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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Nov 03. 2022

얼마나 남았을까.

바질, 너와 함께 할 시간이

서로를 알아간지 이제 갓 6개월이 넘어가지만 꼭 6년도 넘게 알고 지낸 듯한 사람들이 있다. 

나의 삶을 다른 색으로 물들게 해 준 글쓰기 모임. "라라 크루"이다.  

"라라 크루" 1기의 공식적인 활동이 끝나던 날, 우리는 글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대망의 그날. 나는 그 안에 있던 누군가를 위해 색다를 선물을 준비했었다.  


우리는 서로의 글을 끊임없이 탐독하고 있었기에 서로가 일상에서 어떤 것에 푹 빠져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더욱 베란다 식물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우리 "바질이"가 있었다. 두 번째 분갈이 이후 정말 눈에 띄게 쑥쑥 키를 키워가던 녀석. 

이파리도 어찌나 크고 싱싱하던지 보는 자체만으로도 내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다. 


수확을 한번 하긴 해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 먹는 사람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라라 크루" 핵심 멤버 중 한 분이 생바질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말을

지나가듯이 하셨다. 


오! 잘됐다! 아무도 먹을 사람이 없다면 내가 끝까지 바질 이를 책임지겠다는 사명감으로

먹어보려고 결심을 하던 차였다. 그런데 우리 바질이를 나보다 더 행복한 마음으로 먹어주실 분이 있다면

당연히 가져다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마음이 들었고, 때마침 모임도 있었기에 속으로 혼자 환호했다. 

그리고 대망의 모임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바질이에게 다가갔다. 


"바질아, 오늘 이파리 좀 떼어갈게." 


다정하게 양해를 구하고 수확 시작. 이파리 하나하나 떼어질 때마다 원줄기가 흔들려 아주 강하고 진한 바질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아.. 자연의 냄새.. 생에 한 번도 흙냄새가,
풀냄새가 좋다고 느껴보지 못한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이야. 


인생 한 치 앞도 못 본다는 게 진리이다.  


수확을 마치니 앙상한 바질이의 모습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개운한 마음과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며, 바라보는 눈길에 애잔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더 잘 자라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라고 말하고 집으로 들어와 바질 잎을 깨끗이 씻으니

마음에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

이제 보냉백에 아이스팩 하나 챙기고 바질 잎을 비닐에 넣어 잘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기특하게도이 모든 과정을 잊어버리지 않고 나는 다 해냈다. 그런데.. 모임이 너무 즐거웠던 탓일까. 바질이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고 나서야, 아이스펙 겉에서 방울방울 맺혀 흐른 물에 비닐과 함께 완전히 홀딱 젖어버린 바질 잎. 


속이 상했다. 내 속은 상했지만 바질 잎은 아이스팩 덕분에 상하지 않아서 말려서 먹어볼까 싶어 식탁에 널어놓았다. 축 늘어진 바질 잎 위에 내 미련이 덕지덕지 묻은 모습이었다. 다음날 아침. 바질 잎은 젖었다가 마른 탓에 쭈글쭈글 차마 바질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보내주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마주한 베란다의 "바질이"

차마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만 듬뿍 주었다. 우리 바질이와 얼마나 더 함께할 수 있을까. 

요새 바질이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처음 씨앗을 심은 게 2022.6. 벌써 2022.11. 


식물이 나이가 들면 꽃대가 나온다고 하는데, 며칠 전에 살펴본 바질이 원 줄기 가장 꼭대기 이파리 가운데서

꽃대 비슷한 게 보였다. 이제 갈 때가 된 걸까.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두 번의 분갈이를 하고 두 번의 수확을 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는데 너는 행복했는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도 여전히 너는 내 마음속 싶은 곳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나를 식물이라는 세계에, 베란다 화분이라는 세계에 처음 초대한 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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