동화 넘어 인문학. "일곱 번째 공주님"과 "소공녀"를 구입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요새는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옛날에 읽었던 책들이 다 사라진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내가 자라며 읽었던 책들, 나의 토대를 만든 좋은 책들도 참 많은데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는 대형 전집이나, 스타작가들이 써내는 책들에 가려져 지금은 절판되거나 없어진 것이 참 씁쓸하다.


*일곱 번째 공주님 책은 진짜로 절판되었다고 인터넷에 나온다.


휴양지 가서 마음 여유롭게 읽으면 좋을 책. 동화 넘어 인문학. 이 글을 읽을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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